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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폭스 2세’ 제임스 머독, 3억달러로 진보 디지털 제국 사들인 진짜 속내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보수 미디어 제국의 후계자였던 제임스 머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뉴욕 매거진·복스닷컴·복스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3억달러(약 4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지형에 적지 않은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의 이름으로 상징되던 보수 미디어 헤게모니 내부에서, 아들이 ‘이념·플랫폼·세대’를 갈라치는 정면 승부에 나선 셈이다.

 

무엇을 얼마나 샀나… 숫자로 본 딜의 실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제임스 머독이 설립한 투자회사 루파시스템즈(Lupa Systems)는 복스미디어 산하 뉴욕 매거진, 복스닷컴, 복스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3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인수 대상은 잡지 1개, 디지털 뉴스 사이트 1개, 팟캐스트 네트워크 1개 등 최소 3개 브랜드로, 모두 미국 정치·사회 이슈에서 진보 성향을 보이는 매체군으로 분류된다.

 

뉴욕 매거진은 창간 50년이 넘는 미국 대표 시사·문화 주간지로, 2019년 디지털 미디어 그룹 복스미디어에 편입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포맷으로 전환해 온 브랜드다. 복스닷컴은 데이터·해설형 저널리즘을 앞세운 ‘설명 뉴스(explainer)’ 포맷으로, 2014년 창간 이후 미국 진보 진영의 의제설정 플랫폼 역할을 해온 디지털 매체다. 복스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는 뉴스·정치·테크·문화 등을 아우르는 50개 안팎의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머독가는 더 이상 TV가 아니라 팟캐스트를 집어 들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폭스의 아들’에서 ‘폭스를 비판하는 아들’로


제임스 머독은 21세기폭스(21st Century Fox)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며 한때 부친의 미디어 제국 승계 구도에서 핵심으로 꼽혔으나, 2020년 뉴스코프 이사회에서 전격 사임하며 사실상 그룹과 결별했다. 그는 사퇴 서한에서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이 취하는 “일련의 편집 방향과 전략적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며 보수·우파 편향 보도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념적 거리감은 정치 자금과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머독은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캠프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부친과 다른 온건·중도 성향을 분명히 했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에는 자신이 몸담았던 폭스 뉴스 채널을 향해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보수 성향 시청자층을 겨냥한 선동적 편집을 공개 비판했다.

 

이번 딜의 상징성은 이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폴리티코는 “보수 미디어 재벌이자 폭스뉴스를 창립한 루퍼트 머독의 차남 제임스 머독이 자신만의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며, 진보 성향 복스 계열 인수를 통해 “뉴스코프에 맞설 이념적 경쟁 매체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아버지의 제국과 ‘이념적으로 맞서는 카운터 미디어 그룹’ 구축의 첫 수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왜 지금, 왜 복스·뉴욕 매거진인가


이번 인수는 전통 TV 중심이던 머독가의 투자 축이 ‘디지털 + 오디오’로 재편되는 상징적 지점이기도 하다. 켄터테크허브 등 업계 분석에 따르면, 루파시스템즈는 이미 2024~2025년 사이 복스미디어의 팟캐스트 부문과 뉴욕 매거진 인수를 둘러싸고 3억달러 이상 규모의 협상을 진행해 왔고, 결국 2026년 5월 공식 계약 발표로 이어졌다.

 

1977년 루퍼트 머독이 인수했다가 1991년 사모펀드 KKR에 넘겼던 뉴욕 매거진이 47년 만에 다시 ‘머독’이라는 이름 아래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번 거래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광고 의존도가 높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복스·뉴욕 매거진 같은 브랜드 자산은 해설·장문 기사·잡지형 콘텐츠 등 ‘프리미엄 독자 기반’을 확보한 소수 매체에 속한다.

 

둘째, 팟캐스트 네트워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뉴스 소비가 ‘화면에서 이어폰’으로 옮겨가는 트렌드 속에서, TV에 기대지 않고도 정치·사회 이슈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통로로 평가된다.

 

셋째, 이 모든 자산이 보수·우파가 아닌 진보·중도 독자층에 뿌리를 둔다는 점에서, 제임스 머독은 아버지와는 정반대 스펙트럼의 광고주·정치 엘리트·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접점을 넓히게 된다.

 

머독 가(家) 승계 구도와 글로벌 미디어 지형의 파장


이번 인수는 머독 일가의 향후 지분 상속·지배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루퍼트 머독은 90대 고령에도 뉴스코프·폭스코퍼레이션 명예회장으로서 보수 성향 미디어 제국을 지키기 위해 자녀들과 상속 분쟁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제임스 머독은 이미 2020년 그룹을 떠난 뒤 독자 투자 회사로 방향을 튼 상태에서, 첫 대형 미디어 베팅을 ‘진보 디지털 미디어’에 꽂아 넣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부자(父子)의 이념적 결별이 비즈니스로 완전히 확인된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수 금액이 3억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많은 이들이 포기했던 디지털 뉴스 자산에 대한 머독 2세의 재평가”라는 뉘앙스를 덧붙였다. 이는 ‘보수 케이블 뉴스 vs 진보 디지털·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이념·세대 균열선을 글로벌 미디어 판에 새로 그어 넣는 셈이다.

 

이번 딜을 계기로, 제임스 머독이 향후 어떤 추가 인수·제휴를 통해 자신만의 미디어 블록을 얼마나 키울지, 그리고 그것이 폭스 뉴스·월스트리트저널을 정점으로 하는 부친의 제국과 어떤 방식으로 충돌·경쟁할지에 전 세계 언론·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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