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배를 만들고, 고치는 조선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전력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텍사스주 데이터센터에 684MW급 힘센엔진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온사이트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조선업 기반 생산 역량을 전력 인프라와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확장하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업에서 AI 데이터센터까지
HD현대중공업은 2026년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EG)과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684MW·약 6271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회사가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물량은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될 예정이다.
전력망 연결 지연과 지역 전력 부족이 커지면서, AI 데이터센터들이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는 ‘온사이트 발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선박·해상 발전에서 검증된 중속엔진 기술을 데이터센터 전력망으로 전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룹 내 밸류체인과 전력 인프라 재편
HD현대그룹은 중공업의 엔진 공급을 축으로 현대중공업,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참여하는 육상 발전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중속엔진, HD현대인프라코어는 고속엔진, HD현대일렉트릭은 발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데이터센터 내 33기 힘센엔진의 장기 유지·보수·운영을 담당하는 업무협약을 AEG와 체결하며,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애프터마켓·운영 서비스를 포함한 ‘전력 인프라 통합 서비스’로 사업 경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조선업이 호황이긴 하지만 단기 수주 사이클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HD현대일렉트릭을 전력기기 수주 42억2200만달러, 매출 4조3500억원을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전력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잡고 있다는 점과도 맞물린다.
전력망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2026년 기준 4조2840억㎾h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전망 속에서, HD현대그룹은 전력기기 수주와 ESS·전력망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중장기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주가 재평가와 향후 성장성
증권가는 HD현대중공업이 조선·해상 엔진뿐 아니라 SMR과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로 ‘복합 에너지 플레이어’로 변신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크게 상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97만원에서 117만원으로 올려잡았다. 동일주식을 중심으로 수주 다변화와 SMR·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모멘텀이 시클리컬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에도 다수 증권사가 150만원 수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확대와 초고압 전력기기 경쟁력이 현재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해서도 유안타증권이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43만3000원으로 높이며, 1분기 호실적과 애프터마켓·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모멘텀이 1년 내 100% 이상 상승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밸류업지수에 HD현대중공업·HD현대마린솔루션 편입…현대로템·효성중공업 편출
한국거래소가 28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정기변경을 단행하며 지수 구성 종목 100개 전부를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기업으로 채웠다. 오는 6월 12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변경으로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SK스퀘어, 삼성E&A, NH투자증권, 에이피알 등 20개 종목이 새로 편입되고, 현대로템, 효성중공업, LS ELECTRIC, 포스코DX, 롯데칠성 등 19개 종목은 편출된다.
정기변경 이후 지수 구성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코스닥 합산 전체 시가총액의 약 54.6%를 차지하게 돼, 정부·거래소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의 대표 지표 역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SMR과 장기 전략 전망
이런 긍정적인 시그널 속에서 HD현대그룹은 데이터센터 전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미국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 핵심설비 제작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에 본격 진입했다. 2024년 원통형 원자로 용기 수주에 이어 2026년에는 상업 모델로 전환되는 핵심 설비를 제작하는 구조로, 향후에는 원자력 추진선까지 연결되는 장기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게자는 "HD현대그룹의 계열사들은 이제 단순 조선 기업이 아니라 조선·해상 발전→온사이트 발전·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SMR·원자력 추진선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그룹 내 전력 인프라 비중이 확대되며, 데이터센터 전력난과 AI 확산, 전력망 재투자,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SMR 수요가 맞물리면 HD현대 계열사들은 장기적으로 재평가가 더 깊어질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