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월)

  • 맑음동두천 17.0℃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20.7℃
  • 맑음대전 22.4℃
  • 구름많음대구 21.4℃
  • 구름많음울산 20.2℃
  • 구름많음광주 21.2℃
  • 흐림부산 22.1℃
  • 구름많음고창 20.3℃
  • 비제주 22.7℃
  • 맑음강화 18.7℃
  • 맑음보은 18.7℃
  • 구름많음금산 19.5℃
  • 구름많음강진군 22.0℃
  • 구름많음경주시 19.2℃
  • 흐림거제 20.9℃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코끼리가 사라지면, 땅 속부터 무너진다…프린스턴·사이언스, ‘쇠똥구리 공동멸종’의 경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 감소가 결국 쇠똥구리의 ‘공동 멸종(co-extinction)’으로 이어진다는 정량적 증거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초대형 초식동물의 퇴장이 곤충, 토양, 식생, 심지어 농업과 인간 경제까지 연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태학계의 오래된 가설이 현실의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EurekAlert!, bioengineer, Newsfromscience, Princeton University에 따르면, 수십 년간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연결성이 높은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인 공동 멸종, 즉 그에 의존하는 생물들의 연속적인 소멸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론화해 왔다. 이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생 피노테 히이스만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 현상에 대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가 사라지자 쇠똥구리 개체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코끼리 빠지자… 쇠똥구리 67% 증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피노테 히이스만(Finote Gijsman) 등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Mpala Research Centre)의 장기 실험 데이터(UHURU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코끼리 출입을 차단한 구역과 그대로 둔 구역을 15년에 걸쳐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5월 28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Importance of elephants for dung beetle biodiversity and ecosystem function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숫자는 명확했다. 코끼리가 없는 구역에서는 쇠똥구리 개체수 67% 감소, 쇠똥구리 생물량(biomass) 51% 감소, 쇠똥구리 종수 23% 감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사전에 구축한 생태 네트워크·공동멸종 모델이 “코끼리 소실 시 쇠똥구리 종의 약 28%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장기간 현장 관측치는 이 값에 근접하게 수렴했다. 이론이 아닌 자연 실험을 통해 ‘연결고리 종(key node)의 소멸 → 연쇄적 공동 멸종’이라는 도미노가 계량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한 마리 코끼리 = 하루 200만 마리 쇠똥구리의 식탁


왜 하필 코끼리일까. 연구진은 2021~2025년 사이 현장에서 채집한 179종의 쇠똥구리를 대상으로 어떤 동물의 배설물에 가장 강하게 끌리는지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코끼리 배설물은 얼룩말·버팔로·기린·소 등 다른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보다 1.5배에서 최대 24배까지 더 많은 쇠똥구리를 끌어들였다. 조사된 전체 쇠똥구리 종의 약 3분의 2가 코끼리 배설물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코끼리는 포유류–쇠똥구리 네트워크의 ‘가장 연결성이 높은 노드’로 규정됐다.

 

코끼리 한 마리의 ‘생산량’도 압도적이다. 성체 코끼리는 하루 약 136kg의 식물을 섭취하고, 최대 90kg에 이르는 배설물을 쏟아낸다. 다른 초식동물의 배설물과 달리, 양도 많고 섬유질이 풍부해 다양한 쇠똥구리 군집에게 대형 뷔페를 제공하는 셈이다.

 

2024년 덴버 자연과학박물관 연구(Frank Krell 등)는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성체 코끼리 한 마리가 하루에 최대 212만 마리(2.12 million)의 쇠똥구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프린스턴 연구가 제시한 ‘코끼리 없는 구역의 쇠똥구리 붕괴’는 이 선행연구의 수치를 현장 생태계 차원에서 재확인해 준 셈이다.

 

“가축으로는 대체 불가”… 생태계 서비스 피해액은 수십억 달러 규모


연구팀은 소와 버팔로 등 가축이 많이 방목되는 지역도 함께 조사했다. 그러나 가축의 배설물이 아무리 풍부해도 쇠똥구리 개체수와 종다양성은 코끼리가 있는 구역에 비해 현저히 낮게 유지됐다. 코끼리의 생태적 기능, 특히 배설물을 매개로 한 곤충 네트워크 형성은 소·버팔로 등 가축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토드 팔머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부교수는 “코끼리를 잃는다는 것은 단지 코끼리 한 종을 잃는 것이 아니다. 쇠똥구리 다양성의 상당 부분과, 그들이 제공하는 생태계 기능 전체를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생태계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2014년 미국 목초지 연구에서는 쇠똥구리가 제공하는 배설물 분해·해충 억제·토양 개선 등의 서비스를 연간 3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호주에서는 목축업 현장에서 쇠똥구리의 환경·경제적 효과를 “연간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미국 남부 아열대 초지 연구에서는 쇠똥구리 개체수 증가만으로 목초 이용 가능 면적이 늘어나, 플로리다 지역 목축업 수입이 연간 약 92만 달러에서 최대 136만 달러까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정량 분석도 제시됐다.

