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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내궁내정] "묻고 더블로 가!" 2배 레버리지 ETF 광풍과 카지노 마틴기법…수학과 심리가 만든 ‘필승신화’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 불장 모드로 들어가자 “수익을 두 배로 키우겠다”는 개미자금이 레버리지 ETF로 거세게 쏠리고 있다. 5월 27일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첫날, 거래대금은 ‘10조4180억원’을 기록하며, 사흘 만에 28조원에 육박하는 돈이 몰렸다.

 

2배 레버리지 ETF, 왜 이렇게 몰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날,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일부는 하루에만 18%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레버리지에 올라탄 개미들, 하루에 한 달치 수익”이라는 식의 헤드라인을 낳았다. 당국이 고위험성에 경고 메시지를 냈음에도 “두 배·세 배로 벌자”는 슬로건에 이끌린 ‘간 큰 개미들’이 교육 사이트를 마비시킬 정도로 몰렸다.


2배 레버리지 ETF 열풍은 ‘빨리 본전 찾고, 더블로 가고 싶다’는 개미 투자자의 심리가 카지노의 마틴기법과 겹쳐진 전형적인 마틴 효과의 주식시장 버전으로 읽을 수 있다.

 

카지노 마틴기법과 레버리지 ETF, 구조는 다르지만 심리는 닮았다

 

마틴기법(마틴게일 베팅법, Martingale)은 “한 판 질 때마다 직전 베팅액의 두 배를 다시 거는 방식”의 카지노 베팅 시스템이다. 카지노에서 지면 베팅액을 두 배로 올려, 언젠가 한 번 이길 때 모든 손실을 만회하고 처음 베팅액만큼 이익을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승률이 50%, 배당이 2배인 룰렛의 ‘빨강/검정’이나 동전 던지기 게임을 가정하면, 1단위로 시작해 질 때마다 2배, 4배, 8배…로 베팅을 키우다가 한 번이라도 이기면 지금까지의 모든 손실을 회수하고 최초 베팅액 1단위만큼의 순이익이 남는다.

 

하지만 주식·파생 상품 시장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하락할 때마다 더 많이 사서, 언젠가 반등하면 손실을 한 번에 회복하겠다”는 식의 극단적 물타기·레버리지 매매로 번역돼 왔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구조적으로 마틴 매매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손실을 빨리 만회하고 수익을 ‘2배 레버리지’로 확대하고 싶다는 심리 면에서 마틴과 매우 유사한 집단 심리를 자극한다. 실제로 주식 투자 칼럼들 중 상당수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무턱대고 물타기를 하다가, 심지어 레버리지까지 끌어다 쓰는 행태를 마틴게일 전략의 변종”으로 지적한다.

 

'상남자' 개미들의 행동, ‘극단적 물타기’라는 마틴 효과


국내 투자자 커뮤니티엔 “상남자의 마틴게일 투자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해당 글은 승·패를 일 단위 등락률로 정의한 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다음날 1.5%만 오르면 전체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오도록 매수 규모를 늘리는 식의 ‘극단적 물타기’ 방식을 소개했다.

 

또 다른 블로그 글에서는 “마틴매매법”을 “손실이 날 때 투자금을 올려서 수익금으로 손실금을 커버하는 방법”으로 소개하며, 차트상 매도·매수가 5대5라면 연속 하락이 나올 확률은 줄어든다며 마치 도박 게임 판에 마틴을 적용하듯 주식 거래를 설명한다.

 

이런 관점은 “연속으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잘못된 직관, 즉 도박사의 오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마틴기법과 동일한 심리 기반 위에 서 있다.

 

주식·FX 매매에서 마틴형 전략을 쓰다 ‘좋은 수익률을 길게 보여주다 계좌가 한 번에 0이 된 사례’를 공유하는 글도 적지 않다. 한 블로그는 “수익률 2,500%까지 우상향하다가 결국 계좌 잔고가 0이 된 마틴게일 매매 백테스트 사례”를 들며 “마틴의 본질은 손절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레버리지 ETF와 마틴, 수학적으로 닮은 점과 다른 점


마틴기법은 확률 50%·배당 2배의 공정게임에서 손실시 베팅을 2배씩 키우는 시스템이다. 반면 2배 레버리지 ETF는 지수 또는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으로, 상품 구조상 매일 재조정(리밸런싱)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수와 다른 경로를 그리는 ‘음의 복리 효과(볼래틸리티 드래그)’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해 동안 코스피 지수가 크게 흔들리던 2020년 기준, 코스피를 2배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2X ETF는 개인 순매수 1조9,693억원(약 2조원)에 달했지만, 누적 수익률은 –71.98%를 기록했다. 이는 방향만 맞으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횡보·변동성 구간에서는 지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손실이 누적되는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학적으로 보면, 마틴은 기댓값이 0인 게임에서 분포의 꼬리를 길게 만드는 전략이고, 레버리지 ETF는 기댓값 자체가 시장 방향과 변동성에 따라 왜곡되는 구조를 가진다.

 

둘 다 공통적으로 “자주 조금씩 이기고, 가끔 크게 잃는” 비대칭 위험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효과는 닮아 있다.

