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한국 대표 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또 한 번 치명적 산업 재해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6월 1일 대전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자, 경찰은 손재일 대표이사 등 임직원 3명을 입건하고 출국을 금지했다.
이번 사건은 2018년, 2019년에 이어 같은 사업장에서만 세 번째 치명적 폭발 사고로, 8년간 누적 사망자 13명을 남긴 ‘반복 재난’이라는 점에서 법·제도·지배구조 전반을 뒤흔들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출국금지·입건…경영책임자 정조준한 수사
대전경찰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손재일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함께 입건된 인사는 대전 공장장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또 다른 임직원 1명도 사건 관련자로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사건 관련 피의자 2명과 참고인 1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사고 직후 경찰·소방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투입된 합동 감식과 현장 조사에 이어 수사가 ‘경영책임자 책임 규명’ 단계로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은 별도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담 조사팀(약 20명)을 꾸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예산 편성·집행, 안전인력 배치 등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 번째 폭발…8년간 13명 숨진 대전 공장
이번 사고는 6월 1일 오전 10시 59분경,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56동 세척실에서 발생했다. 이 폭발로 근로자 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2명이 중화상 등 부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전신 화상으로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과 회사 측은 로켓 추진제(고체연료) 제조 공정에서 사용된 도구의 화약 잔여물을 제거하던 세척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발 충격은 참혹했다. 일부 희생자는 현장에서 신원 확인조차 어려울 정도로 훼손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 분석을 통해 최종 신원을 식별했다. 현장은 정밀유도무기(PGM)와 로켓 모터 등 방산 핵심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화약류와 고에너지 물질이 상시 취급되는 고위험 사업장이다.
이번 사고가 ‘국가적 이슈’로 비화한 이유는, 같은 공장에서 이미 두 차례 치명적 폭발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대전 사업장 51동 모터 생산라인에서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사망, 4명이 부상했고 공장은 42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2019년 2월 추진제 탈형(성형) 공정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3명이 사망했고, 이로 인해 6개월간 조업이 중단되면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이상 급감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한화 대전 사업장에서는 2018년 이후 폭발 사고만 세 차례, 사망자는 모두 13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2018·2019년 연이은 사고 이후 이 사업장을 대상으로 총 568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한 바 있어 ‘안전관리 시스템 부실’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방산업 첫 본격 시험대 되나
이번 수사의 핵심 변수는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SAPA)의 적용 여부와 수위다. 이 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사망자를 포함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안전예산 편성·집행, 위험성 평가,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인은 별도로 최대 50억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 사고는 법 시행 이전이라 가중처벌 근거로 직접 활용되지는 못하지만, 수사기관이 안전관리 체계의 ‘상습성·구조적 결함’을 판단하는 정황 자료로는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사고가 ‘안전 공정’에 속하는 세척 작업 도중 발생했다는 점, 이미 두 차례의 치명적 폭발 이후에도 안전 예산과 인력, 공정 설계의 근본적인 손질이 이뤄졌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방산 수출 확대와 생산 압박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의무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산 목표를 우선시하는 조직문화가 사고 위험을 키운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정치권 압박…‘반복 사업장’ 특별 관리 시그널
사고 당일 대통령 이재명은 관계 부처에 사고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유사 사고가 반복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한 별도 보고를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 전 생산 라인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현장 조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무총리 역시 사고 현장을 긴급 방문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책임 규명을 약속하는 등 정부 차원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은 생겼지만 경영진에게 실질적 경각심을 주는 판결과 집행이 부족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특성상 생산 차질을 이유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거나 사실상 ‘치외법권’처럼 운영돼 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방산업계 전반의 안전 관행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화의 ‘안전 리더십’ 시험대…국내외 신뢰 회복 과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우주·항공 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로, 국내 뿐 아니라 중동·폴란드 등 해외 시장에서 자주포·탄약·유도무기 수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공장에서만 세 차례 치명적 폭발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사후 대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면, 단순한 국내 규제 이슈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사고 직후 손재일 대표는 현장을 찾아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하며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고,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2018년과 2019년에도 비슷한 약속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만으로는 여론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문제를 넘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차 한국 산업안전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특히 국가 기간산업·방산 분야에서 ‘안전보다 생산’이 우선돼 온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 책임의 법적 기준과 시장의 ‘안전 디스카운트’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앞으로 나올 첫 판결이 국내외 투자자와 산업계에 던질 메시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