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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로스네프트 CEO “호르무즈 봉쇄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숫자로 뜯어보니 ‘高유가·低재고·OPEC+’ 3중 파도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로스네프트 이고르 세친 CEO의 “호르무즈 봉쇄 최대 수혜자는 미국 에너지 기업” 발언이 단순 정치적 레토릭을 넘어 숨겨진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주목받고 있다.

 

세친의 ‘미국 최대 수혜자론’ 핵심

 

reuters, cnbc, fortune, Yenisafaken, MarketScreener에 따르면, 세친은 6월 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주요 수혜자는 단연 미국 기업들”이라며, 워싱턴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 규칙을 미국에 유리하게 다시 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 기업들은 비경쟁적(non‑competitive) 이점을 확보했고, 고비용 공급원(high‑cost supplies)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며, 제재·군사력·해상 통제를 통해 미국산 원유·LNG의 가격·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세친의 논리는 크게 두 축이다.


첫째,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발 공급이 줄면,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는 미국산·미주·대서양 원유와 LNG에 ‘위기 프리미엄’이 붙는다. 둘째, 제재와 운송 리스크로 인해 이란·러시아산 등 고위험 산유국이 밀려난 자리를 미국·동맹국 공급이 대체하면서, 평소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던 고비용 셰일·해상 유전까지 수익성이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호르무즈 봉쇄, 어느 정도 심각한가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부 연안을 따라 형성된 좁은 해상 병목으로, 전 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초(超)전략 요충지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과 상호 충돌이 이어지면서, 해협은 ‘완전 폐쇄’보다는 군사 충돌·보험료 급등·선박 우회 등으로 사실상 기능이 크게 제약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국제기관과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경유 중동 공급 차질로 2026년 2분기 글로벌 석유 재고는 월평균 두 자릿수(백만 배럴 단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EIA는 “사실상 호르무즈가 막힌 상황에서 2026년 2분기 세계 석유 재고는 하루 평균 800만 배럴 이상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4월 한때 배럴당 13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유가 전망: 세친·EIA·IB들 ‘고유가 시나리오’ 수렴


세친은 SPIEF 연설에서 “위기가 관리되며 석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2026년 말까지 브렌트유가 배럴당 약 95달러까지 상승한 뒤 2027년에는 80~85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 EIA의 수정 전망과 방향성이 비슷하다. EIA는 4월 단기 에너지전망(STEO)에서 2026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78.8달러에서 96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상향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 생산 차질과 재고 감소”를 명시했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고는 더 강하다. JP모건은 5월 보고서에서 “OECD 상업용 원유 재고가 6월 초 ‘operational stress level(운영 스트레스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현재 속도로 재고가 빠질 경우 유가는 단기적으로 130~140달러까지 비선형(non‑linear) 급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UBS와 싱크탱크들도 “재고 버퍼가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봉쇄가 지속될 경우, 가격 폭등과 패닉 바이(사재기)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세친의 2026년 95달러, 2027년 80~85달러 전망은, EIA의 2027년 70달러대 후반 전망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중기 고유가 체제’라는 큰 방향에서는 유사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세친 특유의 정치적 수사와 달리, 정량 전망은 EIA·IB 컨센서스 상단부에 위치한 ‘매우 타이트한 시장’ 그림에 가깝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재고 공포… “운영 스트레스”와 “임계치” 경고


이번 SPIEF의 배경에는 단순한 지정학 긴장을 넘어 ‘재고 공포(inventory fear)’가 깔려 있다. JP모건은 선진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6월 초이면 운영상 필요한 최소 수준에 근접해, 추가적인 재고 인출이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아람코 역시 5월 브리핑에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글로벌 휘발유·항공유 재고가 ‘critically low levels(치명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할 위험이 있다”며, 정제제품 재고 부족이 원유보다 먼저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 분석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글로벌 석유 재고는 약 78억 배럴 수준까지 감소했으며, 이 중 실제로 시장에 즉각 투입 가능한 탄력 재고는 8억 배럴 수준에 그친다.

 

JP모건은 “혈압이 떨어지면 인체가 기능을 상실하듯, 유가 급등의 본질은 ‘양’보다 ‘순환’의 문제”라며, 최소 운영 재고를 훼손하는 수준의 재고 인출이 이어질 경우 공급망 자체가 작동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재고 구조를 감안하면, 세친이 말한 2026년 90달러대·2027년 80달러대 시나리오는 오히려 ‘질서 있는 고유가’에 해당하고, 최악의 경우 130~140달러 급등 후 수요 파괴를 동반한 경기 침체가 뒤따를 수 있다는 민간 전망이 더 극단적이다.

 

OPEC+ 메시지… 푸틴의 ‘안정·공조’ 카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러시아는 국제 유가가 균형 있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며, OPEC+가 시장 균형을 위한 핵심 메커니즘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호르무즈 리스크가 고조되더라도 러시아·사우디를 축으로 한 OPEC+가 감산·증산 카드로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안정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올해 OPEC+ 생산 할당량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러시아의 실질 생산이 제재·전쟁 여건 속에서도 합의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푸틴·세친의 메시지는 역할 분담에 가깝다. 세친이 미국을 ‘위기 수혜자’로 규정하며 정치·도덕적 책임을 묻고, 푸틴은 OPEC+ 공조를 앞세워 러시아를 ‘시장 안정자’로 포지셔닝하는 이중전략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 실제로 ‘최대 수혜자’인가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세친의 주장에는 과장과 사실이 섞여 있다. 사실관계 측면에서,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이란·걸프産 공급이 줄어들면,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셰일·미주·북해·서아프리카産 원유에 가격·수요가 쏠리는 것은 시장 구조상 자연스럽다. 또한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원유·LNG 생산국·수출국 중 하나로, 고유가·공급 불안 시기에 초과 이윤을 누리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의도적으로 호르무즈를 봉쇄해 미국 기업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부분은 정치적 해석이 강하며,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입증하기 어렵다. 근거가 부족하며, 이 부분은 세친의 ‘정치적 주장’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EIA·IEA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 역시 고유가·저재고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동맹국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정반대의 측면도 존재한다. 결국 누가 ‘최대 수혜자’냐를 떠나, 향후 1~2년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구조적 타이트(공급 부족·재고 부족)에 빠져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SPIEF의 정치·경제 함의


6월 3~6일 열린 SPIEF에는 130여 개국에서 약 2만명이 참석했고, 개막일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는 등, 포럼 자체가 ‘전쟁·에너지·제재’ 3박자를 상징하는 이벤트가 됐다.

 

이 무대에서 러시아는 “미국발 질서 재편 vs 러시아·OPEC+의 안정 메커니즘”이라는 이분법을 제시하며, 글로벌 남반구·제재 회색지대 국가들을 향해 자국의 에너지·외교 노선을 정당화하는 데 주력한 모양새다.

 

요약하면, 세친의 발언은 ‘미국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적 메시지인 동시에, EIA·JP모건·Saudi Aramco 등 주요 기관의 숫자와 묘하게 수렴하는 ‘고유가·저재고 시대 경고장’이기도 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호르무즈의 부분 재개 여부, OPEC+의 감산·증산 조합,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활용과 대선 정치, 그리고 중국·인도의 원유 조달 전략이 어떤 조합으로 맞물리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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