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이하 ACE 하이닉스 2배)’가 상장 8거래일 만에 기초자산과의 괴리율이 85%까지 벌어지는 전례 없는 가격 왜곡을 노출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6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과 몇 분의 공백, 그리고 칼퇴근한 유동성공급자(LP)가 겹치면서 이론상 하루 최대 60% 손실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의 리스크가 현실로 구현된 셈이다.
8% 급락에 50% 폭등…괴리율 85% ‘기형적 종가’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7.68% 하락한 191만1000원에 마감했다. 기초자산의 하루 변동률을 2배 추종하도록 설계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성상, 같은 날 ACE 하이닉스 2배의 이론상 수익률은 약 –15% 내외가 정상 구간이다. 그러나 해당 ETF는 이날 49.70% 급등한 3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순자산가치(NAV)와 실제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85%를 웃도는 비정상적인 종가가 형성됐다.
이튿날인 9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5.91% 반등하자 다른 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들은 구조대로 30% 안팎 상승을 기록한 반면, 전일 상한가 부근까지 치솟았던 ACE 하이닉스 2배는 오히려 약 30% 급락하며 역(逆)의 움직임을 보였다. 전날 이미 +85.59% 수준까지 벌어진 괴리율이 하루 만에 부분적으로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기초자산과 ETF 가격의 상관관계가 단기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6억원 리밸런싱 주문, 텅 빈 호가창을 뚫다
사고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신한자산운용이 자사 상품인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파생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넣은 약 6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었다. 최근 SK하이닉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선물증거금 비율이 50% 수준까지 치솟자, 운용사 입장에선 펀드 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증거금으로 묶이는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상대 운용사의 레버리지 ETF를 활용하는 관행적인 ‘대체 리밸런싱’에 나선 것이다.
국내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개별 종목의 일간 등락률을 ±2배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가격제한폭 ±30%를 전제로 하루 최대 60% 손실이 가능하다고 사전에 경고해 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선물·현물 포지션의 일일 재조정(리밸런싱)이 필수이며, 업계 관행상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통상 15시20~30분)에 종가 기준으로 ‘2배 수익률’을 맞추는 주문을 넣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6억원이라는 주문 규모 자체는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통상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랜덤 엔드·VI·칼퇴 LP…‘3분 공백’이 만든 50% 급등
문제는 제도와 인력 운용의 작은 빈틈이 동시에 터지면서, 통상적인 리밸런싱 주문이 곧바로 시장 교란으로 비화했다는 점이다. 먼저 한국거래소의 ‘랜덤 엔드(Random End)’ 제도가 발동되면서, 원래 15시30분에 끝나야 할 장이 의도치 않게 연장됐다. 종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대규모 주문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랜덤 엔드는 특정 조건 충족 시 마감 시점을 지연시키는데, 사고 당일 ACE 하이닉스 2배에 이 제도가 적용되며 통상적인 동시호가 종료 시점이 흔들렸다.
이어 가격 급변을 제어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동시에 발동되면서 최종 체결 시각이 15시32분까지 2분가량 추가 연장됐다. 그러나 시장에 호가를 제공해야 할 LP들은 15시30분이 되자 기계적으로 호가를 걷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LP의 방어막이 사라진 텅 빈 호가창 상단에 신한운용의 시장가 매수 주문이 그대로 쏟아지면서, 단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상단 호가만 위로 연쇄 체결되는 ‘진공 상태 체결’이 발생했고, 그 결과 ETF 가격은 기초자산이 8% 가까이 빠진 날 상한가(60%) 근처인 50% 폭등이라는 기형적 종가를 남겼다. 해당 상품의 LP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5개사로, 모두 동시호가 연장 구간에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상장 8거래일 만에 ‘투자유의’…당국 경고 현실화
이번 사고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지 불과 8거래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상품 구조·리스크 관리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사고 발생 직후 ACE 하이닉스 2배를 비롯한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3개 종목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적출하고, 향후 10거래일 이내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투자유의종목 지정 예고 등 추가 경보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가격 왜곡의 직격탄을 맞은 ACE 하이닉스 2배를 포함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전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단일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적 특성 탓에 특정 이벤트 발생 시 단기간에 급격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고 공지하며 각별한 주의를 재차 요구해 왔다.
실제로 당국은 상장 이틀 전인 5월 25일 “국내 주식 가격제한폭 ±30%를 감안하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의 이론상 일 최대 손실 가능 폭은 60%에 달한다”며, 2시간 사전 교육과 1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 요건을 부과하는 등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리스크는 ‘상품 구조’보다 ‘마켓 메이킹 실패’에 더 가까웠다.
LP·운용사·당국 모두 시험대…‘괴리율 리스크’ 재정의 필요
한국거래소는 이미 운용사와 LP를 상대로 1차 구두 조사를 마친 뒤 서면 조사에 착수했으며, 중대한 과실이 확인될 경우 정례 LP 평가에서 대폭 감점을 부과하거나 운용사에 해당 LP 교체를 요구하는 등 강한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8거래일 만에 발생한 이번 가격 왜곡을 심각한 사례로 인식하고 거래소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음의 복리효과, 개별 기업 이벤트 민감도, 괴리율 확대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지만, 이번 사태는 ‘괴리율’이 단순한 이론적 리스크가 아니라 LP의 미세한 운용 실패와 제도상의 시간차가 겹칠 경우 실제 투자자 손익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ETF 사전 심화교육에만 10만명 넘는 개인투자자가 몰렸다는 점에서, 국내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구조적 안정장치의 구축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점도 뚜렷이 드러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향후 규제 논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구조 자체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랜덤 엔드·VI 발동 구간에서의 LP 의무 호가 유지, 괴리율 급등 시 자동 완충 장치(서킷브레이커) 도입 등 미시적 마켓 마이크로스트럭처 개선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2배 레버리지’라는 직관적 네이밍 이면에 숨어 있는 복합 리스크, 특히 유동성 공백이 초 단위로 괴리율을 폭발시킬 수 있다는 현실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