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한 세대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인공지능(AI)·우주 테크 기업들의 메가 IPO(기업공개) 러시가 글로벌 증시 정점 논란을 키우고 있다.
businessinsider, Financial Times, Bitcoin News, The Guardian, nytimes에 따르면, 리서치 기관 TS 롬바드는 2026년 AI 대형 IPO 파이프라인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2021~2022년 약세장 직전 나타났던 ‘과열 상장 사이클’과 흡사하다고 분석하며, “내부자와 초기 투자자들이 시장 피크에서 지분을 공모시장에 떠넘기려는 시그널로 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조 달러 IPO, 프랑스 GDP급 ‘공급 쇼크’
현재 상장 대기 중인 AI·우주 빅3의 예상 시가총액만 3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5월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을 공개 제출했으며, 여러 매체는 나스닥 상장을 전제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를 약 1조7,500억~2조 달러 수준으로 보도하고 있다. 생성형 AI 강자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 역시 각각 1조 달러에 근접한 밸류에이션으로 연내 뉴욕 증시 입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앤트로픽은 6월 1일 SEC에 비공개 방식의 S-1 초안 제출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직전 시리즈 H 라운드에서 650억 달러를 조달하며 포스트머니 기준 9,650억 달러까지 몸값을 끌어올렸다. 이 평가가 그대로 주식시장에 반영될 경우, 단일 AI 스타트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성사되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TS 롬바드의 추산을 종합하면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3사의 잠재 상장 시가총액 합계는 3조 달러를 넘어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에 근접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전체 IPO 시장은 ‘양이 아닌 질’로 특징지어진다. 르네상스 캐피털 집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28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4% 급증했지만 건수 기준으로는 팬데믹 전 고점에 한참 못 미친다. 2025년 한 해 미국 IPO 시장이 조달한 금액이 450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소수 메가테크 상장이 시장 유동성 지형을 단숨에 바꿔놓을 수 있는 ‘공급 쇼크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IPO 피크는 시장 피크”…TS 롬바드가 본 역사적 패턴
TS 롬바드는 SEC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IPO 물량과 공모 규모가 급증한 국면이 2000년 닷컴 붕괴 직전과 2021년 말~2022년 초 약세장 진입 직전 시점과 겹쳤다고 지적한다. 특히 1999~2000년 벤처·테크 IPO ‘광풍’ 당시 상당수 기업의 보호예수(락업) 해제 시점이 1999년 10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집중됐고, 이는 나스닥 버블 정점 및 붕괴와 시간적으로 거의 일치한다는 NBER(전미경제연구국) 연구를 재인용했다.
이번 AI 메가 IPO 사이클도 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이 TS 롬바드의 판단이다. 우선, 상장 추진 주체가 모두 비상장 구간에서 이미 수백억~수천억 달러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후기 단계 유니콘’이라는 점에서 내부자·벤처캐피털의 엑시트 동기가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IPO 러시가 단순히 상장 기업 수가 많아지는 양적 증가가 아니라, 개별 딜 사이즈와 잠재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를 흔들 규모로 불어났다는 점에서 ‘가격 피크에서의 공급 확대’라는 고전적 버블 패턴을 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차트 오브 더 위크’ 코너에서 “수년간 비상장을 선호하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일제히 공모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2026년 하반기에는 기술주 IPO의 ‘랜드슬라이드(산사태)’가 예고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각종 락업 해제 물량과 딜 파이프라인을 단순 합산할 경우 2026년 한 해 동안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추산했다.
AI·빅테크 쏠림, ‘시스템 리스크’ 경고음
가격 사이클 상단 논란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는 시장 집중도다. S&P500은 2022년 말 이후 약 79%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브로드컴 등 소수 AI 수혜 대형주가 견인해 왔다는 분석이 월가 리포트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여러 투자은행과 데이터 제공업체 집계를 종합하면 2025년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액의 약 60% 안팎이 AI 관련 스타트업과 인프라에 집중되는 등 자본 배분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AI 편중 랠리’가 실적·현금흐름이 아닌 기대와 내러티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5년 기준 연간 매출 187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49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2026년 1분기에도 42억8,000만 달러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역시 2026년 한 해 140억 달러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는 시장 추정이 나오는 등, 시가총액은 조 단위지만 일반회계 기준으로 흑자를 내는 곳은 상장 대기 빅3 가운데 한 곳도 없다는 지적이 투자자 노트를 통해 제기된다.
앤트로픽의 경우 시리즈 H 라운드 기준 연간 매출 런레이트가 47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SEC에 제출된 비공개 S-1의 상세 손익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비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순이익 전환 여부는 “확실하지 않음”이 현재로선 합리적인 평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와 사모펀드는 AI 인프라·모델·에이전트에만 2026년 한 해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수 있다는 추정치를 제시하며 ‘초거대 AI 베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버블’이냐 ‘리셋’이냐…투자자에게 남은 질문
TS 롬바드는 “메가캡 기술 기업들이 너도나도 공모시장에 서두르는 모습은 1999년 말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며 “상장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자들이 지금이 최적의 엑시트 타이밍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두고 “닷컴 버블이 보여주듯, 메가 IPO 러시는 때로 주가 호황의 ‘천장’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닷컴 버블과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기에는 AI 기술의 실물 적용 범위와 생산성 잠재력이 과거 인터넷 초기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레딧과 전문 리서치 보고서들에서는 “버블 붕괴가 오더라도 AI 자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부실 프로젝트 정리와 선별 과정을 거쳐 장기 승자만 살아남는 ‘리셋’ 국면에 가깝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결국 투자자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밸류에이션을 ‘성장 옵션 프리미엄’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자 매도와 IPO 홍수, AI 편중 랠리를 닷컴 버블 말기와 같은 경고 신호로 받아들일 것인가. TS 롬바드가 쏘아 올린 ‘닷AI 버블’ 경고음이 단순한 과잉 우려로 끝날지, 2026년을 새로운 변곡점의 연도로 기억하게 만들지는,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의 증시 데뷔가 그 방향을 드러내 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