 

‘두 배’의 유혹 뒤에는 손실회피와 FOMO


행동재무학적 관점에서 레버리지 ETF 광풍은 두 가지 심리가 겹친 현상으로 해석된다.

 

우선 하락장에서 물타기·레버리지 매수로 “본전만 찾고 나오겠다”는 심리는 마틴기법과 동일한 손실 회피 구조다. 또 FOMO(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는 레버리지 광풍의 배경으로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도,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구조적 불안”과 “남들보다 더 벌어야 인정받는 경쟁 압력”, “나이별 적정 자산 기준” 같은 사회적 압박을 지적한다. 즉 개미들이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모르는 게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강박 속에서 방향이 맞으면 수익률이 폭발하는 상품에 스스로 뛰어든다고 분석했다.

 

마틴기법에서 ‘연패만 피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믿는 도박사처럼, 레버리지 투자자들도 “몇 번만 맞으면 인생역전”이라는 서사를 공유하며 위험을 합리화하는 셈이다.

 

주식시장 속 ‘마틴 효과’, 계좌를 잠식하는 메커니즘


콘텐츠·블로그·유튜브에서 마틴·레버리지 전략을 다루는 글과 영상들은 공통적인 패턴을 보인다. 초기에는 우량주를 대상으로 소액으로 시작해 “정해둔 규칙대로만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하락할 때마다 매수 규모를 키우며 평균 단가를 낮추고, 한 번 반등에 ‘드라마틱한 복구’를 보여주는 사례를 전면에 내세운다. 장기간 우상향 백테스트 결과, 수익률 100%·200%를 인증하며 ‘검증된 전략’이라는 인상을 심어 준다.

 

게다가 동전이 연속으로 앞면이 나와도 다음에도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지만, 많은 사람은 “이 정도 연속으로 졌으니 이제는 이길 차례”라고 느끼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도 심리적으로 한몫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동전 던지기보다 훨씬 비대칭적이다. 한 블로그 분석에 따르면, 마틴 매매는 “손절하지 않겠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추세가 반대로 강하게 이어지는 손실 구간에서 오히려 진입 규모를 늘려 계좌 전체를 날리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 쇼크 등 급락장에서 레버리지·마틴형 전략을 동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 사례와도 맞물린다.

 

마틴기법이 위험한 이유는, 위험이 ‘느리게’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초기 베팅액을 1만원으로 두고 패배할 때마다 두 배로 올린다고 가정하면, 10번만 연속으로 지더라도 1023만원을 베팅해야 겨우 ‘원금을 회수하고 1만원’이 남는 구조다. 10연패 확률은 공정한 50% 게임 기준 약 0.0977%(102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마틴을 계속 반복할수록 언젠가는 이 ‘희귀한 재난 시퀀스’를 맞을 확률이 점점 1에 가까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커뮤니티 분석 글에서는, “전 재산 수준의 돈을 벌고 싶어 마틴을 무한 반복하면, 장기적으로 전체 자산을 잃을 확률이 60%대, 성공확률은 30%대로 떨어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인용된다. 이 수치는 “마틴이 당장은 자주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터질 때 크게 터지기 때문에 장기 생존 확률이 오히려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규제 당국이 보는 레버리지, ‘투자’인가 ‘도박’인가

 

마틴기법은 이미 카지노를 넘어 주식, FX마진, 암호화폐, 스포츠토토 등 다양한 영역으로 번져 있다. 국내외 트레이딩 커뮤니티에서는 “손실 포지션이 나올 때마다 다음 주문의 규모를 n배로 늘려 손실을 만회한다”는 형태의 변형 마틴 전략이 다수 소개되고 있고, 일부 자동매매 봇·카피트레이딩 서비스도 초기에 이런 전략을 내세웠다가 장기적으로 계좌가 폭발한 사례가 보고됐다.

 

실제 FX·코인 시장에서는 단일 통화·자산이 하루 수%~수십%까지 단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에, 마틴식 물타기는 카지노보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당국은 고위험 파생·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사전 교육, 투자경고,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강화해 왔지만, 최근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장과 함께 또 다른 “도박 vs 헤지” 논쟁이 불거졌다.

 

레버리지 ETF는 분명 합법적인 투자상품이며, 단기 헤지·트레이딩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문 투자자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문제는 “장기 투자”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마틴 심리에 가까운 고배율·물타기 행태를 반복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을 ‘카지노 칩’처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묻고 더블로 가자’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 광풍과 마틴기법의 공통점은, 결국 평범한 수익률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시대의 조급함이다"면서 "월급만으로는 ‘나이별 적정 자산 기준’을 맞추기 힘든 현실, 뒤처지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경쟁 사회에서, 2배·3배 레버리지와 마틴형 물타기는 합리적 계산이 아니라 존재 불안에 대한 해열제처럼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거 도박이론·행동재무학·실전 투자 사례가 반복해서 보여주듯, 마틴이든 레버리지든 기댓값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지 못하는 전략이 위험만 키운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블로 가자’는 주문을 외우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수익을 두 배로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파산 가능성을 두 배로 키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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