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가우디가 트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2026년 6월 10일,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중앙 주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교황의 축성으로 공식적인 하늘길을 연다.
1882년 첫 삽을 뜬 뒤 144년에 걸쳐 이어진 이 초장기 프로젝트는 탑의 최종 높이 172.5m 달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사실상 ‘상징적 완공’ 단계에 진입했다.
세계 최고 교회 탄생, 숫자로 보는 ‘예수의 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2026년 2월 20일 마지막 구조물이 올라가면서 설계상 최종 높이인 172.5m에 도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위원회는 이 작업을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작업”으로 평가했는데, 탑 정상부에는 유리와 흰색 도자기로 만든 사방(四方)형 십자가가 얹혔다. 이 십자가는 내부 조명과 재질을 통해 밤낮으로 빛을 발하도록 설계돼, 바르셀로나 상공에서 ‘가우디의 마지막 신호탄’ 역할을 하게 된다.
172.5m라는 수치는 의도된 상징이다. 가우디는 인간의 건축물이 자연, 곧 신의 창조물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약 173.5m)보다 1m 낮게 탑 높이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독일 울름 대성당(161.5m)을 11m 앞서며 기네스 월드 레코드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높이 교회’ 지위를 확보했다.
탑 체계도 구성이 뚜렷해졌다. 예수의 탑 완공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총 14개의 탑이 완성됐고, 최종적으로는 18개 탑(사도 12개, 복음사가 4개, 성모 마리아 1개, 예수 그리스도 1개)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 중 성모 마리아 탑은 2021년 먼저 완공돼 상단에 ‘별’ 조형물을 올리며 앞서 하늘을 향해 섰고, 이제 중앙의 예수의 탑이 이를 관통하는 최종 축이 된 셈이다.
교황이 집전하는 ‘가우디 100주기 미사’…정치·종교·관광이 교차
이번 축성식은 종교행사를 넘어 정치·관광·도시 마케팅이 한꺼번에 교차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레오 14세 교황은 6월 10일 오전 가우디가 안치된 성당 지하 납골당에서 헌화식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대성당에서 장엄 미사를 집전한 뒤 성당 외부로 나와 예수의 탑을 공식 축복할 예정이다.
유로뉴스와 더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스페인 국왕 부부, 페드로 산체스 총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 정치·종교·문화계 인사 약 4천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당 외부 관람 구역에도 별도 티켓 4천장이 배정돼 지역 민·관·교회 공동체가 대규모로 참여한다. 관계자들은 “건축 착공 144년 만의 성과”이자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춘 세계적 종교·문화 이벤트”라고 규정했다.
행사는 바르셀로나 도심 전체가 무대다. 주요매체들은 “예수의 탑 골격은 지난해 말 완성됐고, 올해 2월 말 십자가가 설치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로 기록됐다”는 현장 취재 내용을 전하며, "스테인드글라스와 내부 구조물 대부분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주정부와 바르셀로나시는 이미 2024~2026년을 ‘가우디 100주년 시즌’으로 지정해 건축가 세계대회, 조명쇼, 전시, 음악회 등을 잇따라 배치하며 도시 전체를 ‘가우디 테마파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가동 중이다.
‘상징적 완공’과 현실적인 과제…2034년까지 이어지는 공사
그러나 이번 축성식이 곧 ‘완공 선언’은 아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측은 “성당 건설의 상징적 완성을 2026년으로 본다”면서도, 실제 공사는 2030년대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내부 공정이다. 예수 그리스도 탑의 구조물과 외관은 완성됐지만, 내부 연결 동선과 제단 주변, 상부 공간의 조형물 설치 등은 2027~2028년까지 마감공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둘째, ‘영광의 파사드’다. 정문 역할을 할 이 파사드와 계단·광장 조성은 도시계획과 주민 생존권, 원형 재현 논쟁이 한꺼번에 얽힌 난제다.
영광의 파사드 구상에는 폭 60m에 달하는 넓은 진입로와 계단, 광장이 포함돼 주변 도로와 건물 철거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주민·상인들은 “과도한 도시 재개발”이자 “가우디의 원 설계가 아닌 후대의 해석”이라며 완공 계획에 반대하고 있고, 피해자 협회는 “샹젤리제 거리보다 넓은 대로를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이 갈등 탓에 계단 진입로는 2034년까지 공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 ‘상징적 완공’과 2034년 ‘물리적 완공’ 사이의 8년 간극이 불가피해졌다.
관광·도시·문화유산 전략의 분기점
숫자만 놓고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이미 압도적인 관광 자산이다. 코로나19 이전 기준 연간 방문객이 450만명 수준으로 추산됐고, 입장료 수입이 주요 재원 역할을 해 왔다고 로이터가 전한 바 있다. 팬데믹 기간 입장객 급감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26년 완공 계획이 2030년대 중반으로 미뤄진 것도 이 재원 구조와 직결된다.
가우디 서거 100주기에 맞춘 예수의 탑 축성은 이 재원 구조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는 출발점이다. 예수의 탑 상단 십자가는 바르셀로나 전역에서 시각적 랜드마크로 작동하면서, ‘세계 최고 높이 교회’라는 타이틀과 함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미완의 영광의 파사드, 주민 갈등, 도시계획 논쟁은 세계유산과 생존권, 관광경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는 21세기형 문화유산 거버넌스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144년 동안 ‘끝나지 않는 공사’로 상징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이제 예수의 탑 완공과 교황의 축성으로 “더 이상 미완성만은 아니다”라는 새로운 서사를 얻었다. 그러나 내부 공정과 영광의 파사드, 도시와 주민을 둘러싼 갈등이 풀릴 때까지, 이 거대한 성당의 진짜 끝맺음은 최소 10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