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지배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이 쿠팡 풀필먼트 센터에서 실증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국내 물류 현장이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증은 향후 대규모 발주를 전제로 한 PoC(개념검증)에 가깝다는 점에서, 삼성의 로봇 전략과 이커머스 물류 자동화의 중장기 방향성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이번 파일럿은 실제 물류 환경에서 로봇의 운영 안정성과 작업 효율성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국내 탑티어 택배·이커머스 물류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한 이른바 ‘K-풀필먼트 로봇 벨트’ 구축 시나리오도 힘을 얻고 있다.
RB-Y1은 2024년 4월 공개된 국내 최초의 양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키 140cm, 무게 131kg이며 양팔 7자유도·토르소 6자유도를 포함해 총 24자유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각 팔 당 3kg의 하중을 들 수 있고, 초당 1.5m 속도로 이동하며 한 번 충전으로 약 3시간 연속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전형적인 ‘휴먼 스케일’ 피킹·상차·분류 작업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CES 2026에서 RB-Y1이 실제 물류 피킹 작업을 수행하는 데모를 선보인 데 이어, 제조 환경에 특화된 후속 모델 ‘RB-Y2’를 공개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물류–제조 양축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쿠팡 물류센터에 투입된 이번 RB-Y1 실증은 물류센터 현장에서 주행 안정성과 매니퓰레이션 효율을 검증하는 것이 1차 목적이며, 테스트가 통과되면 대규모 발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이미 대규모 자동화 설비와 로봇을 활용해 피킹·소터 공정을 운영해온 만큼, 휴머노이드형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투입해 ‘사람형’ 공정 자동화를 어디까지 치고 들어갈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재무·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쿠팡 테스트는 삼성의 로봇 M&A·투자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약 868억원에 먼저 취득한 데 이어, 2024년 말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까지 늘리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추가 취득 금액은 약 2,670억원(약 1억 8,100만 달러) 수준으로, 이 거래를 통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하고 로봇을 AI·반도체와 함께 차세대 핵심 성장 축으로 올려놓았다. 삼성은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산하에 ‘미래 로보틱스 추진팀’을 신설하고 조직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AI·소프트웨어 역량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하드웨어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공언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외형 성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회사는 RB-Y1 출시 1년 만에 이동형 양팔 로봇을 약 80대 납품했고, 2025년 말 기준 누적 판매는 130대 이상으로 늘며 글로벌 AI 연구·제조·물류 현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6억 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하는 등, 삼성과의 시너지와 로봇 납품 확대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향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영업적자 기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보강 과제를 지적하며, 하드웨어 리더십에 걸맞은 소프트웨어·서비스 수익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로봇 전략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DX 부문장)는 CES 2026와 1분기 실적발표에서 “로봇은 삼성의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우선 자사 제조 라인에 로봇을 투입해 데이터와 역량을 축적한 후 B2B·B2C로 확장하겠다는 플라이휠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쿠팡 RB-Y1 투입은 그 연장선에서, 삼성 생태계 밖 대형 고객사 물류 현장으로 로봇 적용 범위를 넓히는 첫 대형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한 발 더 나아가 CJ대한통운까지 확장될 경우, 국내 이커머스–택배 양대 축을 아우르는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되어, 향후 북미·유럽 풀필먼트 사업자 공략에도 ‘한국형 레퍼런스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쿠팡 물류센터 RB-Y1 투입은 단순한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①삼성의 로봇 M&A 스토리를 실질 매출·레퍼런스로 연결하는 첫 물류 현장 테스트이자, ②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상용 풀필먼트 공정에 접목하는 파일럿이며, ③국내 물류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로봇–물류 연동 모델을 실험하는 ‘전략적 베타버전’으로 읽힌다.
관건은 쿠팡·CJ대한통운 등 주요 고객사들이 어느 속도로 대량 도입을 결정할지, 그리고 삼성·레인보우로보틱스가 RB-Y1·RB-Y2 플랫폼을 얼마나 빨리 소프트웨어·서비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고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