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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팔란티어 출신 3인, ‘AI 신약’ 퍼셉틱으로 1200만 달러 투자 유치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런던발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퍼셉틱(Perceptic)이 팔란티어(Palantir) 출신 핵심 인력 3인을 앞세워 1,200만 달러(약 18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를 공식 종료했다.

 

이들은 “또 하나의 신약 후보 물질 발견툴”이 아니라, 제약사 내부 데이터와 이미 존재하는 각종 AI 툴을 묶어주는 ‘AI 운영체제(OS)’를 표방하며 과밀·파편화된 제약 AI 시장의 빈 공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누가, 얼마를 투자했나


퍼셉틱은 틸만 플록(Tilman Flock), 마틴 코프스(Martin Copes), 자키 트라셰(Zaki Trache)가 공동 창업했다. 세 사람은 팔란티어에서 인공지능 플랫폼(AIP)을 기획·출시하고, 라이프사이언스·제약 고객을 상대하는 생명과학 사업부를 이끌었던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본사는 영국 런던에, 연구·고객 접점은 스위스 바젤 등 유럽 제약 벨트에 두고 운영 중이다.

 

이번 1,200만 달러 시드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유럽 양쪽에서 공격적인 딜을 이어가고 있는 벤처캐피털 액셀(Accel)이 리드했고, 에어 스트리트 캐피털(Air Street Capital), 엘더 걸(Elder Gull)이 참여했다. AI 연구소 출신 인사들을 포함한 엔젤 투자자들도 일부 합류했지만 구체적인 지분 구조와 기업가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 바이오테크 전문 매체와 딜룸(Dealroom)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는 유로화 기준 약 1,030만 유로 수준으로 환산된다.

 

퍼셉틱이 노리는 세 개의 R&D 워크플로


퍼셉틱이 겨냥하는 것은 제약 R&D의 세 개의 ‘결정적 순간’이다.

 

첫째, 외부 신약 자산 스카우팅이다. 바이오텍이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제약사가 인수·라이선스하기 위해서는 통상 수주에 걸친 과학적 실사(due diligence)가 필요하다. 액셀과 에어 스트리트 측에 따르면, 퍼셉틱 도입 기업은 “주당 수백 건 수준의 후보 자산 스크리닝에서, 수분~수십 분 만에 수천 건을 자동 스크리닝하는 수준으로 전환했다”는 성과를 내고 있다.

 

둘째, 임상 적응증 선정이다. 하나의 신약 후보가 어떤 적응증(질환·세부 환자군)을 목표로 임상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투자 규모는 수천만~수억 달러까지 갈라진다. 퍼셉틱은 논문, 기존 임상 데이터,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통합해 제약사 팀이 “어느 적응증에서 통계적 성공 가능성과 상환 가능성이 더 높은지”를 시뮬레이션하는 의사결정 보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셋째,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다. 액셀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퍼셉틱을 도입한 고객사의 임상 데이터 추출 건수는 기존 대비 최대 50배까지 증가했다. 이는 과거 PDF, 스캔, 자유서술식 텍스트에 묶여 있던 데이터가 구조화되면서 검색·재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에어 스트리트는 “과학적 실사가 ‘수주에서 수 시간’ 수준으로 단축됐다”고 평가했다.

 

‘AI 운영체제’라는 포지셔닝의 함의


퍼셉틱의 전략적 차별점은 스스로를 “신약 후보 발굴 툴”이 아니라 플랫폼 레이어, 연결 조직(connective tissue)로 정의한다는 데 있다. 제약사는 이미 각종 LLM 기반 문헌검색 도구, 이미지·구조 기반 약물설계 모델, 임상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도입해왔지만, 서로 다른 솔루션 간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핸드오프’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사라지거나 중복 검증되는 비효율이 누적돼 왔다.

 

퍼셉틱은 자사 플랫폼이 모델·인프라 불가지론(model- and infrastructure-agnostic)이라고 강조한다. 제약사는 자체 보유한 온프레미스·클라우드 인프라, 이미 계약된 상용·오픈소스 AI 모델, 사내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그대로 유지한 채, 퍼셉틱을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로 얹어 워크플로를 자동화·통합하는 구조다.

 

에어 스트리트 캐피털의 네이선 베나이크 파트너는 자신의 공개 발언에서 “퍼셉틱은 이미 상위 20대 글로벌 제약사 일부에서 유료 프로덕션 환경으로 운영 중이며, 호주 바이오테크 기업 CSL이 유일하게 공개된 레퍼런스 고객”이라고 밝혔다. 

 

과밀·파편화된 ‘AI 제약’ 시장 속 숫자로 보는 기회


퍼셉틱이 뛰어든 AI 제약·바이오텍 시장 규모는 이미 ‘수십억 달러’ 단위로 성장 중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AI in Pharma & Biotech 시장은 2025년 기준 66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4년에는 약 1,274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리서치 기관인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AI in Pharmaceutical 시장이 2025년 19억 4,000만 달러에서 2035년 189억 9,000만 달러로 확대, 연평균성장률(CAGR)이 25%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신약발굴(AI in Drug Discovery)만 떼어놓고 봐도 마켓앤드마켓은 2023년 13억 9,000만 달러에서 2029년 68억 9,000만 달러로 성장, 연 29.9%의 고성장을 예상한다. 즉, 퍼셉틱이 겨냥한 ‘플랫폼 레이어’는 단일 툴 경쟁이 치열한 개별 세부 시장을 피하면서, 이 커지는 파이 전반에서 데이터·의사결정 허브로 자리 잡을 여지를 노리는 셈이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링크드인에서 업계 분석가들은 “실제 관전 포인트는 퍼셉틱이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느냐보다, 제약사 팀들이 정말로 ‘단일 통합 워크플로’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의지가 있느냐”라고 지적한다. 이는 기술보다 조직문화·규제 리스크에 더 가깝고, 판매 사이클이 길고 보수적인 빅파마를 고객으로 삼는 B2B 모델 특유의 한계도 내포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 출신들이 데이터 인프라와 보안·규제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 산업의 팔란티어”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상당하다. 2026년 5월 현재, 이 회사는 단 1,200만 달러 시드 단계지만 이미 상위 20대 제약사 유료 고객, 자산 스크리닝 속도 수십~수백 배 향상, 임상 데이터 추출 50배 증가라는 숫자들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는 "후보 물질 발굴용 개별 AI 모델을 하나 더 도입하는 것보다, 사내에 흩어진 데이터와 외부 AI 툴을 어떻게 연결하고, 맥락을 유지한 채 축적하는가가 향후 글로벌 협업과 가치평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 핵심적인 제약바이오업계 내부의 신호를 퍼셉틱이라는 작은 유럽 스타트업이 명확하게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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