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최초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불과 하루 만에 금융당국의 ‘과열·통정매매’ 조사 테이블에 올랐다. 상장 첫날 개인 순매수만 약 2조원에 육박하고, 관련 ETF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기면서 ‘K-레버리지 버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장 첫날부터 10조 거래…SK하이닉스 레버리지 수익률 20% 급등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8개 자산운용사가 16개 상품을 한꺼번에 내놓는 ‘물량 공세’ 속에 데뷔했다. 이 가운데 14개는 주가 상승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2개는 하락을 2배로 추종하는 인버스 2배 상품이다.
상장 첫날 이들 ETF의 합산 거래대금은 약 10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5조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9%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이에 연동된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20%를 넘겼고 일부 상품은 장중 55%까지 치솟는 등 투기적 매수세가 집중됐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역시 같은 시점 기준 10%대 초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장 하루 만에 ‘개미들의 단기 베팅 플레이그라운드’로 부상했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국내 ETF 전체 시가총액은 27일 기준 501.1조원을 돌파해 사상 처음 ‘500조 시대’에 진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8% 수준으로, ETF가 예금·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빨아들이는 새로운 ‘국민 재테크 플랫폼’으로 굳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감원, 상장 하루 만에 LP ‘가장·통정 의혹’ 들여다봐
폭발적인 첫날 성적표와 동시에 금융당국의 레이더는 곧바로 ‘이상 거래’로 향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상장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를 대상으로 사실상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당국은 초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운용사·LP 간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LP가 자기 계정 간 서로 주고받는 ‘가장매매(통정매매)’나 거래량 부풀리기 정황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와 LP의 법령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은 기초 점검 단계라 본격 검사 여부를 언급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장 직후 특정 시점에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패턴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의 경계는 이미 사전 단계부터 상당히 고조돼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중순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개별 종목 쏠림과 과도한 변동성, 개인투자자 손실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인버스 ETF 전반의 운용 현황과 괴리율, 거래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탁·신용융자 등 ‘빚투’ 연계 위험도 함께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자산운용사 측에는 상품 출시 전부터 판촉 이벤트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기자간담회·투자설명회에서도 매수 유도성 발언을 차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려 “상품 설명과 위험 고지에 한정하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소셜미디어 재테크 인플루언서에 대한 24시간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홍보·광고 행위를 실시간 추적 중이다.
“50대 이상이 절반” 고령층 레버리지 쏠림…하루 60% 출렁이는 상품에 은퇴자 몰린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투자자 구조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에 필요한 사전 의무교육 이수자 9만3,118명 중 48%가 50대 이상으로 집계됐다. 5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0대는 약 1만2,000명으로 20대의 두 배를 훌쩍 넘었으며, 70세 이상 고령층도 2,191명에 달했다는 통계다.
상장일인 5월 27일 기준 사전교육 이수자는 24만명 수준까지 급증했는데, 상장 전날 아침에는 한국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 1만명 이상이 동시 접속해 사이트 접속 지연이 발생할 정도로 ‘시험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 상품에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려면 2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최소 1,000만원을 기본예탁금으로 넣어야 한다는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체험’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이 상품의 구조적 리스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간 기준으로 기초자산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라, 이론상 하루 최대 약 60% 안팎의 가격 변동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변동성이 큰 반도체 업종 개별주에 2배 레버리지를 씌운 만큼, 단기간 급등 뒤 역방향 조정이 오면 장기 보유 시 ‘복리 효과’가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역(逆)복리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미 50세 이상 차입자의 신용융자 잔액이 국내 전체의 60%를 넘는 상황에서, 일일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레버리지 상품으로 고령층이 무더기 유입되는 것은 “은퇴자 재무안정성 차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홍콩 등에서 이미 개별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밈 주식’ 광풍과 맞물려 개인 손실을 증폭시킨 선례가 있다는 점도 한국 규제당국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ETF 500조 시대’의 그늘…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방향 시험대
국내 ETF 시장은 올 들어서만 100조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며 4월 중순 4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한 달여 만에 500조원을 넘겼다. 저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펀드·개별주 대신 ETF를 통해 인덱스·섹터·파생전략에 직접 접근하려는 개인투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국 대표 반도체 개별주 + 2배 레버리지’라는 상징성이 겹치며 ETF 시장의 성장과 과열을 동시에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상장 첫날 2조원 안팎의 개인 순매수와 10조원대 거래대금은 한국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와 단기 성과 집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현재로서는 금감원의 실태 점검이 행정지도 수준의 경고에 그칠지, 운용사·LP에 대한 본격 검사와 제재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다만 당국은 이미 상품명에 ‘단일종목·레버리지·인버스’ 위험요소를 명시하고, 교육·예탁금·판촉 규제를 조합한 사전 안전장치를 깔아둔 만큼, 이번 조사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제도 설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 레버리지 ETF가 ‘국민 재테크’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지, 아니면 한국판 밈버블의 뇌관이 될지는 이번 통정매매 조사와 향후 규제 방향에 달려 있다. 향후 몇 주간의 가격 흐름과 개인 투자자 손익 추이가, 당국의 칼날이 어디까지 벼려질지를 가늠할 리트머스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