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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The Numbers] 韓 은행·증권사, 암호화폐 거래소 지분확보 경쟁…하나금융·한화투자·삼성금융·미래에셋·한투, 2조원 베팅한 진짜 속내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주요 은행·증권사가 불과 몇 주 사이 암호화폐 거래소 지분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으며, 디지털 자산 인프라 선점을 둘러싼 ‘전통 금융 vs 빅테크’ 구도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코인데스크, 월스트리트저널, 국내·외 크립토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국내 최장수 거래소 코빗, 빅4 거래소인 코인원을 축으로 한 ‘3대 플랫폼 지형 재편’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두나무, 1조원대 빅딜로 금융권 ‘쟁탈전’ 촉발


이번 딜의 도화선은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인수였다. 하나금융지주는 5월 14일 공시를 통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228만4,000주)를 1조 30억원(약 6억7,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카카오 계열사(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가 보유한 기존 주식이며,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된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6월 15일로, 완료 시 하나는 두나무의 4대 주주에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는 이를 “한국의 은행이 디지털 자산 기업에 단행한 역대 최대 단일 투자”라고 평가했다.

 

불과 엿새 뒤인 5월 20일, 한화투자증권이 추가 매입으로 맞불을 놨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주식 136만주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결의, 기존 5.94%였던 보유지분을 9.84%로 끌어올리면서 하나은행을 제치고 두나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두나무 지분 구조에서 전통 금융권의 존재감은 단숨에 두 자릿수 비중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금융 계열의 진입도 눈에 띈다. 5월 28일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카드는 두나무 지분 4%를 6,128억원(약 4억4,600만 달러)에 공동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거래 종결은 6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들 세 계열사가 나눠 보유하는 구조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IT·결제 인프라를 고려할 때 단순 재무투자라기보다 중장기 전략적 제휴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 거래를 합치면 두나무 지분 약 14%가 국내 주요 금융기관(하나·한화·삼성)으로 이동하는 셈이며, 카카오 측 영향력은 그만큼 축소된다. 코인데스크·바이낸스 스퀘어 등 해외 크립토 매체들은 “업비트가 한국 가상자산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이 업비트 지분을 공유하게 된 것은 시장 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코빗·코인원까지… ‘빅3’ 거래소 놓고 증권사 총출동


두나무 쏠림 현상만은 아니었다. 미래에셋은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블록헤드, 트레이딩뷰, MEXC 뉴스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2월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시에서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원(약 9,3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입 대상은 넥슨과 SK플래닛이 보유한 약 2,691만주이며, 거래 대금 역시 전액 현금이다. 미래에셋은 공시에서 “디지털 자산(가상자산)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해, 단기 시세차익이 아닌 장기 전략 투자임을 강조했다.

 

코인원도 ‘복수 주주 구조’로 재편될 조짐이다.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거래소 OKX가 각 20%씩, 총 40%의 코인원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안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딜 밸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성사될 경우 코인원은 국내 증권사와 글로벌 메이저 거래소가 동시에 자리 잡는 ‘하이브리드 지분 구조’를 갖추게 되고, 이는 향후 파생상품·글로벌 상장 연계 등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업비트(두나무), 코빗, 코인원 등 ‘빅3’로 불리는 주요 거래소가 모두 은행·증권 자본의 영향권 안으로 편입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플랫폼·인프라 주도권을 놓고 전통 금융그룹 간 ‘3강 구도’가 형성되는 출발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규제 완화 시그널과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패러다임


이번 ‘2조 베팅’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규제 환경 변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코리아이코노믹데일(KED Global)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은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및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에 대한 지분 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KED는 “정부가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칭)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지배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자사 은행 앱 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탑재하는 방안을 공식화했고, KB국민은행·하나금융·미래에셋 등도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송금, 토큰증권(STO) 사업을 병행 추진 중이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거래소’ 삼각 구조 속에서, 업비트·코빗·코인원 같은 거래소는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상·하차 플랫폼이자, 수탁·결제·결제데이터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금융권의 시선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의 두나무 투자와 관련해, 코인데스크와 크립토타임즈는 금융위원회가 이번 거래가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간 분리 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하면서도, 이번 심사가 향후 은행-거래소 지분 결합에 대한 사실상의 ‘테스트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규제 리스크와 동시에, 규제 방향성이 명확해질 경우 후속 딜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옵션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의미다.

 

예금·수탁·결제 인프라를 둘러싼 중장기 승부


전통 금융이 거래소 지분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이유는 단순 지분투자 수익이 아니라, 예금·수탁·결제 인프라를 통째로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업비트와 빗썸 등 상위 거래소 고객예치금만 합쳐도 10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 예치금은 사실상 ‘무이자성 수신’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며, 이를 둘러싼 주거래 은행 관계는 은행 입장에서 상당한 수수료·연계상품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단일 은행-단일 거래소’ 모델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금융당국과 국회 일각에서는 “복수 은행 계좌 허용을 통해 예금 집중 리스크와 거래중단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증권사들이 아예 지분을 통해 거래소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은, 향후 멀티뱅크 모델로 전환될 경우에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사례는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코빗은 한국 비트코인 초창기 시장을 연 ‘1세대 거래소’로, 최근에는 NFT, 메타버스 등 웹3 서비스 실험을 병행해 왔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통해 노리는 것은, 단순 현물거래를 넘어 토큰증권, 글로벌 디지털 자산 운용,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등 복합적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디지털 자산 종합 플랫폼’이라는 구상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남은 리스크와 향후 시나리오


물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2021~2022년 글로벌 거래소 파산·해킹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BVAS)에 직접 노출될 경우 신용도·평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국제결제은행(BIS)와 각국 중앙은행 보고서에서 수차례 지적돼 왔다.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규제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은행·증권사의 지분투자가 ‘성공적인 선제 진입’이 될지, 혹은 ‘규제 리스크를 떠안은 고위험 자산’으로 평가절하될지도 갈릴 수 있다.

 

또한, 업비트가 이미 국내 거래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거래소에 대한 지분·제휴가 과도하게 쏠릴 경우, 시장집중도와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코빗·코인원까지 각각 미래에셋, 한국투자·OKX로 인수·제휴 세력이 분산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복수 플랫폼·복수 은행’ 구조로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은행·증권사가 더 이상 가상자산을 ‘바깥의 투기시장’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디지털 수탁, 암호화폐 결제·송금이 한데 엮이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관문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전통 금융과 거래소 간 ‘지분 동맹’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2조원 베팅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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