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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콘텐츠인사이트] <군체> ‘좀비물’인 줄 알았는데 ‘철학물’…필로버스터(philobuster)의 새 장을 열다

올림의 콘텐츠코치

 

사실 난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썩 내켜하진 않는다.

 

모든 영화적 소재가 말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건 아니라지만, ‘좀비’란 존재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좀비딸>은 물론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좀비 소재 콘텐츠를 꽤 재미있게 보긴 했다.

 

연상호 감독님. 사실 전작이 어떻고 필모그래피가 어떻고를 장황하게 읊는 건 각설하고, 개인적으론 <사이비>를 참 좋아했다.

 

박수근 화백의 대리석 질감처럼 살아 숨 쉬게 그려진 인물들, 그리고 쏜살같이 흘러가는 흡인력 있는 연출.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였으니 <부산행>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가 또 한 번 진화했다.

 

사람들은 진화한 좀비를 이야기하지만, 내겐 연 감독님이 또 한 번 ‘연상호’를 넘어선 느낌이다. 그 자체로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혹성탈출>부터 <나는 전설이다>까지 여러 작품이 떠올랐다. 더구나 누이를 지게(?)에 업은 채 열연한 지창욱과 김신록은 마치 <귀멸의 칼날> 그 자체였다. (*지창욱 배우님, 살 5kg은 빠졌을 듯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 영화, 그냥 재미있다. 아니 무척 잼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시종일관 몰아치는데도 억지 유머 하나 끼워 넣지 않는다. 그런데도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 흔한 표현인 ‘웰메이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미장센도, CG도, 주연들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다. 각자의 몫을 다해 금메달을 따내는 한 편의 ‘계주’를 보는 느낌이었다.

 

전작 <부산행>의 여파일까. ‘좀비물’인 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선 오히려 ‘철학물’이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사족 하나.
미세한 장면들의 어설픔은 분명 옥에 티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대폰 배터리는 왜 그렇게 오래 가는지, 결국 백신이라 여긴 그 존재를 제거하면 끝나는 상황인데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결정적 한 발은 비켜가는 설정 등등.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디테일이 영화 전체의 몰입감을 방해하진 못했다.

 

◆ 제목부터 심상찮다…<군체>

 

영화는 ‘군체’가 무엇인지 자막의 정의로 시작된다. ‘동체’도 아니고, ‘주체’와 ‘객체’도 아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이 단어.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제목이 <군체>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전지현 이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우정출연(?)한 고수마저 존재감을 남긴다.

 

다만 그러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오히려 주연이 누구인지 헷갈린다. 원톱인지, 투톱인지, 남배우 중심인지 여배우 중심인지조차 모호하다. (*그런데 어쩌면 그조차 중요하지 않은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최근 ‘모자무싸’를 비롯해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구교환은 특히 인상적이다. 출연 분량과 별개로 그가 없었다면 <군체>는 고체도 액체도 아닌 기체처럼 휘발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필로버스터’의 대명사인 <다크나이트>가 떠오른 이유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다. 개미의 집단행동을 모티브 삼아 뇌과학과 신인류까지 넘나드는 묵직한 철학을 던진다.

 

절대악에 맞서는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서도 압권으로 꼽히는 <다크나이트>. 당시 그 영화를 보며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당혹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은 컨셉이 바로 ‘필로버스터(philobuster)’였다. ‘철학(philosophy)’과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결합. <군체> 역시 그 계열 어딘가에 서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진화하는 좀비’라 표현하지만, 사실 이 영화 속 존재들은 좀비의 진화라기보다 사상의 진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리더가 무언가를 주입하면 나머지는 집단적으로 따라 움직인다. 마치 “하이~ 히틀러!”를 외치며 거수경례하던 광기의 군중처럼 말이다.

 

보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믿지 않았던 좀비 집단을 통솔하는 한 인간이 현실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안겼다.

 

P.S:
- 3연타석 홈런을 이어가는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최근 행보도 눈에 띈다. 극장의 몰락과 함께 한때 존재감이 다소 옅어진 듯했지만, 최근 흐름만큼은 꽤 인상적이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에 이어 <군체>까지 선보이며 다시 한번 투자·배급의 선구안을 입증하는 분위기다.

 

 - 2편도 나오겠죠? 마지막 모든 좀비가 전멸한 줄 알았던 순간, 실눈을 뜬 한 좀비. 그리고 전지현 배우의 “우리 앞으로 할 일 많겠어요”라는 대사. 누가 봐도 끝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시그널.

 

 - 코오롱이 PPL했을까요? 대놓고 등장하는 간판과 캠핑용품들. 노출 효과는 제대로였던 듯 (에고~ 부서진 제품들 그건 한때 몸담았던 회사라 그런지 괜히 아까웠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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