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 구간으로 치솟으면서, 양사 최고경영진의 자사주 평가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임원은 평균 매입가 대비 40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AI 칩 랠리’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임원 5명 보유주식, 평가액 1012억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사장급 이상 등기임원 5명이 보유한 자사주 평가액은 5월 29일 종가 기준 1,012억원에 달했다. 이들 보유 주식은 삼성전자 3명, SK하이닉스 2명으로, 주가 급등에 힘입어 평가이익만 수백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특히 이번 수치는 삼성전자가 30만원대, SK하이닉스가 200만원대를 돌파하며 형성된 고점 구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곽노정·차선용, ‘200억대’·‘400%대’ 수익률
가장 두드러진 수혜자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이다. SK하이닉스 사장 겸 CEO인 곽노정 대표는 1만 4,312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5월 29일 종가(주당 약 233만 3,000원)를 기준으로 평가액은 약 333억 9,000만원에 이른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 차선용 사장이 단연 1위다. 차 사장은 총 6,834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매입단가는 약 43만원, 평가액은 약 159억원으로 이 중 130억원이 평가이익으로 추산돼 수익률이 4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고수익 배경에는 올 5월 초 단행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이들 SK하이닉스 임원은 5월 6일경 주당 13만 8,980원 안팎의 행사가로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당시 시장 주가는 이미 80만~88만원대 수준까지 올라 있었다. 행사가와 시장가의 괴리가 커지면서 단번에 수백 퍼센트대 평가이익이 실현된 셈이다.
삼성전자 노태문, ‘저가 매집’으로 300%대 수익
삼성전자 쪽에선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이 가장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사장은 약 9만 8,000주를 보유 중이며, 최근 삼성전자 주가(31만 7,000원 수준)를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31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노 사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주당 평균 약 7만 1,000원 수준에서 2만 8,000주를 장내 매수한 것으로 공시돼 있다.
직접 매수한 물량만 놓고 보면 최근 주가 기준 약 34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단기간 ‘옵션 잭팟’이 아닌, 장기간 주가 부진 구간에서의 ‘묵묵한 저가 매입’이 AI 랠리 국면에서 결실을 본 사례로 풀이된다. 같은 삼성전자 임원 중에서도 네트워크나 파운드리 등 다른 사업부 사장들의 수익률은 180~240% 수준으로 집계되며, 이들 역시 수십억원대 평가이익을 올렸다.
AI 칩 랠리, 시가총액 1조 달러·주가 400% 폭등
임원들의 ‘황금 수익률’은 결국 AI 반도체 주가 랠리의 압축판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선점 효과를 앞세워 2025년 한 해 200%가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들어서만 235~250% 추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598조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2위권에 진입,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기술주 반열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역시 AI 서버용 DDR5와 HBM 생산 확대 기대로 이른바 ‘30만원 삼성’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년여 사이 40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집계되며, 이는 2022~2023년 긴 반도체 불황을 통과한 뒤 ‘AI 재평가’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용량 DRAM, 고성능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가격과 가동률, ASP(평균판매단가)가 동시 개선되는 전형적인 슈퍼사이클 국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 마라톤 5km 지점”…2027년까지 ‘초과 수요’ 전망
주목할 지점은, 임원들의 고수익에도 불구하고 증권가가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KB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내년 메모리 가격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현재 업황은 마라톤으로 치면 겨우 5km 지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기 급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AI 서버 증설과 디바이스 고사양화가 맞물린 구조적 수요가 최소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메모리 초과 수요 환경은 적어도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CAPEX(설비투자) 증설에도 불구하고 수요 성장 속도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진단했다.
해외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로이터 등 주요 매체가 SK하이닉스의 1조 달러 돌파와 삼성전자 주가 랠리를 집중 조명하며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 “NVIDIA의 전략 파트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주-임원 이해 일치’인가, ‘옵션 잭팟’인가
이번 사례는 한편으로는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어떤 레버리지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장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경우 주가 부진기 동안 수년간에 걸쳐 장내 매수를 이어간 결과, AI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장기 주주의 전형적인 성과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여지가 크다.
반면 SK하이닉스의 400%대 수익률 사례는 스톡옵션 행사 시기와 구조에 대한 시장의 감시를 다시 한 번 자극할 수 있다. 행사가와 시장가의 괴리가 클수록, 그리고 주가 레벨이 고점에 근접할수록 ‘성과보상’이 ‘잭팟’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AI 버블 논란 속에서 경영진의 익절 타이밍과 주주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향후 지배구조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칩 랠리의 초입’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400% 수익률을 손에 쥔 임원들이 향후 어떤 타이밍에 매도에 나서는지 역시 시장이 예의주시할 다음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