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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덴마크 연기금, IPO 앞둔 스페이스X에 투자금지 목록…머스크 슈퍼지배구조 정면 비판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덴마크 교직·학계 직역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이 스페이스X IPO를 코앞에 두고 회사를 포트폴리오 ‘투자금지(익스클루전) 리스트’에 올리며 인류 최초 ‘2조 달러 우주기업 상장’에 제동을 걸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극도로 결함이 있는(extremely deficient)” 지배구조, 둘째,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1조7,500억~2조 달러 수준의 초고평가 기업가치다.

 

스페이스X, 최소 1조8,000억 달러 vs “정당화 어려운 1조 달러 초과”


로이터에 따르면 아카데미커펜션은 성명에서 시장 기대치가 “최소 1조8,000억 달러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며, “1조 달러를 넘는 시가총액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스페이스X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약 750억 달러(공모규모) 조달,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까지 노리는 것으로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 경우 스페이스X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TOP5’에 안착하게 되는 규모다.

 

아카데미커펜션은 “고도의 불확실성을 가진 회사에 대해, 전례 없이 낮은 위험 프리미엄을 투자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 발사·위성통신·국방·AI 인프라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불구하고, 장기 현금흐름의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는 밸류에이션은 ‘리스크 대비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80% 이상 의결권’ 머스크, CEO·CTO·의장 3중 역할에 “이사회 견제 불가능”

 

지배구조는 더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스페이스X의 IPO 구조가 “극도로 결함이 있다(extremely deficient)”며, "일론 머스크가 상장 후에도 전체 의결권의 80%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머스크는 CEO(최고경영자)·CTO(최고기술책임자)·이사회 의장직을 한 손에 쥐는 3중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연기금은 “권한의 극단적 집중은 이사회가 실질적인 감시·감독을 수행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머스크 본인의 의사에 반해 그를 해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도입한 듀얼클래스(복수의결권) 구조와 맞물린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IPO 신고서에는 머스크에게 초과의결권과 슈퍼보팅 주식을 부여하는 구조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월가에서 오래된 논쟁거리인 “1주 1의결권”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 대형 공적연기금도 “극단적 지배구조”…1주 1표·의장·CEO 분리 요구


이번 결정은 덴마크 연기금만의 ‘개별 행동’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뉴욕·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州)의 대형 공적연기금 수장들이 스페이스X의 지배구조를 “극단적(extreme)”이라고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수정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1주 1의결권(one-share-one-vote) 원칙 도입, ▲과반수 이상 독립이사 구성, ▲CEO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 ▲주주 청구에 대한 강제중재(mandatory arbitration) 폐지를 공동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는 듀얼클래스 구조, 머스크의 해임 거부권, 주주 분쟁에 대한 강제중재 조항 등을 통해 “머스크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반면, 주주 권리는 제한하는” 설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다시 말해, 상장 후에도 소수 주주가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는 극도로 제한된 구조라는 것이다.

 

“IPO·장외·인덱스 모두 불참”…25억 달러급 연기금의 ‘총체적 엑시트’


아카데미커펜션은 약 250억 달러(약 25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스페이스X와 관련된 IPO 공모 참여, 장외(세컨더리) 거래, 스페이스X를 편입하는 인덱스 펀드 모두에서 발을 빼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보이콧’이 아니라,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패시브 상품을 통해 사실상 자동 편입될 수 있는 노출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CIO 안데르스 셸데(Anders Schelde)는 다른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와 같은 초대형 IPO의 경우 주요 지수에 빠르게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경우 전통적인 인덱스 전략을 유지하는 한 비자발적인 노출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나스닥 규정 변경·지수 편입…“패시브 투자자에게 강제노출”

 

문제의 핵심은 나스닥과 주요 지수사업자의 규정 변경에 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나스닥은 최근 대형 신주상장에 맞춰 유동주식 비율 요건을 완화하고, 특정 조건에서는 낮은 유동비율에도 불구하고 지수 편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룰을 도입했다. 10% 이상이던 최소 유동비율 요건이 사실상 제거되면서, 스페이스X처럼 대주주가 80% 이상 의결권을 쥔 상태에서도 조기 편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더 나아가 유동비율이 20% 미만일 경우, 나스닥은 시가총액 산정에 ‘3배 가중치(3x multiplier)’를 적용하는 규정을 마련해 특정 종목의 지수 비중을 부풀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S&P500,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에 연동된 인덱스·ETF가 스페이스X 주식을 ‘상장 가격과 관계없이’ 대규모로 매입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아카데미커펜션이 “강제 편입을 피하기 위한 몇 안 되는 수단”으로 스페이스X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그를 포함하는 인덱스 대신 별도의 대안 펀드를 선택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테슬라·미국 국채까지…머스크 리스크·미국 재정리스크에 연속 ‘엑시트’


이번 스페이스X 배제는 아카데미커펜션이 최근 몇 년간 보여온 ‘리스크 디버전스’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2025년 3월, 이 연기금은 테슬라(Tesla, Inc.)를 투자금지 리스트에 올리며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CEO 옌스 뭉크 홀스트(Jens Munch Holst)는 테슬라의 노동권 이슈와 지배구조 문제, 그리고 머스크의 ‘허위 정보 유포’와 정치적 개입을 이유로 들며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브랜드와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2026년 1월에는 미국 국채 약 1억 달러 규모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제거했다. 블룸버그와 CBS 등에 따르면, CIO 셸데는 “미국은 더 이상 우량 채권으로 보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 재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대외정책이 신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연기금이 특정 CEO(머스크)와 특정 국가(미국) 리스크에 대해 이처럼 연속적으로 ‘발표된 정책 기반의 엑시트’를 실행한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기관투자가 vs 슈퍼스타 창업자…“지배구조 프리미엄” 시험대 오른 스페이스X

 

아카데미커펜션의 결정은 단일 연기금의 매입·매각을 넘어, 초대형 테크·우주기업의 상장 시장 진입을 둘러싼 ‘지배구조 프리미엄’ 논쟁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한쪽에는 스타 창업자의 창업·지배권을 강력히 보호하는 듀얼클래스 구조와 슈퍼보팅 주식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하는 1주 1표, 독립이사 과반, CEO·의장 분리, 강제중재 폐지 등 “전통적 거버넌스 패키지”가 있다.

 

스페이스X IPO는 단순히 ‘2조 달러짜리 상장 이벤트’가 아니라, 이 두 흐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우리는 초고평가된 주식과 극단적 권력 집중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실제 자금 운용을 통해 시장에 던졌다.

 

반대로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수 편입과 패시브 자금 유입까지 이끌어낸다면, “슈퍼스타 창업자의 절대 권한”을 허용하는 새로운 상장 패러다임이 정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 투자자·연기금 입장에서도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초대형 글로벌 IPO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리스크와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나스닥·지수사업자의 룰 변경이 패시브 전략을 통해 국내 연기금·퇴직연금에까지 어떤 형태의 ‘강제 노출’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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