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구글이 I/O 2026에서 25년 만에 검색창을 전면 개편한 직후, 프라이버시 검색 엔진 덕덕고(DuckDuckGo)가 미국 앱 마켓에서 이례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며 ‘대안 검색’의 상징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구글 ‘AI 퍼스트 검색’에 쏠린 불만, 덕덕고로 분출
5월 20일(현지시각) 구글은 개발자 행사 I/O 2026에서 기존 키워드 중심 검색창을 제미나이(Gemini) 3.5 플래시 기반의 지능형 검색창(Intelligent/Intelligence Search)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이 검색창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파일, 영상, 크롬 탭 등 다양한 형태의 입력을 받아, 사용자를 곧바로 AI가 생성한 인터랙티브 결과 화면과 대화형 ‘AI 모드’로 안내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여기에 24시간 웹을 모니터링해 맞춤 정보를 푸시하는 정보·예약 에이전트 기능까지 더하며 “검색 25년 역사상 최대 변화”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전환이 사실상 ‘기본값(default)’로 강제 적용된다는 점이다. TechCrunch는 I/O 직후 분석 기사에서 “덕덕고 역시 AI 기능을 제공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완전히 꺼버릴 수 있는 반면, 구글은 자사 검색 이용자에게 동일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덕덕고 창업자 겸 CEO 가브리엘 와인버그도 “구글은 사용자가 거부할 방법도 없이 AI를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 결과 검색 품질은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사용자가 주도권을 갖고 AI를 얼마나 활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서 덕덕고 앱 설치 ‘일 단위 폭증’…iOS가 견인차
이 같은 불만이 수치로 드러난 곳이 바로 미국 모바일 앱 설치다. 덕덕고는 구글 I/O 직후인 5월 20~25일 미국 내 모바일 앱 설치 수가 전주 대비 주간 평균 18.1% 증가했으며, 5월 25일 하루에는 증가율이 30.5%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단일 주간 기준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가 며칠 연속 이어진 것은 검색 시장 성숙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특히 아이폰 이용자가 이 흐름을 주도했다. 동일 기간 덕덕고 iOS 앱 설치는 주간 평균 33% 증가했고, 5월 25일에는 증가율이 69.9%에 달했다. 앱 활동이 계절적으로 둔화되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직전·연휴 기간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이벤트성 유입을 넘어 구조적 ‘대안 찾기’ 움직임으로 읽힌다.
덕덕고는 미국 성장률이 “국제 성장률의 몇 배”라고 설명하며, 이번 현상이 미국 중심으로 먼저 표출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AI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거한 덕덕고의 ‘No AI’ 웹 검색 포털 역시 트래픽이 동반 급증했다. 5월 20~25일 기간 이 포털 방문자는 평균 22.7% 늘었고, 5월 24일에는 증가율이 27.7%까지 올라갔다. 이는 “AI를 아예 보지 않겠다”는 사용자 집단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반(反) AI가 아니라 ‘옵트아웃 권리’ 요구”
덕덕고는 이번 움직임을 ‘반AI 정서’로 포장하는 것을 경계하며, 본질은 사용자 통제권이라고 선을 긋는다. 회사 측은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기능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검색 결과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걸러내는 AI 이미지 필터, 둘째는 사용자의 신원을 추적하지 않고 익명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AI 기반 ‘Search Assist’다. 덕덕고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카밀 바즈바즈(Kamyl Bazbaz)는 “사람들은 그저 선택권을 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구글의 AI 검색 전략과 대조를 이룬다. 구글의 AI 검색창은 ‘AI 개요’, 위젯, 대시보드, 에이전트 등 생성형 UI를 전면 전개하면서도, 전통적인 링크 중심 화면으로 완전히 회귀하는 단순 모드(off 모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사용자는 “얼마나 많이 쓸지”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AI 중심 경험을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선택지에 가깝게 내몰리는 구조다.
독점 규제 리스크와 맞물린 ‘정치경제학적’ 반발
덕덕고의 반격은 미국 법원의 반독점 판결과도 연결돼 있다. 미국 법원은 ‘미국 대 구글(US v. Google)’ 사건에서 “구글은 독점 사업자이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바즈바즈는 이를 거론하며 “독점 사업자는 사용자가 떠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번 AI 검색 개편이 ‘독점 사업자의 일방적 UX 개편’으로 비치면서, 이용자 반발은 단순 기능 불만을 넘어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저항의 색채까지 띠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개인정보 보호·반독점 이슈에서 거대 테크 기업을 견제하는 여론이 누적돼 있어, 프라이버시와 ‘옵트아웃 권리’를 전면에 내건 덕덕고의 메시지가 공명하기 쉬운 환경이다.
한국 시장과의 시차, ‘AI 과잉’ 피로감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
국내에서는 아직 덕덕고발(發) ‘탈구글 검색’ 조짐이 뚜렷하게 관측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은 이미 AI 검색·챗봇 도입 속도에서 미국을 앞지른 바 있다. 오픈서베이의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챗GPT 인지율은 한국 70.5%, 미국 65.3%였고, 실제 사용 경험률은 한국 50.9%로 미국 33.8%를 17%포인트 상회했다.
즉, 한국 이용자들은 AI 도입에 더 적극적이지만, 그만큼 ‘AI 과잉 노출’에 따른 피로감과 역반응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구글의 AI 검색창이 국내에 본격 도입되고,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까지 AI 요약·생성형 UI를 전면 배치할 경우, 미국과 유사한 “AI를 쓸 권리만큼이나, 거부할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 국내에서도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AI는 기본값이 아니라 옵션”…검색 패러다임의 새 균열
이번 덕덕고 설치 급증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아직 구글의 아성을 흔들 ‘대전환’이라 보기 어렵다. 다만, AI를 검색 경험의 기본값으로 강제하는 구글과, AI 활용을 ‘옵션’으로 두고 프라이버시와 비(非)AI 검색을 전면에 내세운 덕덕고의 대비가, 향후 검색 시장의 새로운 균열선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검색 시장의 다음 전장은 “누가 더 강한 AI를 갖췄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덕덕고 효과는 어쩌면, 25년 만의 검색 대수술이 낳은 첫 번째 ‘소비자 레퍼렌덤’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