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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왜 회사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레버리 실험실'이어야 하는가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⑯

 

얼마 전, 한 대학교의 학생들이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나는 그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가치체계와 ESG 경영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후 기후변화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질문이 오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끝난 후 쏟아진 질문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까요?"
"학점이나 자격증 외에 면접관의 눈을 사로잡는 진짜 팁이 무엇인가요?"

 

빛나는 눈으로 '어떻게 해야 취업할 수 있는지' 묻는 청춘들을 보며, 문득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ESG 경영이라는 거시적 담론보다 그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생존'과 '안정'이 걸린 취업 방법이자 합격 팁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채용은 점점 더 힘들어질 테고 청춘들의 불안은 깊어만 가는데, 그 절박한 눈빛들 앞에서 인사담당자로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웠다.

 

◆ 평생직장의 소멸과 상시화된 커리어 불안

 

이러한 풍경은 비단 대학교 강의실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고용 시장의 흐름을 보면, 글로벌 기업들을 시작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상시화되고 있으며 꼭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면 더 이상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기조로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회사 역시 개인의 평생을 책임지는 공간이라기보다, 일정 기간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은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지금 조직 안에서 매일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우리 구성원들에게도 "내 커리어는 안전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안겨준다.

 

이 불안감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불안 앞에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된다. 소위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대부분 번아웃이나 반복되는 실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감정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장기적으로 가져오는 결과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조용히 멈춰 있는 동안, 시장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증명할 포트폴리오도, 꺼낼 이야기도 남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의 유능감과 자존감을 갉아먹는 가장 위험한 리스크가 된다.

 

◆ 회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 '성장 지향적 레버리지 실험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불안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이럴 때일수록 회사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내 뼈를 묻을 곳이 아니라, 조직의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그 과정에서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성장 지향적 레버리지 실험실'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험실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가설> 내가 이 조직에서 키우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가. 둘째, <실험 설계> 지금 맡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셋째, <데이터> 그 과정을 어떻게 기록하고 회고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있을 때, 반복되는 일상도 단순한 루틴이 아닌 자기 성장의 증거로 바뀐다.
물론 모든 조직이 이 실험실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심리적 안전감과 학습 기회에 대한 접근 가능성, 그리고 성과 외의 노력을 인정받을 여지 등이 있는 조직이라면 실험은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조직의 입장에서도 현상 유지만 고집하는 방어적인 직원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하는 직원이 많아질 때 비로소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난다. 실패의 리스크는 조직이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실험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성과는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동시에 개인에게는 어떤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역량으로 축적된다.

 

이 안전한 실험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첫째, 개인(구성원)의 입장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루틴한 업무를 '나만의 포트폴리오'로 재해석하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 필요하다. "회사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시장에 내놓을 나만의 무기를 어떻게 갈고닦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일하는 것이다.
둘째, 리더의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에 대한 '성장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 팀에서 일하면 당신의 시장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만이 진짜 프로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 변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프로들의 무기

 

강의실에서 마주했던 청년들의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의 질문이기도 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이미 조직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결국 같은 고민을 한다.

 

"이 조직에서 나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시장은 갈수록 냉혹해지겠지만, 조직의 타이틀에 의존하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은 결국 다시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오늘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그 골치 아픈 업무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은 어쩌면 당신의 시장 가치를 높여 줄 최고의 실험 재료일지 모른다.

 

회사를 평생 머물 곳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레버리지 실험실로 바라보는 순간, 불안은 조금 줄어들고 성장은 다시 시작된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는 코치이자 교육·문화 담당자입니다. 20년의 치열한 실무 경험과 워킹맘의 일상을 재료 삼아, 지나온 모든 순간이 어떻게 현재의 나로 '블렌딩'되는지 그 성장의 기록을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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