 

프린스턴–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이러한 선행 경제학 연구를 종합해 “코끼리 배설물에 의존하는 곤충 군집이 수행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코끼리 보호는 더 이상 ‘카리스마 있는 대형동물 보전’의 감성에만 기대는 이슈가 아니라, 토양·목축·농업·기생충 통제 비용과 직결되는 실물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똥이 늦게 썩는 순간, 사바나의 미래도 늦어진다


쇠똥구리 감소는 생태계 기능의 계량적 붕괴로 곧바로 이어졌다. 연구진이 코끼리 유무에 따라 배설물 분해 속도와 씨앗 분산률을 비교한 결과, 쇠똥구리가 줄어든 구역에서 배설물 분해는 유의미하게 느려지고, 씨앗 분산 역시 감소했다. 이는 양분 순환 지연, 토양 유기물 축적 악화, 식물 재생 저하, 기생충·병원체의 장기 생존 증가로 연결된다.

 

UHURU 실험의 기존 연구들에서도 대형 초식동물을 제거하면 특정 풀·관목이 과잉 번성하거나, 반대로 일부 식물과 소형 포유류가 감소하는 등 ‘조각난 해체(piecewise disassembly)’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그 해체의 숨은 매개로 “코끼리–쇠똥구리–토양–식생”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생태 인프라를 정량적으로 드러냈다.

 

팔머는 “코끼리는 사바나 생태계의 기반 시설(infrastructure)과 같다. 그 배설물이 곤충 군집 전체를 부양하고, 이 곤충들이 수행하는 서비스는 매년 수십억 달러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생태계 보존 정책에 주는 시그널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사례지만, 메시지는 글로벌하다. 첫째, 보전 정책의 단위가 ‘종(species)’을 넘어서 ‘상호작용(interactions)’과 ‘네트워크’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했다. 둘째, 대형 초식동물 관리와 가축 방목 정책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토양 곤충·분해자 네트워크까지 통합한 장기 시뮬레이션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계량해 보전·복원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에 반영해야 한다는, 환경경제학의 오래된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관건은 속도다. 코끼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동아프리카조차 서식지 파괴·불법 밀렵·인간–야생동물 갈등으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코끼리가 일정 임계점(threshold)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땅 속에서부터 생태계 기능이 연쇄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코끼리를 지키는 일’이 곧 ‘보이지 않는 쇠똥구리와 토양, 그리고 인간 경제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정책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가, 향후 국제 보전·기후·농업 의제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2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50년 달린 잠수교, 보행전용교 변신…‘795m 한강 거실’의 실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잠수교에서 자동차가 사라진다. 1976년 개통 이후 50년 만이다. 한강 남북을 연결하던 차량 통행로는 강 위를 걷고 머무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자동차를 걷어내는 데만 있지 않다. 얼마나 빨리 건너느냐로 평가받던 다리를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느냐로 평가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있다. 서울시는 10월 26일 0시부터 잠수교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2027년 8월까지 보행데크 확장과 포장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차로 두 개를 비운 뒤 18년, 다리 전체를 사람에게 잠수교의 보행화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아니다. 서울시는 2008년 기존 왕복 4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이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통해 일정 시간 차량을 막고 다리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조치는 부분적인 보행공간 확보와 일시적인 차량 통제를 상시적인 공간 전환으로 확장하는 단계다. 사업 대상은 길이 795m, 너비 18m의 다리다. 잠수교는 한강 수면보다 약 2.7m 높게 지어졌다. 수면과 가까운 위치는 차량 통행시설로서는 침수에 취약한 조건이지만, 보행공간으로서는 강물

