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3 (월)

  • 맑음동두천 25.1℃
  • 맑음강릉 28.9℃
  • 맑음서울 28.7℃
  • 맑음대전 26.7℃
  • 맑음대구 27.7℃
  • 맑음울산 26.4℃
  • 맑음광주 28.0℃
  • 구름많음부산 27.2℃
  • 맑음고창 27.3℃
  • 맑음제주 28.8℃
  • 맑음강화 24.2℃
  • 맑음보은 23.9℃
  • 맑음금산 24.3℃
  • 맑음강진군 27.5℃
  • 맑음경주시 24.9℃
  • 맑음거제 27.0℃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95억 바나나 작품, 프랑스에서 또 사라졌다…‘코미디언’이 찌른 예술·시장·법의 경계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프랑스 동부 메스(Metz)의 퐁피두-메스(Centre Pompidou-Metz)에서 전시 중이던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설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의 바나나가 5월 30일(현지시간) 도난당하면서, 620만 달러(약 95억원)짜리 ‘바나나 예술’이 다시 한 번 글로벌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프랑스 퐁피두-메스에서 벌어진 5월 30일의 ‘실종 사건’

 

퐁피두-메스 측에 따르면, 바나나 도난 사실은 5월 30일 오후 2시경 전시장을 순찰하던 경비 요원이 벽에 붙어 있어야 할 바나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이 작품은 파리 퐁피두 센터의 컬렉션과 함께 구성된 기획전 ‘끝없는 일요일(Dimanche sans fin, Endless Sunday)’의 핵심 작품 중 하나로, 전시는 2027년 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관측된 범행 직후 미술관은 곧바로 경찰에 절도 피해를 신고하고, 신원 미상의 범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퐁피두-메스는 성명에서 “이는 예술 작품에 대한 존중의 문제이며, 가해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형사 절차를 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품 파손’은 발생하지 않았다. 바나나는 사전에 정해진 전시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새로운 과일로 교체됐고, 미술관은 “작품은 몇 시간 만에 원래의 전시 상태로 복원되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측은 이번 행위를 “전시 경험의 일부를 관람객에게서 일시적으로 빼앗은 무례한 행위”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먹히고, 또 먹히고, 끝내 ‘훔쳐진’ 바나나


이번 사건은 이 작품을 둘러싼 ‘반복되는 도발의 패턴’을 한 단계 더 밀어 올렸다는 평가다. 퐁피두-메스에서만 보더라도, 2025년 7월 한 관람객이 동일한 작품의 바나나를 떼어 먹어치운 사건이 이미 한 차례 있었다. 당시 미술관은 바나나를 곧바로 교체하고 작품을 복원했으며, 별도의 법적 조치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시계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식용 퍼포먼스’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2019년 마이애미 아트바젤(Art Basel Miami Beach)에서 작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 미국 퍼포먼스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배가 고팠다”며 12만 달러(당시 약 1억 6,500만원)에 판매된 바나나를 그대로 먹어 치웠고, 2023년에는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한 미술학도가 전시 중이던 바나나를 떼어 먹은 뒤 “예술에 대한 실험”이라고 주장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먹힌 바나나’와 ‘훔쳐진 바나나’가 전 세계에서 반복 등장하면서, 이 작품은 단순한 설치물이 아니라 관람 행위와 미디어 반응까지를 포괄하는 ‘확장된 퍼포먼스’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620만 달러 바나나…과연 무엇이 이 바나나를 비싸게 만드는가


형식만 보자면 ‘코미디언’은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 작품의 가치는 전혀 ‘가볍지’ 않다. 2019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초기 에디션은 개당 12만 달러에 판매됐고, 2024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이 작품의 한 버전이 수수료를 포함해 620만 달러에 낙찰되며, 사전 추정가 100만~150만 달러(약 13억~20억원)를 4배 이상 뛰어넘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유로뉴스와 현지 매체들은 ‘코미디언’이 최대 580만 유로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하며, 시장 평가와 실거래가가 모두 이 작품을 ‘수십억짜리 바나나’로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퐁피두-메스는 이번 도난 사건과 관련해 “작품의 핵심 가치는 진품 증명서와 전시 방식을 규정하는 프로토콜에 있으며, 썩어 없어지는 실물 바나나 자체에는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전시 지침에 따라 약 2~3일마다 바나나를 교체하며, 미술관은 바나나가 먹히거나 썩어도 작품의 법적·경제적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카텔란 본인도 2021년 《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평이자 성찰”이라며, “아트페어에 나간다면 나도 다른 작가들이 그림을 팔듯이 바나나를 팔 수 있다. 나는 시스템 안에서 놀지만, 규칙은 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은 실물, 예술은 개념’…도난 사건이 드러낸 역설


흥미로운 지점은 법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실물 바나나 한 개’에 대한 절도이지만, 상징적으로는 620만 달러짜리 작품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술관은 “바나나는 몇 시간 만에 교체됐고 작품에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형사 고소를 통해 사안의 무게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는 2025년 동일 미술관에서 발생했던 ‘관람객의 바나나 섭취’ 사건에 대해 법적 조치 없이 넘어갔던 대응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작년에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수습됐던 일이, 올해에는 ‘형사 범죄’로 규정된 것이다. 그 사이 작품 가치는 경매 시장에서 620만 달러라는 숫자로 공식 인증됐고, 미술관으로서는 개념 작품이라 해도 반복되는 ‘도발’에 일정한 선을 그을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미디어와 시장이 이 작품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해외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 “수백만 달러짜리 바나나”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작품의 개념적 맥락보다는 가격과 사건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 결과, 카텔란이 비틀고자 했던 ‘예술의 가치 체계’가 오히려 가격 중심의 헤드라인을 통해 다시 강화되는 역설적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코미디언’이 던지는 질문…한국 미술·문화 시장에의 시사점


