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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경찰 "대한전선,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기술도용" 검찰 송치…1조 기술전쟁, 호반그룹 지배구조까지 흔들까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공방이 결국 ‘조 단위 민사소송’이라는 초대형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약 3년에 걸친 수사 끝에 대한전선과 설계·설비 업체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전선업계 1·2위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 3년 만에 ‘기술 도용’ 결론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5월 28일 대한전선, 가운종합건축사무소, 설비제작업체 등 법인 3곳과 관계자 1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3년 6월께 수사에 착수한 지 약 3년 만에 경찰이 ‘기술 도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로 넘긴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2024년 하반기 네 차례 압수수색을 벌였고, 대한전선 측에서 ‘LS전선’ 명의의 내부 문서 파일과 기밀 자료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규모가 방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이 과정에서 외장하드 등 저장매체에 보관·열람된 LS전선 내부 자료가 확인됐다는 게 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쟁점 ① “원 공장과 복제 수준” 공장 설계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특히 3공장)의 설계·레이아웃과 생산 노하우를 얼마나, 어떻게 가져다 썼느냐에 모인다. LS전선은 동해 1~4공장 설계를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 맡겼고, 같은 건축사무소가 대한전선 당진 공장 설계에도 참여하면서 설계도면과 노하우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대한전선 당진 공장의 내부 구조가 “단순 참고 수준을 넘어 원 공장과 복제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내부 배치도, 주요 설비 구성뿐 아니라 케이블 보관 방식, 연선 방식 등 생산 효율을 좌우하는 세부 노하우까지 LS전선 동해 공장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것이다.

 

국내 전선업계 기술 분쟁은 그간 특허권·손해배상 중심이었고, 공장 설계·레이아웃 등 ‘공정 노하우’ 수준의 기술 유출이 형사·민사 쟁점으로 부각된 사례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 파장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대법원 판례 검색상 전선 분야 소송은 대부분 특허침해나 구상권 청구였고, 공장 설계 유출을 둘러싼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쟁점 ② “수직연합기 구조까지 닮았다”


경찰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해저케이블 생산의 심장부인 ‘수직연합기(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 VCV 타워)’ 구조다. LS전선 동해 3공장의 수직연합기는 외관상 약 8층 건물 규모, 내부는 5층가량 철골 구조물로 설계된 대형 설비로 알려져 있다. 수직연합기는 케이블 절연층을 고온·고압에서 연속 가황하는 핵심 장비로, 설계·배치·높이·단차 등이 품질과 생산성에 직결되는 고난도 설비로 꼽힌다.

 

경찰은 대한전선 당진 공장 내부 수직연합기가 LS전선 동해 공장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고, 구조물 단차까지 일치하는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십㎞ 길이, 수천t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일정 곡률과 반경으로 감고, 적층·보관·선적하는 방식이 ‘기업 기밀 수준의 노하우’로 관리되는 만큼, 설계와 레이아웃 유사성이 단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LS전선과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1조원대 소송 예고, 투자액·시장규모가 기준


LS전선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전선을 상대로 1조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과 동해 공장 설비 구축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세계적인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개 자료를 보면 LS전선은 해저케이블 및 설비 분야에 2023~2024년 2년간 1조648억원을 투자했고, 동해 해저케이블 사업장에만 누적 약 95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혀왔다. 대한전선 역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공장 증설·국외 생산기기 구축 등에 9900억원을 투자하고, 이 중 95%인 9400억원을 해저케이블 신규 공장과 증설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사가 해저케이블 단일 사업에 쏟아붓는 투자 규모와 향후 예상 매출·수주 시장을 감안할 때, LS전선이 1조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다는 설명에 일정 부분 현실성이 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적으로도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풍력 확대와 장거리 전력망 구축 수요를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127GW 수준으로 추정되며,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신규 해상풍력 단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고부가 해저케이블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우상향이 예상된다. 이런 시장에서 기술 및 공장 설계 노하우를 둘러싼 분쟁은 단일 프로젝트 손해를 넘어, 향후 수년치 글로벌 수주 기회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LS vs 대한, 해저케이블 ‘투톱’ 경쟁에 그림자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1·2위로, 최근 몇 년간 해저케이블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를 앞세운 ‘고부가 전선’ 전략을 앞다퉈 추진해 왔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4위인 LS전선은 동해 공장을 거점으로 사실상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을 선도해 왔고, 추가 동 증설에 약 1000억원을 더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선은 2022년 12월 충남 당진에 첫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착공하고, 2027년 상반기 2공장까지 완공되면 기존 대비 5배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대한전선은 2024~2027년 9900억원 투자 중 9400억원을 해저케이블 공장에 투입하고, 영광 낙월 해상풍력(약 1000억원 규모) 수주를 시작으로 유럽·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미 양사 간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LS전선은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대한전선은 제품 폐기와 4억9623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도 LS전선이 승소해 배상액이 약 3배로 늘어났으며, 이 특허 분쟁이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공방으로 확전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대한전선 “레이아웃은 핵심기술 아냐” 반박 지속


대한전선은 일관되게 “기술 탈취 사실이 없으며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구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레이아웃은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며, 기술 탈취 목적이라면 경쟁사 설계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또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HVDC 등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 비중을 늘리는 중장기 전략을 이미 공표한 상황에서, 미국·유럽·중동 주요 전력청과의 네트워크와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이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장 설계의 독자성, 설계사무소와의 관계, LS전선 자료 접근 경위 등에 대해 어떻게 반박 논리를 구축하느냐가 분쟁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선업계·지배구조 판도까지 흔들 변수


업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을 ‘전선업계 기술 분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선은 그간 반도체·조선 등 다른 제조업에 비해 기술 유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해저케이블·HVDC 등 고부가 제품이 부상하면서 설계·공정 노하우까지 쟁점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LS그룹과 대한전선 대주주인 호반그룹 간 관계는 이미 ‘전선 패권’과 ‘지분 공방’이 뒤엉킨 복합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해저·초고압 케이블 분야 분쟁이 특허·기술 소송을 넘어, 양 그룹의 지배구조와 계열사 확장 전략에까지 ‘나비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검찰 기소와 본격적인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판결 내용은 단순 손해배상 규모를 넘어 향후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 구조, 투자 방향, 기술 보호 기준을 가르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긴 단계이며, 최종 유·무죄와 손해 규모는 검찰 수사 및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양사가 해저케이블에만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미 집행하거나 계획한 상황에서, 이번 ‘복제 수준 공장’ 논란이 국내 전선업계의 힘의 균형을 어떻게 바꿀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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