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에든버러발 몬트리올행 에어캐나다 보잉 787-9 여객기가 대서양 상공에서 조종석 앞유리 균열로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회항, 에든버러 공항에 안전하게 비상 착륙했다. 약 5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대형 장거리 항공편에서 조종석 전면유리 손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구조적 안전성과 운항·보상 체계까지 짚어봐야 할 케이스로 평가된다.
대서양 상공에서의 ‘팬팬’ 선언
문제의 항공편은 에어캐나다 AC937편으로, C-FRTU 등록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종이다. 현지 시각 6월 14일 오전 9시 40분경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이륙해 캐나다 몬트리올 트뤼도 국제공항으로 향하다가, 아일랜드 북서쪽 상공 약 3만8000피트(약 1만1,600m) 고도에서 상승을 중단했다.
승무원은 곧바로 항로를 급히 동쪽으로 선회하고, 항공기 일반 비상사태를 뜻하는 트랜스폰더 코드 ‘7700’을 송출했으며, 관제에 안전상 긴급상황을 의미하는 ‘팬팬(PAN PAN)’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항공기는 표준 절차에 따라 1만피트(약 3,000m)까지 신속히 강하했다. 이는 객실 감압 가능성이나 전면유리 구조 손상 우려 시, 추가 균열 및 파손을 최소화하고 승무원·승객의 산소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취하는 매뉴얼에 부합하는 조치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스타와 항공 애호가 커뮤니티 ‘에어 트래블러 클럽’에 따르면, 운항 승무원은 관제에 “조종석 앞유리 다층 구조 중 한 레이어 파손과 결빙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만에 안전 착륙…인명 피해는 ‘0’
AC937편은 회항 후 약 2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45분경 에든버러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공항 측은 항공기 화재나 기체 구조 손상 등 추가 위험에 대비해 소방·구급·공항 구조대를 활주로 주변에 대기시키는 등 비상 태세를 가동했지만, 실제로는 승객과 승무원 약 500명 전원 부상 없이 하선을 마친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편은 당초 오전 9시 15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기상·지상 사정 등으로 약 20여 분 지연된 뒤 이륙한 상태였다.
조종석 앞유리 균열 사고는 국제적으로도 반복 보고되는 이슈다. 미국 델타항공 보잉 757 여객기가 198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 도중 전면 유리에 금이 가 콜로라도 덴버에 비상 착륙한 사례가 있으며, 유나이티드항공 보잉 737 MAX 8 항공기도 고도 3만 피트 이상에서 앞유리 다층 구조 중 한 층이 손상돼 솔트레이크시티로 긴급 회항한 사건이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 대상으로 올라 있다.
앞유리는 통상 다층 유리·합성수지 구조로 설계돼 단일 레이어 균열만으로 압력 손실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조종사 시야 저하·구조 강도 저하 우려가 있어 즉각 회항이 원칙이라는 게 항공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승객 보상, ‘안전 예외’가 변수
이번 사건에서 승객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관할 규정이 갈리는 지점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261을 대체하는 UK261 규정을 운용 중으로, 항공사 귀책 지연·결항 시 1인당 220~520파운드(약 38만~90만원) 범위의 현금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상 악화, 안전을 위한 예기치 못한 정비,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해당할 경우에는 보상 의무가 면제된다. 에어캐나다가 앞유리 균열을 안전 상의 불가항력 정비 사유로 분류할 경우, 현금 보상 대신 식사·숙박·대체편 제공 등 ‘케어 의무’만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의 항공 여객 보호 규정(APPR)도 유사한 구조다. 캐나다 교통부는 대형 항공사의 지연·결항에 대해 지연 시간에 따라 1인당 400~1,000캐나다달러(약 40만~100만원)의 보상 기준을 제시하지만, 안전 관련 운항 차질은 통상 ‘항공사 통제 불가’로 분류돼 금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에어캐나다는 재예약, 필요 시 숙박 및 공항-호텔 교통편 제공 등 실비성 지원을 제공하는 선에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2019년 787 앞유리 균열과 ‘데자뷔’
이번 사례는 2019년 11월 발생한 유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런던 히드로를 출발해 토론토로 향하던 에어캐나다 보잉 787-8 항공기가 고도 비행 중 조종석 앞유리 균열이 발견돼 더블린으로 회항, 비상 착륙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에어캐나다는 “상황을 주시하며 승객 지원 방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안전 최우선·보상은 규정 범위 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난기류로 인한 부상자 다수 발생으로 호놀룰루에 비상 착륙한 에어캐나다 보잉 777-200 사례, 엔진 화재·번개 피격 후 비상 착륙 등 각종 사건이 축적되면서, 항공사·제작사·당국이 앞유리·기체 강도·운항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온 흐름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고도 3만 피트 이상에서 전면유리 파손이 실제 파열로 이어질 경우 조종사 부상과 급격한 감압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균열로 보여도 조기 회항·고도 하강이 가장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라고 설명한다.
보잉 787 신뢰성과 향후 쟁점
이번 사건만으로 보잉 787 전면유리 설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재까지 알려진 다수 사례는 노후 기체, 다른 기종, 기상·이물질 충돌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돼 있고, 원인 규명에는 제조사·항공사·당국 합동 조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일 항공사, 동일 기종군(787-8·787-9)에서 앞유리 균열 회항 사례가 반복된 만큼, 운항 재개 전 구체적인 정비·조사 결과 공개 수준과 승객 대상 안내 범위는 향후 소비자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에든버러 회항은 매뉴얼에 충실한 선제적 대응으로 ‘인명 피해 0’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끌어냈다. 그러나 안전 예외 조항을 근거로 금전 보상이 제한될 경우, 장거리·고가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 입장에서는 “위험은 시스템이 관리하고, 비용은 승객이 떠안는다”는 불만이 다시 불거질 여지도 크다. 안전과 책임, 그리고 정보 공개 수준을 둘러싼 규제·산업·소비자 삼각 구도의 논쟁이 재가열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