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으로 지목된 DI동일·NH투자증권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주가조작 패가망신’ 원칙이 현실 시험대에 올랐다. 법인자금과 금융권 대출 등 1000억원 이상을 동원해 수백억원대 시세 차익을 노린 초대형 작전 세력이 검찰의 첫 강제수사로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1000억 굴린 엘리트 작전세력, 검찰 압수수색 돌입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5월 28일 오전 NH투자증권과 상장사 DI동일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대상에는 DI동일 임원과 NH투자증권 직원뿐 아니라 대형 종합병원장, 대형 학원 운영자 등 이른바 ‘슈퍼리치’ 재력가,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전문가 그룹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4년 초부터 법인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을 포함해 1000억원대 자금을 조성한 뒤, 고가·허수매수, 가장·통정매매, 시·종가 관여 등 다양한 수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며 투자자를 유인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미 지난 3월 이 사건과 관련해 재력가 11명과 법인 4곳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금지,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증선위가 파악한 시세조종 자금 규모는 1000억원 이상, 취득한 시세 차익은 230억원 안팎, 총 부당이득 규모는 약 400억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이 행정조치가 형사절차로 본격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패가망신 1호’ 숫자로 본 작전 구조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개한 수치를 종합하면, ‘패가망신 1호’ 사건의 골격은 비교적 뚜렷하다. 작전세력은 대략 1000억원대 자금을 동원해 특정 종목(당국 발표 기준으로는 DI동일)을 집중 매수한 뒤, 주가가 2배 안팎으로 상승했을 때 매도해 이미 실현된 시세 차익만 약 230억원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과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직 팔지 않은 미실현 이익까지 고려한 총 부당이득 규모는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전세력의 구성도 눈에 띈다. 이들은 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슈퍼리치)가 법인·개인 자금을 제공하고, 전·현직 자산운용사 임원과 금융사 지점장, 브로커 등이 구체적인 시세조종 전략과 매매를 담당하는 전형적인 ‘자금·기획·집행’ 분업 구조를 취했다. DI동일 임원과 NH투자증권 직원이 이 고리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찍은 ‘7대 비정상’ 첫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3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마약범죄, 공직 부패, 보이스피싱, 부동산 불법 행위, 고액 악성 세금 체납, 주가조작, 중대재해를 ‘7대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주가조작은 이 가운데서도 금융시장 신뢰와 중산층 자산 형성에 직접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금융 정의’의 시금석으로 간주돼 왔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금융당국·검찰 합동으로 추진해 온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의 상징적 1호 케이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5년 9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동일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1000억원대 주가조작 적발”이라는 표현과 함께 ‘패가망신 1호 사건’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이후 합동대응단은 관련 계좌를 신속하게 동결해, 작전세력이 확보한 230억원 수준의 시세 차익 대부분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주가조작 단속 흐름 속 한국의 ‘본보기 수사’
해외 주요국도 최근 몇 년 사이 주가조작과 시장질서를 해치는 금융사기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2024년 사이 시세조종·허위정보 유포·소셜미디어 연계 ‘펌프 앤드 덤프’ 사건 수십 건을 제재했고, 일부 사건에서는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대)를 몰수·추징한 것으로 집계된다. 유럽에서도 각국 감독당국이 알고리즘을 활용한 고빈도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형사 기소와 과징금 부과를 병행하고 있다.
이런 국제 추세 속에서 한국 정부가 대통령 발언–금융당국 적발–검찰 강제수사–계좌 동결로 이어지는 ‘패가망신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작전주 관행’을 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1000억원대 자금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엘리트형 주가조작에 대한 고강도 수사는, 향후 자본시장 규제·형사처벌 기준의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은 관전 포인트…수사 축 확대와 ‘실제 패가망신’ 실현 여부
향후 수사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DI동일·NH투자증권을 넘어 타 금융사·법인으로 수사 축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다. 증선위 고발 대상만 11명, 법인 4곳에 이르는 만큼,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 연루자 숫자와 범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둘째, 400억원대로 추산되는 부당이득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환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미 계좌 동결로 230억원 상당의 실현 차익 상당 부분을 묶어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잔존 주식과 해외·차명 자산까지 추적·환수해야 ‘패가망신’이라는 구호가 현실이 된다. 셋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투자업계 내부의 감시·내부통제 규범이 얼마나 강화될지 여부다.
모 경제매체 기자들의 선행매매 의혹 사건, 일부 인터넷매체 언론사주의 제약바이오 스톡옵션 수령 등 언론·금융을 아우르는 ‘정보 비대칭형 시세차익’ 사례가 잇따라 수사·제재 대상에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참여자 전반에 대한 규범 재정립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느 수준까지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가조작은 적발되면 진짜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지, 아니면 또 하나의 ‘대형 사건 스쳐 지나가기’로 끝날지가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