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고령화 물결이 한국 의료 지형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신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병원에 가장 많이 입원한 원인은 더 이상 ‘출생’이 아니라, 노인성 안과질환인 ‘노년 백내장’으로 확인됐다.
2위는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26만7030명), 3위는 '상세불명 병원체의 폐렴'(22만5346명)로 나타났다. 이어 신생아에게 부여되는 상병인 '출산 장소에 따른 생존출생'은 지난해 21만4542명으로 전년(20만7398명)보다 3.4% 늘어나 4위로 상승했다. 5위는 기타 추간판장애(M51, 근골격계(디스크))로 조사됐다.
외래의 경우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가 지난해 1997만2412명에 달해 전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치은염·치주질환 외래 건강보험 의료비도 2조621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급성 기관지염'(1588만6042명), 3위는 '본태성 고혈압'(749만2579명), 4위는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724만3496명) 순으로 많은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았다.
입원 1위, 이제는 ‘출생’이 아니라 ‘노년 백내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5년 다빈도 질병 통계’에서 입원 환자 수 1위를 차지한 질환은 상병코드 H25에 해당하는 ‘노년 백내장’이다. 지난해 노년 백내장으로 입원한 환자는 33만 7,270명으로, 전년 32만 61명에서 5.4% 증가했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입원 1위 상병은 산부인과 영역의 ‘출산장소에 따른 생존출생’(출생)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노년 백내장 입원 환자는 25만 1,008명으로 전체 순위 3위에 그쳤지만, 10년 새 30만명을 훌쩍 넘기며 입원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출생 관련 입원은 1위에서 5위로 밀려났고, 지난해 출생 상병 입원자는 20만 7,398명에 그쳤다.
반면 노년 백내장은 이미 201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입원 순위를 끌어올려 왔다.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년 백내장은 2010년 전체 입원 순위 3위에서 출생과의 간격을 꾸준히 좁히다 2019년 이후(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변동이 있었던 2022·2023년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숫자로 본 백내장…“수술은 일상, 그래도 의료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노년 백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지만, 통계로 보면 이미 ‘일상화된 수술’에 가깝다. 건강보험 및 각종 학술 연구를 종합하면 국내 백내장 수술은 매년 수십만 건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대한안과학회 및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11~2015년 5년간 국내 백내장 수술 건수는 총 223만 6,107안(1,591,176명)으로 집계됐다. 또 연간 수술 건수는 2011년 42만 7,729안에서 2015년 49만 2,700안으로 약 15% 증가했다.
심평원이 발간한 백내장 수술 관련 보고서와 보건의료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분석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OECD 국가 전반에서 증가 추세지만 특히 한국에서 증가 속도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고령화 속도, 건강보험 보장성, 민간 실손보험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의료비 측면에서도 노년 백내장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연합뉴스가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노년 백내장 입원 진료에 사용된 건강보험 의료비는 약 6,139억 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진료비 총액 기준 1위는 백내장이 아닌 치매로, 심평원이 집계한 2025년 입원 치료 건강보험 의료비에서 치매 관련 질환은 1조 9,0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OECD와 비교해도 “수술 속도 한국이 더 빠르다”는 분석
백내장 수술 증가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백내장 연구 보고서는 보건의료빅데이터와 국제 비교를 통해 “OECD 국가 전반에서 백내장 수술은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꾸준히 늘어나는 공통 패턴”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국의 증가 속도가 많은 OECD 국가보다 가파르며, 인구 고령화 속도·의료 접근성·보험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의료분야 전문가들은 "입원 상병 1위가 출생에서 노년 백내장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다"면서 "이는 한국 사회에서 ‘의료 체계의 최전선’이 더 이상 산부인과 병동이 아닌, 노인성 질환 수술실과 치매병동, 호흡기 내과 병동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고 분석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노년 백내장 1위’는 의미가 작지 않다. 안과 의료기기·렌즈·수술장비·AI 진단 솔루션 등 이른바 실버케어·아이케어 산업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생보다 노년의 수술이 더 많은 시대, 한국의 의료 정책과 산업 전략은 이제 “얼마나 오래 사느냐”를 넘어 “얼마나 잘 보이고, 얼마나 덜 잊고, 얼마나 덜 폐렴으로 쓰러지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