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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이슈&논란] “장보고에서 태평양까지”…독일 직도입국에서 60조원 수출 유망국으로 도약한 한국 잠수함 30년史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한국 해군이 30년 만에 독일산 ‘수입 잠수함’ 운용국에서 3000톤급 독자 설계·건조, 태평양 횡단을 수행하는 ‘수출 유망국’으로 도약했다. 1993년 장보고함 취역으로 시작된 한국 잠수함 시대는 2026년 도산안창호함의 1만4000㎞ 태평양 잠항과 60조원급 캐나다 사업 최종 후보 진입으로 새로운 분수령을 맞고 있다.

 

독일 직도입으로 열린 ‘장보고 시대’


한국 해군의 본격적인 잠수함 역사는 냉전 말기였던 1987년 독일 HDW사에 209-1200형 재래식 잠수함 3척을 발주하면서 시작됐다. 1번함 장보고함(SS-061)은 독일 킬 조선소에서 건조돼 1993년 6월 1일 대한민국 첫 잠수함으로 취역했고, 2·3번함은 국내로 들여온 부품 패키지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이후 한국은 1989년과 1994년에 추가로 3척씩을 주문해 총 9척의 1200톤급 장보고급(SS-I)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잠수함 불모지’에서 단기간에 중형 잠수함 운용국으로 올라섰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잠수함 도입에 소극적이었고, 한국 해군은 제한된 예산으로 연안 경비와 대간첩 작전에 집중하던 상황이어서 장보고급 도입은 전략 환경을 바꾸는 결정이었다.

 

 

면허 생산에서 1,800톤급 자체 건조로


장보고급 9척 사업이 2001년 이억기함(SS-071) 취역으로 마무리된 뒤, 해군은 ‘한국형 잠수함(KSS)’ 2단계 사업을 통해 1,800톤급 손원일급(214급) 9척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키웠다. 손원일급은 독일 214형 설계를 바탕으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도입해 잠항 지속시간을 늘린 재래식 공격형 잠수함으로, 이 단계에서 한국은 선체·체계 통합·조선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국형 잠수함 사업(KSS-I·II)은 ‘초도함 해외 직도입 → 후속함 국내 조립·면허 생산 → 설계·전투체계 국산 비중 확대’라는 단계적 전략을 취했다는 점에서 방산 자립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전용 설비와 인력을 축적해 독자 설계로 넘어갈 기반을 마련했다.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으로 완성된 독자 설계


2010년대 들어 한국은 완전한 국내 설계·건조를 목표로 하는 KSS-III(장보고-III) 사업에 착수했다. 그 결실이 3000톤급 도산안창호급으로, 선체 설계부터 전투체계, 무장 통합까지 국산 비중을 대폭 높인 첫 중대형 잠수함이다. 도산안창호함(SS-III)은 2021년 실전 배치에 들어갔으며, 이후 배치 II 단계에서는 약 3600톤급으로 키운 장영실함이 첫 함명으로 결정되는 등 전력 확충이 이어지고 있다.

 

도산안창호급은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전략급 재래식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장보고급 1200톤, 손원일급 1800톤, 도산안창호급 3000톤(이후 3600톤급)으로 이어지는 톤수 확대는 단순한 체급 증가를 넘어, 장거리 작전과 타격 능력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네시아 1400톤급 수출로 확인된 경쟁력


한국 잠수함 기술의 경쟁력은 2011년 인도네시아에 1400톤급 재래식 잠수함 3척을 수출하면서 수치로 확인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 해군으로부터 209형 기반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고, 이는 한국 최초의 잠수함 수출 계약이었다.

 

이 계약으로 한국은 ‘잠수함 수입국’에서 ‘잠수함 수출국’ 반열에 올랐고,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프랑스·스웨덴·러시아 중심이던 재래식 잠수함 공급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중동·남미 등을 대상으로 1200~3000톤급 다양한 수출 패키지를 제안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1만4000㎞ 태평양 횡단이 던진 의미

 

2026년 3월 25일, 경남 진해군항을 떠난 도산안창호함은 괌과 하와이를 경유해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 인근 에스퀴몰트 해군기지까지 약 1만4000㎞를 항해하며 한국 잠수함 역사상 최초로 태평양을 완전히 횡단했다. 이번 항해는 한국 잠수함의 역대 최장 항해 기록으로, 실질적인 ‘대양 해군’ 운용 능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도산안창호함은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미국 괌·하와이에서 군수품을 적재하고, 하와이 구간부터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이 편승해 훈련에 참여하는 등 연합작전 절차를 검증했다. 한국 해군은 진해 바닷물과 캐나다 바닷물을 담은 3000톤급 잠수함 모형 캡슐 2개를 교환하는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양국 해군 협력과 ‘첫 태평양 횡단 잠수함’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60조원 캐나다 CPSP 수주전의 현재


도산안창호함의 태평양 횡단에는 최대 6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라는 외교·산업적 배경이 겹쳐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캐나다 연방정부에 약 200억~240억달러(한화 약 27조7400억~33조2900억원) 규모의 공동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고, 캐나다 내 후속 물량과 전 생애주기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총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2025년 8월 기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캐나다 CPSP 사업 최종 후보에 올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 가와사키중공업·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이미 입찰을 포기한 상태라는 보도도 나왔다. 캐나다 측은 2035년까지 최소 4척 이상을 인도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국 컨소시엄은 캐나다 현지 정비시설 건설과 캐나다인 고용 등을 제안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만에 이룬 ‘수입국 → 설계·수출국’ 전환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잠수함 산업의 궤적은 뚜렷하다. 1987년 1200톤급 1척 독일 직도입에서 출발해 1990년대 장보고급 9척 완편, 2000년대 1800톤급 손원일급 9척 도입, 2010년대 이후 3000톤급 도산안창호급과 3600톤급 장영실함 건조로 이어지는 체급·성능 상승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2011년 인도네시아 1400톤급 3척 수출과 2020년대 60조원급 캐나다 사업 최종 후보 진입을 통해 ‘수요국’에서 ‘공급국’으로 위상을 전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여전히 핵추진잠수함 도입 여부, 장기적인 수출후속지원 역량, 방산수출과 외교·안보 리스크 관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1993년 첫 장보고함 취역에서 2026년 도산안창호함의 태평양 횡단, 그리고 60조원급 글로벌 수주전 참여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만에 이룬 한국 잠수함의 질적·양적 도약만큼은 ‘사실로 확인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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