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키움증권이 리테일 최강자의 플랫폼 DNA를 앞세워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하면서, 적립금 500조원대 퇴직연금 판도는 ‘은행·보험 중심 → 증권·비대면·투자형’으로 구조적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후발 주자이지만 비대면 투자 플랫폼과 수수료 파격을 무기로 ‘퇴직연금 빅5·점유율 10%’를 노리는 키움의 행보는 향후 10년간 연금 투자 생태계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흔들 변수로 평가된다.
리테일 브로커리지 1위, WM 10조 시대가 연금 진출의 기반
키움증권은 주식 약정금액 기준 21년 연속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온 대표적 리테일 온라인 브로커다. 위탁매매에 치우쳤던 사업 구조도 최근 2~3년 사이 자산관리(WM) 축을 빠르게 키우며 변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키움의 리테일 WM 잔고는 2023년 3조3000억원에서 2024년 5조3000억원, 2025년 8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2026년 3월 기준으로는 10조원을 돌파했다. 2026년 5월말 기준 약 11조7000억원까지 불어난 리테일 WM 잔고 중 ISA·연금저축 등 절세 상품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면서, ‘세제 혜택 계좌 중심 디지털 자산관리’라는 키움식 WM 모델이 이미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500조에서 1200조로…투자형·비대면으로 재편되는 퇴직연금 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3년 연속 13%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펀드·ETF 등 실적배당형(비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액은 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해, ‘정기예금 위주의 안전자산 → 투자형 자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뚜렷하다.
시장 전망도 공격적이다. 업계와 학계 연구에서는 2035년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120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고, 키움증권 역시 퇴직연금 시장이 10년 내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구조적 성장과 함께 적립금의 ‘은행·보험→증권사·온라인’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투자형 온라인 플랫폼에 강점을 지닌 사업자에게는 한 세대에 한 번 올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발주자 키움의 전략… ‘투자형 온라인 연금 플랫폼’으로 차별화
키움증권은 2026년 6월 1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을 통해 개인형퇴직연금(IRP) 서비스를 시작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오프라인 점포망과 PB 조직에 기반한 대형 증권사와 달리, 키움은 출발부터 ‘투자형 온라인 연금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엄주성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투자 플랫폼 경험과 IT 경쟁력을 퇴직연금 자산관리로 확장해 고객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퇴직연금 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투자형 온라인 연금 플랫폼 ▲장기 수익률 제고 ▲안정적인 연금 서비스를 제시했다. 가입·운용·인출 전 과정을 100% 비대면으로 설계하고, 근로자가 직접 회사에 키움을 사업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까지 탑재해 ‘플랫폼 편의성’에 방점을 찍었다.
수수료 1년 면제·수익률 연동 수수료…가격과 구조 모두 ‘연금 친화’
키움이 후발주자로서 가장 강하게 내세운 무기는 가격 정책이다. 회사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IRP 전 제도에 대해 가입 후 1년간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조건 없이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특히 DB 수수료는 “증권업계 최저 수준”을 지향하겠다고 밝히며 기관·기업 고객의 비용 절감 니즈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IRP 계좌에는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를 도입해, 기본 수수료는 부과하되 고객 수익률이 회사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장기투자 특성을 고려할 때 “수수료 구조 자체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재설계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비용 민감도가 높은 퇴직연금 고객층에게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TS·AI까지 이식…리테일 플랫폼 파워의 연금 버전
키움은 기존 MTS ‘영웅문S#’에서 이미 검증된 직관적 매매환경을 퇴직연금에도 그대로 이식했다. 고객은 익숙한 인터페이스 안에서 적립식 투자, 자동감시주문, ETF 매매 등 기능을 IRP·DC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고객을 위해서는 AI 포트폴리오 자동운용 솔루션을 제공해, 성향별 맞춤형 자산배분을 제안하는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개인연금·ISA 등 주요 절세계좌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적립·인출·전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 ‘세제계좌 통합 운용’이라는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10년 내 점유율 10%·빅5…업계 지형 변화 시나리오
키움증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10년 내 증권업권 점유율 10%, 적립금 순위 TOP5 진입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표영대 연금플랫폼본부장은 2026년 퇴직연금 적립금 목표를 5000억원 이내로 잡으면서도, 2035년 1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보험 계열사가 적립금 대부분을 점유하고, 미래에셋·삼성·한투 등 대형 증권사가 상위권을 형성하는 구조다. 키움이 IRP·비대면·투자형 계좌를 전면으로 내세워 10년 안에 빅5에 진입할 경우, ‘은행 중심 퇴직연금 → 증권·플랫폼 중심 퇴직연금’으로의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수수료·서비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리테일 의존 탈피·발행어음·해외법인…‘키움증권 키우기’와 연금의 시너지
엄주성 대표는 2024년 취임과 동시에 “주식시장 점유율 1위 리테일 증권사에서 글로벌 종합증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고, 발행어음·해외법인·퇴직연금으로 이어지는 사업 다각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키움은 2023년 말 단기금융업 인가를 획득한 뒤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해 3개월 만에 잔고 1조원을 돌파했고 현재 2조원에 근접, 연내 3조원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에 지주회사와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 영업을 확대하고, 미국 온라인 브로커 위불(WeBull)과 손잡고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 주식 거래를 지원하는 통합계좌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리테일 브로커리지 1위, 발행어음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 해외법인 확장, 그리고 퇴직연금이라는 장기 자산관리 축이 맞물리면서 ‘키움증권 키우기’ 전략의 핵심 축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키움 진출이 불러올 시장 변화…‘연금의 카카오뱅크’ 가능성
업계에서는 키움의 퇴직연금 진입이 단기적으로는 IRP·개인 연금 시장의 플랫폼 경쟁을, 중장기적으로는 DB·DC 법인 시장의 수수료·서비스 경쟁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온라인·비대면에 익숙한 2030·4050 세대 가입자층이 ISA·연금저축에서 경험한 키움의 UI·UX를 퇴직연금에서도 그대로 선택할 경우, 은행·보험 중심이던 신규 적립금 유입 경로가 증권·플랫폼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및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의 대면 영업력·노조·기업과의 관계 등 법인 시장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키움의 강점은 당분간 IRP·비대면 투자형 계좌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ISA·연금저축·퇴직연금을 하나의 절세·투자 플랫폼으로 통합하려는 키움의 전략은, 은행 앱을 넘어선 ‘연금의 카카오뱅크’ 역할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플랫폼 게임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