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한국 제조업의 최전선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HD현대와 에코프로가 각각 조선과 2차전지 양극재 생산라인에 ‘완전 자율제조’와 ‘다크 팩토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과의 원가·생산성 격차를 뒤집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HD현대, 6명이 하던 러그 공정을 24시간 로봇에 넘겼다
HD현대중공업(옛 HD현대미포)은 울산 선각 공장에서 러그(lug) 공정을 24시간 무인으로 돌리는 완전 자율 생산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러그는 대형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때 쓰는 필수 금속 고리로, 지금까지는 작업자 6명이 하루 약 100개를 생산하던 고난도·고위험 공정이었다. 새 시스템은 AI 기반 통합 데이터 플랫폼 위에 산업용 로봇 8대와 자율이동로봇(AMR) 2대를 얹은 구조로, 절단·정렬·용접·검사·운반까지 전 과정을 사람 개입 없이 수행한다.
회사 측은 자율 러그 공정만으로 연간 약 4억7000만~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생산성은 기존 대비 153.8% 향상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에는 수요가 많은 러그 3종에 대해 자동화를 완료했지만, 현재는 43종을 자율 생산해 전체 사용 물량의 95%를 커버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한 명의 작업자가 태블릿을 들고 최대 6대, 향후 8대까지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는 체계로 전환이 진행 중이다.
인력난·중국발 가격압박이 ‘로봇 전환’ 가속 페달
HD현대의 로봇 전환은 단순한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넘어 구조적인 인력난과 중국 조선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국내 조선업은 2016년 수주 절벽과 코로나19 이후 인력 감축을 겪은 뒤 최근 수주 회복 국면에서 숙련공 부족과 현장직 기피로 구조적 병목을 겪고 있으며,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는 상황이다. HD현대는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 구축를 올해 마무리한 뒤 2027년부터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도 자동화·AI 도입이 고용과 임금, 조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협의체를 꾸려 제도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조선소 전체로의 자율제조 확대와 더불어, 협동로봇·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하는 ‘피지컬 AI’ 실증이 병행되면서 현장의 역할은 “용접면을 쓰는 기능공”에서 “데이터를 읽고 로봇을 지휘하는 운영자”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에코프로, AI 팩토리로 NCM 양극재 ‘6위 추락’ 되찾기 시동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의 에코프로BM 양극재 공장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AI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23년 1위에서 2024년 6위로 추락한 에코프로BM은, 공격적인 투자와 저원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 맞서기 위한 “유일한 솔루션”으로 AI 팩토리를 지목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AI는 수십 명의 일을 대체하고 시행착오를 줄여 중국과의 ‘불리한 게임’을 뒤집을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공정 전반의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폐쇄망 AI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 비용 30% 절감과 업무 효율·생산성 30% 이상 향상을 목표로 하는 AI 자율 제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제품 기획부터 양산까지 3~5년이 걸렸지만, AI 도입으로 개발·양산 리드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특히 길이 65m에 달하는 고온 소성로(킬른) 내부의 균열·이상 징후를 숙련공의 ‘암묵지’ 대신 AI로 정밀 감지하고, AMR를 활용한 정기 점검 및 예측 정비로 불량률과 다운타임을 동시에 줄이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2030년 ‘불 끄는 공장’ 선언… 다크 팩토리로 중국 생산성 3배 노린다
에코프로의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불을 켤 필요가 없는 완전 무인 공장”, 즉 양극재 업계 최초의 다크 팩토리 구축이다. 이를 위해 외부 생성형 AI에 의존하지 않는 폐쇄망 AI 체계를 토대로 AI 통합 관제센터(ACC), 자율이동로봇(AMR), 무인운반차(AGV),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계해 투입·포장 공정까지 완전 자동화를 추진한다.
송 대표는 “현재 약 5% 수준인 에코프로BM의 삼원계 글로벌 마켓셰어를 20%까지 끌어올리고, AI 기반 자율운영 최적화로 중국 대비 300%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해 빼앗긴 시장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 프로그램 ‘M.AX’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정부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통해 에코프로는 제조 생산성을 30%가량 끌어올리는 것을 공식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명운이 걸린” 실험으로 평가된다. 다크 팩토리 시장 자체도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2025년 44.6%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한국 제조업의 AI·로봇 전환 속도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은 “인력난 방어”를 넘어 “중국의 원가·속도·규모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능가하겠다는 전략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생산성 수치와 비용절감 목표가 실제 수율·불량률·노사관계와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실증의 시간’ 속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