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를 중국 간첩이라고 지목한 50대 유튜버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하면서, 사법부가 거대 기업 총수의 사생활을 둘러싼 ‘유튜브발 음모론’에 연이어 경고를 하고 나섰다. 2024년부터 이어진 각종 루머와 허위사실 유포 사건이 형사 재판과 민사 소송으로 번지면서, 표현의 자유와 온라인 명예훼손의 경계, 그리고 플랫폼 책임론까지 복합적인 쟁점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6월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심리로 열린 50대 박모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1심에서 검찰은 징역 8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최태원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가 중국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며,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식의 위기감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근거 없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하고 그 영상을 업로드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실형 구형 배경을 설명했고, 피고인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는 오는 7월 9일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올 초 같은 인물을 둘러싼 또 다른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 사건에 이은 연속 타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은 지난 1월, ‘최태원 회장이 동거인에게 1000억원을 증여했다’는 이른바 ‘1000억 증여설’과 자녀 입사 방해 의혹, 가족 관련 허위사실을 약 10여 차례에 걸쳐 유튜브·블로그에 게시한 70대 박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해당 유튜버는 2024년 6~10월 사이 반복적으로 동종 내용을 유포한 것으로 적시됐고,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의 확산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실형에 집행유예를 붙였다. 다만 당시 재판에서는 김희영 이사에 대한 명예훼손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최태원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은 무죄로 본 점이 특징이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민사 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6단독은 김희영 이사가 자신과 가족에 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유튜버를 상대로 제기한 3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명예훼손의 특성상 게시물이 단기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고, 삭제 이후에도 2차·3차 유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손해액 산정의 중요 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의 영상이 일부 삭제됐고 채널 운영 양상 등 참작 사유를 감안해 청구액 전액이 아닌 3분의 2 수준으로 배상액을 정했다는 점에서 ‘징벌적’보다는 ‘경고적’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측 공방 과정에서 드러난 자금 흐름과 생활비 규모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1000억 증여설’ 사건 1심에서 재판부는 자녀 학비, 재단 설립 비용, 김희영 이사와 가족에 대한 자금 이체 내역 등을 검토한 뒤 “동거녀와 출생 자녀를 위해 6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사용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유튜버가 주장한 ‘1000억원’이라는 액수는 허위라고 보면서도, 수백억원대 자금이 실제로 투입된 사실을 법원이 공식 확인한 사례로 기록됐다. 검찰은 일부 무죄 판단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고, 항소심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이 어떻게 조정될지 여부 역시 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외적으로 볼 때, 거대 기업 오너 일가를 둘러싼 유튜브발 루머가 형사·민사 영역 모두에서 중대 사안으로 다뤄지는 것은 이미 보편적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딥페이크’·허위 정보로 인한 유명인·기업 명예훼손에 거액 손해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지만, 실제 양형은 표현의 자유, 공적 관심사 여부, 반복성, 구독자 규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정해지는 구조다. 이번 사건들처럼 구독자 수가 많고, 반복 게시로 피해가 증폭된 경우 실형 또는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는 패턴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SK그룹 입장에서도 반도체·AI 투자, 대한상공회의소 활동 등 공적 행보와 별개로, 총수의 사생활 관련 루머가 기업 이미지와 이해관계자 신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미·중 기술 패권과 AI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전략, HBM을 포함한 반도체 투자 확대 등을 잇달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그러나 개인 영역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튜브·SNS를 통해 반복 재생산될 경우, 정책·투자 메시지보다 ‘사생활 스캔들’이 더 빠르게 소비되는 역설적인 미디어 환경이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번 연쇄 판결과 구형은 ‘클릭을 위한 과격한 서사’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사법부는 근거 없는 음모론과 허위사실이 공적 인물과 그 주변인을 향할 때, 이를 공익적 비판이 아닌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보고 실형·배상으로 응답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경제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서사가 여전히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규제·사법적 통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남는다. 김희영 이사와 관련한 형사·민사 사건들이 향후 항소심과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온라인 여론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 보호’ 사이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