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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빅테크칼럼] 삼성전자, 2700억 쏟아부어 ‘포스트 반도체’ 유전체 빅딜… '일루미나' 정조준?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Element Biosciences)에 1억7,5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추가 투자하며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정밀의료·차세대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삼성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전환이 본격 가속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구조와 숫자로 보는 딜의 실체

 

reuters, Business Wire, News-Medical, finimize, MarketScreener에 따르면, 엘리먼트는 이번에 시리즈 E 라운드를 증액(upsized)해 추가 자금을 유치했고, 그 가운데 1억7,500만달러를 삼성전자가 책임지면서 “largest shareholder(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한화 약 2,700억원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2024년 7월 2억7,700만달러 규모로 마감된 시리즈 D에 전략적 투자자로 먼저 참여한 데 이어 연속 베팅을 선택했다.

 

시리즈 D까지 누적 조달액은 6억8,000만달러를 넘겼으며, 이번 E 라운드 증액분까지 감안하면 엘리먼트의 외부 조달 자본은 7억달러 중후반대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US genomics firm Element Biosciences의 top shareholder가 됐다”고 공식 확인했지만 정확한 지분율과 기업가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비상장사 엘리먼트가 시리즈 E 라운드에서 삼성의 1억7,500만달러를 포함한 자금을 조달해 유전자 검사·연구용 제품 상용화를 확대한다”고 전하면서, 거래는 규제 당국 승인(regulatory approval)을 조건으로 한다고 전했다.

 

국내 통화 기준으로 보면 삼성의 이번 추가 투자 규모는 최근 1~2년 사이 삼성전자가 단일 바이오·헬스텍 기업에 집행한 지분투자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다.

 

엘리먼트의 기술력…100달러 전장유전체·벤치탑 고처리량


삼성이 택한 파트너 엘리먼트는 ‘벤치탑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플랫폼’ 특화 기업이다. 회사의 주력 장비인 AVITI 시스템은 2022년 출시 당시 “데스크 위에 올려놓는(benchtop) 시퀀서로 우수한 정확도와 비용 효율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시장에 등장했다.

 

AVITI는 듀얼 플로우셀 구조와 독자 화학(Avidity Sequencing)을 통해 플로우셀당 8억 페어드엔드 리드, 최대 240Gb 출력, 2×150 리드 기준 Q30 이상 90% 이상 품질을 제공하며, 기기 가격은 약 28만9,000달러, 기가베이스당 러닝 코스트는 5~7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2026년 2월 공개된 VITARI는 한 단계 더 올라선 ‘고처리량 벤치탑(high-throughput benchtop)’ 시스템으로, “고품질 전장유전체(whole genome)를 100달러에 제공 가능한 최초의 플랫폼”을 표방한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VITARI는 풀 캐파 시 최대 100억 리드, 듀얼 사이드 기준 런당 최대 10억 리드에 상응하는 출력으로 전장유전체, 대규모 패널, 멀티오믹스 연구 수요를 겨냥한다.

 

여기에 AVITI, AVITI24, AVITI LT까지 더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중·저·고처리량 전 구간을 커버한다는 전략인데, AVITI24는 단일 플랫폼에서 DNA·RNA·단백질·인산화 단백질·세포 형태까지 동시에 분석하는 5D 멀티오믹스 시스템으로, AVITI 대비 최대 50% 높은 시퀀싱 출력과 동일 수준의 품질을 제공한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엘리먼트는 최근 제품 라인업 소개 자료에서 “VITARI는 런당 최대 10억 리드, 3TB 데이터, 90% 이상 Q30 수준의 품질로 100달러 전장유전체를 가능하게 하고, AVITI·AVITI24·AVITI LT는 각각 10억·15억·5억 리드급 플로우셀 기반으로 다양한 출력 수요를 맞춘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가격·성능 조합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해온 일루미나(Illumina)의 단일 플랫폼 지배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구도라는 평가가 많다.

 

삼성의 전략 포지셔닝…일루미나를 겨냥한 ‘정밀의료 플랫폼’ 베팅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글로벌 정밀의료 및 차세대 헬스케어 기술 진출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엘리먼트의 시퀀싱 플랫폼을 통해 의료·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의 전략적 시너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미 바이오시밀러·위탁생산(CMO/CDMO)을 핵심 축으로 하는 ‘삼성 바이오’ 라인을 갖고 있는 만큼, 유전체 분석 하드웨어까지 확보할 경우 진단–데이터–치료로 이어지는 바이오 밸류체인 상에서 보다 ‘두터운 모듈’을 손에 쥐게 된다.

 

로이터와 해외 투자 리포트들은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가 유전체 하드웨어 시장에서 일루미나와의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엘리먼트의 AVITI·VITARI·AVITI24 라인업이 중·고처리량 NGS 및 멀티오믹스 영역에서 가격·성능 측면의 ‘디스럽터(disruptor)’로 부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삼성 입장에선 메모리·파운드리에서 축적한 반도체·시스템 설계 역량과 AI·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해 “완결형 정밀의료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비즈니스 매체와 스타트업 전문지들은 엘리먼트가 올해 초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2026 가장 혁신적인 기업(Most Innovative Companies)’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 등 미국 지역 매체는 이번 투자금을 “새로운 벤치탑 시퀀싱 장비 상용화 및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삼성의 대규모 후속 투자로 엘리먼트의 상장(IPO) 혹은 전략적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시장에선 거론된다고 전했다.

 

글로벌·국내 생태계 파급효과와 향후 변수


이번 딜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글로벌 유전체학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전략적 지분 동맹’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 유전체 분석 수요는 암 정밀진단·희귀질환·약물 반응 예측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고처리량 NGS 플랫폼과 AI 기반 분석 솔루션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 모델이 각국에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의 행보가 국내 의료·진단 기업, 병원, 공공연구기관들의 유전체 데이터 인프라 구축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인구 규모 대비 의료데이터 디지털화 수준이 높고, 빅5 병원 중심으로 정밀의료 사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향후 삼성–엘리먼트 연계를 통한 장비 도입·공동 연구·데이터 플랫폼 구축 논의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투자에는 규제기관 승인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으며, 엘리먼트가 고성장 국면에서 얼마나 빠르게 매출과 수익성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벤치탑 기반 NGS 시장이 성장 중이긴 하지만, 이미 일루미나, 써모피셔(Thermo Fisher), BGI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치열한 가격·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삼성의 ‘빅베팅’이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의 수익 회수와 전략적 옵션으로 연결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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