[공간사회학] 왜 고양이는 병원을 찾아왔을까…소아병동에 남을 그림, 기다림 곁에 놓일 위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병원에서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린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람은 자주 말이 없어진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어떤 말도 쉽게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있다. 올가을 창원의 한 병원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은 말을 걸지 않는다. 푸른 눈으로 올려다보고, 꽃 그늘에서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벤치 위에서 쉬거나 숲속에서 서로 몸을 기댄다. 그림 앞에 선 사람에게 다가오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다만 저마다의 자리에서 관람객을 바라본다. 김주성 작가의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가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열린다. 병원 1층 로비 특별전시실에 회화 45점을 선보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소아과에서 치료받는 아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작가의 뜻에서 출발했다. 작품 일부는 소아병동에 기증될 예정이다. 도록 첫머리에는 전시 제목과 짝을 이루는 문장이 적혀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이 문장은 전시를 읽는 하나의 열쇠다. 처음에는 사람이 고양이를 구경한

[공간사회학] 몽골 게르의 생존공학 "영하 50도 혹한차단의 비밀"…둥근 천막·하나와 토노·천장 구멍과 불·호이모르·무빙 기후장치·아르갈 순환경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0월 첫째 월요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World Habitat Day)’이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설계돼야 하는지, 인간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집이란 무엇인지, 고층 아파트와 스마트시티가 만든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50도에 이르는 몽골 대초원에도 ‘적정 주거’에 대한 오래된 답이 있다. 목재 골조 위에 양털 펠트를 덮은 둥근 집, 게르다. 유엔해비타트는 2026년 세계 주거의 날의 화두로 ‘모두를 위한 적정 주거(Adequate Housing for All)’를 제시했다. 이는 집을 단순한 건물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안전·건강·에너지·공기·돌봄·존엄을 보장하는 삶의 기반으로 보자는 제안이다. 게르는 바로 이 질문의 가장 극적인 사례다. 이동 가능한 펠트 주거는 초원의 바람과 한파에 적응한 지혜였지만, 오늘날 석탄 난방과 실내외 미세먼지, 낮은 단열 성능이라는 현실적 한계도 동시에 안고 있다.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뉴스스페이스는 영하 50도의 겨울을 건너온 몽골 게르를 통해 다시 묻는다. 인간을 지키는 집은 얼마나 두꺼운 벽을 가

[랭킹연구소] “강남역 이름값 11억” 서울 지하철, 10년간 280억…역명 병기권 금액 TOP5, 강남역>을지로3가역>을지로입구역>선릉역>역삼역 順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지하철역의 괄호 속 기업·기관명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라, 유동인구와 상권·브랜드 노출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 ‘도시형 광고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도입한 유상 역명 병기 사업으로 올해 8월까지 약 280억원을 거둔 가운데, 2호선 강남역은 치과의원에 3년간 11억1100만원에 낙찰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0년 280억, 38개 역의 ‘이름값’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276개 역 가운데 유상 역명 병기가 시행 중인 곳은 38개 역이다. 환승역은 한 곳으로 계산한 수치다. 2016년 사업 도입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입은 약 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약 28억원, 현재 병기 운영 역 수 기준으로는 역당 누적 약 7억4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실제 금액은 역별 유동인구, 상권의 성격, 인근 업종의 광고 수요에 따라 크게 갈린다. 최근 5년간 수입만 약 177억원으로, 전체 누적 수입의 약 63%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역명 병기가 초기 실험 단계를 넘어 서울교통공사의 비운임 수익 모델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음을 뜻한다.

[공간사회학] 피라미드 등반 '인생샷' 대가 "평생 이집트 땅 못밟는다"…세계 관광의 날(9월 27일)과 '유적 무단등반'의 유혹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9월 27일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뉴스스페이스는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려는 욕망이 인류의 문화유산과 충돌하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과 SNS가 여행의 풍경을 바꿨다. 낯선 장소를 보고 느끼는 일만큼이나,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진과 영상으로 증명하는 일이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됐다. 하지만 더 높은 곳, 더 위험한 곳, 더 남들과 다른 한 컷을 향한 경쟁은 때때로 관광객을 출입 금지선 너머로 이끌고, 수천 년을 버틴 유적을 훼손과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세계 관광의 날은 관광이 지역경제를 움직이고 문화 간 이해를 넓히는 힘인 동시에, 방문하는 장소와 공동체에 책임을 져야 하는 활동임을 되새기는 날이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 명소에서는 ‘인생샷’을 위한 무단등반과 출입 통제 위반, 무분별한 촬영이 오버투어리즘의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한 사람의 짧은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될수록, 이를 모방하려는 이들이 뒤따를 가능성도 커진다. 뉴스스페이스는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이집트 쿠푸왕 피라미드를 무단으로 등반한 독일 청년 안드레이 치시엘스키의 사례를 통해 SNS 인증 욕구와 문화유산 보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