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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1조달러 HBM 황제’ SK하이닉스, NYSE 아닌 나스닥 선택한 전략적 이유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한국 메모리 반도체 공룡 SK하이닉스가 8월로 예상되는 미국 상장 거래소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아닌 나스닥을 사실상 낙점하면서, ‘AI·HBM 황제’ 위상을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빅딜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스닥 선택, ‘AI 플랫폼’으로의 자기 규정


로이터와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 거래소로 NYSE 대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순도 100% AI 레버리지 반도체’라는 업종 특성이 나스닥의 섹터·투자자 구조와 더 잘 맞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마이크론 등 주요 AI·반도체 동종 기업과 같은 미국 기술주 무대에서 밸류에이션 경쟁을 벌이게 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신청을 6월 22일이 포함된 주간(6월 넷째 주)에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으며, 승인 시 이르면 8월 중 거래 개시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6월 SEC 승인 후 8월 상장이 가능하다”며 나스닥 상장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조달러 클럽’ HBM 1위, 왜 지금 미국 가나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글로벌 자본시장에서 ‘HBM 대표주’로 자리잡았다. 2026년 5월 27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주가 220만원 돌파와 함께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에선 TSMC·삼성전자에 이은 세 번째 ‘1조달러 클럽’ 회원이 됐다. 한국거래소와 국내 언론 집계에 따르면 당시 시총은 약 1,590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2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번 미국 상장은 이 같은 ‘몸값 랠리’를 AI 모멘텀과 연동해 장기 구조적 리레이팅으로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2월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미국 ADR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처음 공식화했으며, 이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격차(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겠다는 전략과 맞물린다. 당시와 비교해 HBM 수요 폭발로 1년 새 주가가 약 230% 급등했다는 외신 분석도 제기되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직접 접근 가능한 상장 플랫폼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대 140억달러 조달설…지수 편입·밸류 재평가 시나리오


공모 규모는 아직 ‘비공개’ 구간이다. SK하이닉스는 3월 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상장 예비심사(등록서)를 제출하면서 “2026년 내 ADR 발행 및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공모 규모·방식·일정 등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딜을 통해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원)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주요매체도 “8월 미 증시 입성, 21조원 실탄 장전”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인용 보도했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 ADR이 상장 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등 주요 반도체·기술 지수 편입에 나설 경우 패시브·퀀트 매수 유입과 함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메리츠증권은 리포트에서 “ADR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나스닥 상장 반도체 동종업계와의 직접 비교를 통해 PER 등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향 여지를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 역시 “SK하이닉스는 AI 관련 주식에 대한 강한 투자 수요를 활용하고 투자자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번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SK하이닉스의 나스닥 행(行)은 ‘AI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 공급자’라는 정체성을 글로벌 기술주 최전선에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SEC 승인과 8월 상장, 지수 편입 및 밸류 재평가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트랙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의 간판 기업을 넘어, 나스닥이 상징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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