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궤도선 ‘메이븐(MAVEN)’과의 교신 두절 6개월 만에 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1~2년 수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탐사선이 11년 넘게 버티며 화성 대기 연구와 로버 통신 중계의 양대 축을 떠받쳐온 만큼, 과학계 안팎에서는 “예견된 죽음이지만 손실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6개월 침묵 끝 ‘사망 선고’
NASA는 미국 동부시간 6월 3일(현지 시각) 6개월 이상 지속된 교신 두절을 근거로 메이븐 임무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메이븐은 2025년 12월 6일 화성 뒤편을 통과하는 정례 궤도 기동 직전까지만 해도 모든 탑재 시스템이 정상으로 나타났지만, 그 직후 송수신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
NASA와 유럽, 베트남 등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이븐이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시점은 2025년 12월 6일로, 이후 6개월 동안 심우주통신망(DSN)과 그린뱅크 전파망원경을 총동원한 재접속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NASA가 꾸린 이상 현상 검토위원회는 “복구 불능 상태(unrecoverable)”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고, 이 평가가 이번 임무 종료 선언으로 공식화된 셈이다.
통제 불능 회전과 배터리 방전
NASA와 과학 전문 매체의 공통된 분석은 ‘예기치 못한 회전(스핀업)’과 그에 뒤따른 전력 시스템 붕괴다. 화성 뒤편에서 자동 안전 모드로 전환된 메이븐이 시야 밖에서 비정상 회전을 시작했고,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제대로 향하지 못해 배터리가 급속 방전되면서 통신과 자세제어 모두 마비됐다는 것이다.
행성과학부를 총괄하는 루이스 프록터 국장은 2026년 1월 브리핑에서 “데이터를 종합하면 메이븐이 급격한 회전에 빠지며 궤도가 교란되고, 배터리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방전됐다는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다만 회전이 촉발된 1차 원인, 즉 소프트웨어 오류인지, 관성휠·추진계 고장인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며 확정적 결론은 아직 없다”며 ‘근본 원인’에 선을 그었다.
설계 수명 1~2년, 실제 운용 11년
메이븐은 2013년 11월 18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틀라스 V 401 로켓에 실려 발사됐고, 2014년 9월 21일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NASA와 콜로라도대 브루스 재코스키 팀이 설계 단계에서 잡았던 과학 임무 수명은 1~2년 수준이었지만, 실제 운용 기간은 궤도 투입 후 11년, 발사 시점부터 따지면 12년 7개월에 이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메이븐은 원래 임무를 최소 다섯 배 이상 초과 수행한 뒤에야 조용히 장을 내렸다”며 ‘연장전의 끝’으로 평가했다. 베트남, 베트남어권 및 동남아 주요 매체들도 “설계 수명보다 최소 10년 가까이 더 버틴 셈”이라며 ‘과다 달성(over‑delivery)된 미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화성 대기 ‘누설’ 수치로 밝히다
메이븐의 핵심 목표는 “화성이 언제, 어떻게 두터운 대기와 표면 물을 잃고 지금 같은 차갑고 건조한 행성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수치로 답하는 일이었다. 자외선 분광계, 자력계, 이온·중성입자 분석기 등 8개 과학 장비를 통해 상층 대기(고도 약 125~6,115km)에 분포한 산소·탄소·수소 코로나와 오존 지도를 장기간 관측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NASA 자료에 따르면 메이븐 데이터는 태양 폭풍이 강할 때 화성에서 탈출하는 대기 가스 손실률이 평상시의 최대 10배 이상 치솟을 수 있다는 정량 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태양풍과 자외선에 의해 산소·이산화탄소가 수십억 년 동안 꾸준히 우주 공간으로 쓸려나가 현재 대기압이 지구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시나리오에 ‘직접 관측 근거’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통신 릴레이 허브의 공백
메이븐은 과학 탐사선이면서 동시에 통신 인프라로도 기능했다. NASA는 큐리오시티(2012년 착륙), 퍼서비어런스(2021년 착륙) 등 화성 로버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지구까지 전달하는 중계 허브로 메이븐을 활용해 왔다. 궤도 특성상 하루 여러 차례 로버 상공을 스쳐 지나가며 저전력 UHF 데이터를 수신한 뒤, 이를 X밴드로 DSN에 전송하는 역할이다.
이번 손실로 NASA는 이미 중계 기능을 화성 정찰 궤도선(MRO)과 다른 궤도선들에 분산 이관했다. 다만 10년 넘게 축적된 메이븐의 통신 운용 데이터와 궤도·자세 운용 노하우는 향후 화성 통신·항법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남게 됐다.
“다른 행성 궤도선 첫 사고 손실”
이번 사건은 NASA가 다른 행성을 공전하던 궤도선(orbiter)을 기술적 사고로 상실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화성 궤도선 손실은 주로 추진제 고갈 후 의도적 임무 종료, 또는 진입·착륙 실패 단계에서 발생했지만, 메이븐은 운용 10년이 넘은 뒤 돌발적인 자세·전력 문제로 임무를 접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관점의 후속 분석이 불가피하다.
행성과학 커뮤니티에서는 “설계 수명 대비 과도하게 연장된 운용이 장기 신뢰성을 시험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동시에 “바로 그 덕에 수성·금성·지구를 아우르는 행성 대기 진화 모델에 들어갈, 10년 단위 장주기 데이터가 확보됐다”는 옹호론이 맞선다. 현재 구성된 NASA 조사위원회는 자세제어 소프트웨어·관성휠·전력 관리 알고리즘 등 세부 항목별로 원인을 추적 중이며, 최종 보고서는 향후 화성 및 외행성 궤도선 설계 기준에 반영될 예정이다.
‘죽은 탐사선’이 남긴 전략적 함의
메이븐의 종료는 향후 화성 탐사 전략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남긴다. 첫째, 화성 대기를 장주기(10년 이상)로 추적한 최초의 상층 대기 전담 미션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인 화성 탐사와 대기 재진입선 설계에 필요한 기상·공력 환경 데이터베이스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둘째, 통신 릴레이 자산 하나를 잃은 대가로, NASA는 ‘다중 궤도선·다중 주체’ 기반의 분산형 통신망 구성을 더욱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셋째, 설계 수명을 훌쩍 넘긴 장기 운용이 가져올 수 있는 고장 모드와 ‘노후 리스크’를 실제 사례로 보여준 만큼, 향후 대형 심우주 미션에서는 ‘적정 임무 기간과 소프트 퇴역(soft retirement) 시점’을 보다 보수적으로 잡는 쪽으로 설계 철학이 이동할 수 있다.
화성의 과거 기후를 풀어낸 ‘과학 데이터’와 함께, 메이븐은 장수 탐사선이 어떻게 노후화되고, 어디서 쓰러지는지를 보여준 우주공학의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를 남기고 퇴장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