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엔비디아가 2026년 3월 이후 불과 석 달 사이 광자(포토닉스) 기술 기업들에 최소 65억 달러(약 8.8조원) 이상을 약정·투자하며 AI 인프라의 ‘배선’을 전기에서 빛으로 갈아타는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CNBC와 복수의 해외 매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포토닉스 전문 기업 Lumentum, Coherent, Marvell에 각각 20억 달러씩, 총 60억 달러를 집행하거나 약정했으며, Corning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광자 스타트업 Ayar Labs의 5억 달러 시리즈 E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이들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구매 계약과 생산용량 선점 권리를 포함한 전략적 공급망 구축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엔비디아가 ‘빛 기반 AI 공장’이라는 중장기 로드맵을 사실상 공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Coherent·Lumentum·Marvell·Corning·Ayar Labs, ‘광자 라인업’ 완성
구체적인 투자 행보를 보면, 엔비디아는 3월 초 Coherent와 Lumentum에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레이저·광네트워킹 부품에 대한 수년 간의 우선 공급권과 멀티빌리언(수십억 달러) 수준의 구매 약정을 동시에 체결했다. 이어 3월 31일에는 Marvell Technology에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하며 커스텀 칩, 실리콘 포토닉스, NVLink 호환 네트워킹까지 아우르는 협력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엔비디아가 후원해 온 Ayar Labs는 5억 달러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7억 5000만 달러를 인정받았고, 엔비디아는 Neuberger Berman·ARK Invest·카타르투자청(QIA)과 함께 라운드에 참여해 광자 I/O 스타트업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5월 6일에는 Corning에 5억 달러를 집행,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에 광섬유 공장 3곳을 신설해 미국 내 광학 제조 능력을 10배 확대하고 최소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구리선이 만든 AI ‘전력병목’, 포토닉스로 뚫는다
포토닉스는 GPU, 메모리, 네트워크 칩, 서버, 데이터센터 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처리하는 기술로, 같은 대역폭을 훨씬 낮은 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해법으로 꼽힌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GTC 키노트에서 자사의 Spectrum‑X 이더넷·Quantum‑X 인피니밴드 스위치를 통해 실리콘 포토닉스를 스위치 내부에 직접 통합하는 ‘코패키지드 옵틱스(co‑packaged optics)’를 선보이며, 1.6Tb/s 포트당 속도와 4배 적은 레이저로 3.5배 높은 전력 효율, 10배 향상된 네트워크 복원력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장 크기의 데이터센터에서 수백만 개의 GPU를 연결하려면 기존 구리 기반 전기 인터커넥트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실리콘 포토닉스가 없이는 AI 공장을 확장할 수 없다”고 밝히며, 전 세계가 보유한 것보다 훨씬 큰 포토닉스 생산용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력은 그대로, 성능은 확장”…애널리스트들이 본 전략적 의도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빈 응우옌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포토닉스는 엔비디아가 전력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AI 인프라를 수평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전기·구리 기반 솔루션이 전력·발열 한계에 부딪히기 전에 광자 기술을 앞당겨 상용화하려는 선제적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콜렐로 역시 차세대 AI 랙 솔루션이 필요로 하는 방대한 대역폭을 맞추려면 광학 연결이 필수적이라며, AI 모델 규모와 사용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구리선은 결국 병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발표한 실리콘 포토닉스 스위치는 기존 플러그형 트랜시버 대비 4배 적은 레이저로 동일 혹은 그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면서, 데이터센터당 ‘수십 메가와트’의 전력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부 시험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빛’으로 달리는 AI 랠리…관련주 주가도 두 자릿수 급등
엔비디아의 공격적인 광자 투자 소식은 포토닉스 관련 상장사들의 주가 랠리로 직결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2026년 들어 Lumentum 주가는 연초 이후 134% 급등했고, Coherent는 96% 상승했으며, Marvell은 122% 오르고 Corning도 1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집계에서는 엔비디아 투자·협력사 그룹이 전반적으로 ‘두 배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오며, 포토닉스가 단기 테마가 아닌 구조적 성장 스토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 고객이 아니라 대주주·전략 파트너로서 투자·공급망·기술 로드맵을 동시에 조율할 수 있게 되면서, AI 인프라의 ‘발목’을 쥐고 있는 광자 부품 공급 리스크를 상당 부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상용화 시점은 2028년 이후…“투자자 인내 시험될 것”
다만 기술적·제조적 난이도 탓에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IDC 및 Futurum Group의 분석가인 닉 페이션스는 광학·실리콘 부품 간 정밀 정렬이 요구되는 패키징 공정이 조금만 오차가 나도 모듈 전체를 폐기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며, 포토닉스의 과학적 유효성은 입증됐지만 ‘대량생산의 공학’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제조 난제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대규모 통합과 상용 배치는 2028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2026~2027년은 설비 증설과 공정 안정화에 들어가는 과도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65억 달러 투자 역시 단기간 실적 개선보다는, 2030년대 AI 인프라 경쟁에서 전력·대역폭 제약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인프라 옵션 비용’에 가깝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 공장’ 패러다임 전환…GPU 이후 인터커넥트가 승부처
결국 엔비디아의 65억 달러 포토닉스 베팅은 GPU 성능 경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AI 공장’으로 묶어내는 네트워크·전력 아키텍처 경쟁으로 전장을 넓히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리콘 포토닉스 스위치와 Spectrum‑X 플랫폼을 통해 엔비디아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한 지연(latency)·대역폭 개선이 아니라, AI 팩토리 전체의 와트당 성능(watt‑per‑performance)을 끌어올려 전력·냉각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은 GPU를 묶어낼 수 있는 ‘광자 기반 폐곡선’을 완성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GPU·CPU 같은 연산 칩이 혁신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광자·네트워크·전력 인프라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승부처로 부상했고, 엔비디아는 이 지점에서 “구리에서 빛으로”라는 방향성을 65억 달러라는 숫자로 확정 선언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할 때, 국내 데이터센터·통신사·장비업계 역시 단순 GPU 도입 경쟁을 넘어, 실리콘 포토닉스·코패키지드 옵틱스·광섬유 인프라를 포함한 ‘전체 랙·팹 단위의 광자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수립하느냐가 향후 5~10년 AI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