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국제우주정거장(ISS) 러시아 구역의 공기 누출이 다시 악화되면서, NASA가 승무원들에게 도킹된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캡슐로 대피해 ‘비상 탈출’에 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작은 균열이 이제 ISS 프로그램의 구조적 리스크로 격상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izmodo, cbc, yenisafak, BBC News, arstechnica, The Guardian에 따르면, 2019년 처음 발견된 미세 균열이 6년째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가운데, NASA는 이 리스크를 내부 위험 매트릭스 ‘최고 등급(5×5)’으로 분류한 반면, 러시아 로스코스모스는 “즉각적인 위협은 없다”고 맞서고 있어 안전 기준과 거버넌스를 둘러싼 동맹 내 균열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세이프 헤이븐’ 발동… 7명 중 5명, 드래건 캡슐로 철수
이번 조치는 러시아 측이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의 PrK 이동 터널(transfer tunnel) 부근 균열을 본격 보수하는 과정에서 공기 누출량이 다시 치솟으면서 촉발됐다. NASA는 미 동부시간 6월 5일 오전 9시4분께 승무원들에게 우주복을 착용하고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프리덤(Freedom)’ 캡슐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약 2시간 가량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절차가 유지됐다.
크루-12 임무로 2월 ISS에 도착한 제시카 메이어·잭 해서웨이(NASA), 소피 아드노(ESA), 안드레이 페댜예프(로스코스모스)와 2025년 중반부터 체류 중이던 NASA의 크리스 윌리엄스가 대피 대상이었고, 러시아 우주인 2명은 러시아 구역에 남아 실란트와 기계적 패치를 이용한 수리에 나섰다.
약 두 시간 뒤 누출률이 더 악화되지 않고, 러시아 측이 구조 검사와 데이터 수집을 위해 수리 작업을 일시 중단하자 NASA는 대피 명령을 해제하고 정상 임무로 복귀시켰지만, 공기 누출이라는 뇌관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하루 0.45kg → 0.9kg… 반복되는 ‘두 배 점프’
ISS의 이 ‘만성 누출’은 2019년 즈베즈다 모듈의 PrK 이동 터널에서 발견된 미세 균열에서 시작됐다. NASA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작은 대기 유출이 관측돼 왔고, 러시아 측은 특수 실란트와 테이프, 패널 보강 등 임시·반영구 봉합을 반복해 왔다.
2024년 초 누출률이 한 차례 급등하자 NASA ISS 프로그램은 이를 “관리 가능하지만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나, 이후 누출량이 다시 줄어드는 듯하며 2025년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 국면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6년 6월 초 프로그레스 95 화물선 하역 과정에서 러시아가 누출량이 하루 약 1파운드(0.45kg)에서 2파운드(0.9kg)로 두 배 증가했다고 보고했고, 이 ‘두 배 점프’ 패턴은 2024년에도 나타났던 양상이라 NASA의 긴장을 한층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거장의 내부 압력이 약 14.7psi, 즉 해수면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속도의 누출이 곧바로 치명적 상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출이 장기간 누적되거나, 추가 균열과 결합할 경우 구조적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NASA 쪽 판단이다.
NASA “5×5 최고 위험”… 로스코스모스 “즉각 위협 없다”
이번 사태의 저변에는 이미 수년간 쌓여온 위험 인식의 괴리가 존재한다. 2024년 NASA 감사실(Office of Inspector General)이 공개한 감사·감독 보고서와 이후 보도에 따르면, ISS 프로그램은 즈베즈다 PrK 터널 공기 누출을 위험 매트릭스에서 발생 가능성과 결과 심각도 모두 ‘5’로 평가했다.
이는 NASA가 사용하는 1~5 등급 체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생 확률도 높고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영향도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구조 균열이 단순 누출을 넘어 모듈의 ‘치명적 고장(catastrophic failure)’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이는 ISS를 2030년까지 운용하겠다는 미국·동맹국의 계획 전체에 직결되는 ‘탑 세이프티 리스크(top safety risk)’로 분류됐다.
반면 로스코스모스는 이번 대피 명령 직후에도 “두 개의 누출 위치를 확인했지만, 승무원 안전과 ISS 시스템에는 즉각적 위협이 없다”고 발표하는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ISS 자문위원회 밥 카바나 의장은 2024년 회의에서 “러시아는 안전하다고 믿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미국은 위험하다고 보지만 그것을 러시아에 설득할 만큼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는데, 이번 ‘세이프 헤이븐’ 발동은 이 인식의 간극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후화된 러시아 모듈, 2030년까지 버틸 수 있나
기술적으로 이번 누출은 ‘새로운 사고’라기보다, ISS 노후화가 드러나는 반복 에피소드에 가깝다. 인도투데이(India Today)와 NASA 설명에 따르면 PrK 이동 터널 균열은 수십 년간의 극심한 온도 변화(90분마다 일출·일몰을 반복)와 장기간 진동, 재료 피로도가 누적되며 용접부 주변에서 고주기 피로(high-cycle fatigue)가 진행된 전형적 구조 열화 사례로 분석된다.
2026년 1월에는 한때 “러시아 구역의 공기 누출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는 NASA·로스코스모스의 공동 평가가 나왔지만, 당시에도 양측은 “이전 균열에 대한 모니터링과 추가 분석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어 근본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ISS는 당초 2024~2028년 사이 단계적 퇴역이 논의됐으나, 현재는 최소 2030년까지 운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정리된 상태다.
러시아가 우주정거장 자체 프로젝트(ROSS) 구상과 예산난 사이에서 ISS 후속 전략을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처럼 러시아 구역의 구조 건전성이 도마에 오를수록 ‘2030년까지 공동 운용’의 전제 자체가 기술·정치 양 측면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탈출 버튼’까지 누른 NASA… 우주 외교·상업 ISS에 던지는 시그널
이번 사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측이 결국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탈출 버튼에 손을 얹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ISS 전체를 하나의 복합 시스템으로 볼 때, 특정 모듈의 위험 인식에 대해 운영 파트너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어느 수준부터 독자적 안전조치를 발동할 것인지는 곧 거버넌스의 문제다.
NASA가 러시아의 “즉각적 위협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5명 전원을 자국·동맹이 통제하는 드래건 캡슐로 철수시키고 신속 귀환 가능 상태를 만든 것은 향후 유사 상황에서도 자율적 세이프티 스탠더드를 우선 적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우주정거장 상업화(상업 ISS), 미·러·중 3각 우주 패권 경쟁, 동맹국의 우주 협력 전략에도 직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우주 신흥국 입장에서는 “공동 플랫폼의 노후화·위험이 어떻게 관리되고, 리스크 인식이 상이한 파트너 간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는가”를 면밀히 추적해야 향후 다자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협약·거버넌스 설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