‘코미디언’은 2019년 첫 공개 이후 약 7년간, 먹히고, 훔쳐지고, 되팔리며 ‘확장되는 드라마’를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물질적 요소(바나나)는 수십 번 교체됐지만, 진품 증명서와 전시 프로토콜이라는 비물질적 구조는 오히려 견고해졌고, 시장 가격은 12만 달러에서 62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 미술·문화 시장에도 시사점은 적지 않다. NFT, 개념미술, 퍼포먼스 아트 등 비물질·프로토콜 기반 작품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코미디언’은 “작품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전면에 올려놓는다. 동시에, 예술 작품이 언론의 헤드라인과 소셜 미디어의 밈(meme)을 타고 가격과 상징성을 키워가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가치 생성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나나는 하루이틀 만에 갈변해 버리지만, 그 바나나를 둘러싼 개념과 계약, 그리고 세계 미술·미디어 시장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썩지 않고 계속 덧붙여지고 있다. 프랑스 미술관에서 다시 사라진 620만 달러짜리 바나나는, 결국 우리가 예술과 돈, 그리고 뉴스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비추는 일종의 ‘거울’이 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6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만약 스타벅스 2160곳이 한 달간 문을 닫는다면?…"한국 사랑방과 머무름 권리·도시 상권과 경제 인프라·고독방파제와 마음편의점까지 사라진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2026년 6월 22일 오후 3시, 전국 2,160여개 스타벅스 매장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1999년 1호점 개점 이후 27년 만에 처음 있는 전국 동시 조기 영업종료였다.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한 반성으로, 전 직원이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기 위한 조치였다. 단 하루, 그것도 오후의 몇 시간이었지만 도심의 풍경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노트북을 들고 갈 곳을 잃은 카공족, 급한 화상 회의를 앞둔 노마드 워커, 잠시 숨을 돌리려던 직장인들은 굳게 닫힌 유리문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짧은 소동은 우리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이 조기 영업종료가 단 하루가 아니라, 한 달간 지속되는 '장기 폐점' 사태로 이어진다면 우리 도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불편함을 넘어, 이 질문은 한국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상업 자본에 '머무름의 권리'를 얼마나 깊숙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시나리오 1…408만명의 '공간 난민'과 저가 커피의 한계 스타벅스가 한 달간 문을 닫았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날 현상은

[공간혁신] '뒤집힌 회화' 獨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韓 '미공개 작품' 공개…세화미술관, 8월 13일 회고展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이사장 이호진)이 운영하는 세화미술관이 지난 4월 타계한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을 연다.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는 독일 도이치바젤리츠 출신이다. 바젤리츠는 지난 4월 타계했다. 작가의 별세 소식은 전 세계 미술계에 애도의 물결을 일으켰다. 바젤리츠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이자 전후 독일 미술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한 혁신가로도 손꼽힌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기존 회화의 전통에 저항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형상을 거꾸로 그리는 '뒤집힌 회화' 기법으로 이미지에 갇힌 시선에서 벗어난 회화 언어를 정립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바젤리츠의 개인전이 열린지 20년 만의 전시다. 사후 최초로 열리는 미술관급 회고전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국내 미공개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화미술관은 바젤리츠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올해 작업한 최근작까지 선보인다. 작가가 평생 탐구한 인간 존재의 불안과 회화의 본질을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관람객들은 파격적인 화법과 강렬한 색채,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담

[Moonshot-thinking] 공급 절벽 앞에서…물류센터 시장이 나뉜다

10년 전,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가 업계의 화제였다. 연면적 약 1만평. 당시 기준으로는 업계 관계자들이 일부러 견학을 올 만큼 ‘대형’이었다. 그 센터가 지금 기준으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요즘 수도권에서 1만 5000~2만평짜리는 그냥 ‘보통’이다. 3만평은 돼야 규모감이 있다고 하고, 6만평, 10만평짜리 센터도 이미 실제 입주 사례가 여럿이다. 물류센터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달라졌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까? 답은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너무 앞질렀다. 2010년대 후반 물류센터는 오피스보다 수익률이 높은 대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이커머스 붐을 가져오면서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당시 대부분의 투자 판단이 수요 데이터가 아니라 수익률 기대에 기반을 뒀다는 점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투자 상품으로만 접근한 결과, 공급은 과잉됐고 이커머스 성장세가 꺾이자 시장은 역전됐다. 저온 물류센터에 공급이 쏠린 것도 같은 이유다.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경쟁적으로 공급이 이어졌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침체 아닌 양극화…물류센터 시장의 새 기준 그렇다고 시장 전체가

[내궁내정] 컬러를 집어삼킨 명품 브랜드와 색깔에 감춰진 심리학...에르메스·티파니·샤넬·루이비통·발렌티노·스타벅스·맥도날드·코카콜라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자네는 무슨 색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브랜드들,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색채 심리학과 철학적 의미가 숨어 있다. 단 90초. 소비자가 특정 제품에 대해 첫인상을 형성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놀랍게도 이 짧은 순간의 판단 중 62%에서 최대 90%는 오직 '색상' 하나에 의해 결정된다. 색상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다. 브랜드를 상징하고, 철학을 담아내며, 때로는 법적인 권리(상표권)로 보호받는 강력한 무기다. 특정 색상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으면, 소비자는 로고 없이도 색만으로 브랜드를 떠올리며, 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된다. 색은 기능·가격과 별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