[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삼성전자가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후보로 부상하면서, 소프트뱅크가 쥔 10% 안팎 지분의 향방이 ‘피지컬 AI 시대’ 판도를 가를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뱅크 풋옵션 시한, 6월 말 ‘데드라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0년 말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약 9588억원(8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며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갔다. 소프트뱅크는 당시 20%를 남겨 공동 지배를 유지했고, 현대차가 인수 후 4년 내 미국 IPO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잔여 지분을 현대차 측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확보했다. 이 4년 기한(2025년 6월)이 이미 지났고, 1년 유예기간이 붙은 최종 시한이 2026년 6월 말로 다가오면서 소프트뱅크의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현재 약 9.5~10% 수준으로, 정의선 회장(약 23%),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출자한 HMG글로벌(약 56%), 현대글로비스(약 11%) 등과 함께 주요 주주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지분 유동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업가치 ‘24배 점프’…30조에서 100조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몸값은 현대차 인수 이후 가파르게 뛰었다. 2020년 인수 당시 현대차그룹은 80% 지분을 약 9500억~9600억원 수준에 사들이며 기업가치를 1조2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았는데, 불과 4년 뒤에는 24배 이상 뛰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가에선 상단 밴드는 더 공격적이다. KB증권은 생산량과 매출 추정치를 근거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적정 가치를 128조원으로 제시했고, 한화투자증권은 테슬라와의 밸류에이션 비교를 통해 993억달러(약 146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NH투자증권은 제품별 예상 매출에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적용해 2027년 영업가치를 380억6100만달러, 한화 약 53조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단순화하면 현재 ‘시장 눈높이’는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대 중·후반까지 열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피지컬 AI’ 퍼즐, 보스턴다이내믹스로 완성될까
이 같은 가치 재평가의 배경에는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물리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관심이 있다. 엔비디아·구글 등은 휴머노이드와 물류·제조용 로봇을 미래 성장축으로 지목하며, LLM과 로봇을 결합한 플랫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네 발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CES 2026 등 글로벌 무대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로봇 테슬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가전이라는 기존 포트폴리오는 견고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은 부재한 상황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는 2024년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로봇을 포함한 미래 성장 분야에서 다양한 M&A와 지분 투자 기회를 지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 발언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타진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내 보도는 삼성전자가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약 10%)을 중심으로 투자 타당성을 검토했다는 ‘업계 평가’를 전하면서도, 삼성 측 공식 입장은 “사실무근”으로 선을 긋는 양상이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해 현대차에 지분을 넘길지, 외부 투자자를 받아들여 일부 또는 전량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할지에 따라 삼성 참여 여지는 열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데이터를 가진 제조업자’가 AI 승자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소프트뱅크가 2021년 계약 당시 정한 풋옵션 가격 대비 현재 시장에서 인정받는 30조~100조원대 밸류 간 괴리다. 풋옵션 행사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돼 있다면 현대차 입장에선 단기 재무부담에도 불구하고 100% 지배력 확보를 택할 유인이 커지고, 반대로 시장가에 근접해 있다면 외부 투자자에게 일부를 넘겨 ‘파트너십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하나는 피지컬 AI 시대에 ‘데이터를 가진 제조업자’가 AI 승자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공감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모델보다 실제 로봇이 공장·물류센터·가정 현장에서 축적하는 데이터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제조업 기반과 로봇 기술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향후 AI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소프트뱅크의 시계가 멈추는 6월 말, 현대차·삼성·소프트뱅크 3각 구도 속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재편 드라마’가 피지컬 AI 패권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릴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