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서울미라마유한회사)의 위탁운영 주체인 싱가포르 법인 HOTEL PROJECT SYSTEMS PTE. LTD.(이하 HPSL)는 미국 하얏트 호텔 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회사임 해외공시를 통해 확인됐다.
즉, 서울미라마가 지급하는 경영관리비·로열티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Hyatt Hotels Corporation에 바로 지급되는 방식이 아니라 싱가포르 법인으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하얏트 10-K·자회사 명단에 반복 등장하는 ‘HOTEL PROJECT SYSTEMS’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Hyatt Hotels Corporation의 연차보고서(10-K)와 자회사 목록에 따르면, HPSL은 “Hyatt Corporation, Hyatt International and its subsidiaries, Hotel Project Systems Ltd…”와 함께 열거되며, ‘하얏트 리젠시 델리’ 등 특정 호텔에 대한 서비스·보상 구조의 일부로 명시돼 있다.
필리핀 마닐라 소재 Hyatt Regency Hotel and Casino Manila 관련 라이선스 계약에서도 HPSL은 “License Agreement”의 당사자로 등장해, 하얏트 브랜드 호텔의 라이선스·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플랫폼 법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HPSL이 'hyatt.sg, hyatt.com.sg' 등 하얏트 관련 도메인의 공동 보유자로 Hyatt Corporation과 함께 언급되며, 브랜드·도메인 차원에서도 직접 연결돼 있다. 이는 HPSL이 단순한 외부 컨설팅 회사가 아니라 하얏트 브랜드·지적재산(IP) 관리 체인에 편입된 내부 법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법인 공시에서도 ‘하얏트(Hotel Project Systems Pte. Ltd.)’로 명시…로열티 구조 투명성 쟁점
한국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그랜드 하얏트 호텔 관련 문서에서도 HPSL는 “Hotel Project Systems Pte. Ltd(이하 ‘하얏트’)”로 명시돼, 실무 현장에서는 HPSL 자체를 사실상 ‘하얏트’로 간주하며 위탁운영·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미라마유한회사는 1973년 설립 이후 줄곧 HPSL, 미국 하얏트 호텔 그룹의 아시아·태평양 법인에 호텔 경영을 위탁하고, 영업총이익의 일부를 경영관리비·로열티 명목으로 지급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글로벌 호텔 체인의 일반적인 위탁경영 모델에 부합하지만, 서울미라마가 국내에서 부담하고 있는 3,482억원의 장기차입금과 이자, 69억원의 로열티와 병존한다는 점에서, 로열티 수준과 조건·투명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뉴욕 상장 하얏트, 왜 아시아 호텔은 싱가포르 법인 통해 쥐고 흔드나
미국 Hyatt Hotels Corporation이 왜 굳이 법인을 별도로 세워 아시아 호텔들을 위탁운영할까. 여기에 ‘브랜드 수수료를 받기 위한 편의’ 이상의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얏트 호텔은 이미 스스로를 ‘호텔 소유 회사’가 아니라 ‘관리·프랜차이즈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호텔을 소유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들인다”라는 규정아래 관리·프랜차이즈 수익 최적화 구조를 설계했다. HPSL 같은 싱가포르 법인은 이 ASPAC(아시아·태평양) 부문의 실무와 회계, 계약을 처리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호텔 건물과 토지 리스크는 한국·현지 소유주에게 남기고, 하얏트는 세그먼트별 법인을 앞세워 “운영·브랜드만 팔아 수수료(관리 수수료, 브랜드 로열티)를 챙기는 구조"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서울 그랜드 하얏트의 사례도 같다. JS코퍼레이션이 호텔 자산과 차입을 떠안는 동안, 하얏트는 기존 위탁운영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며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서울 그랜드 하얏트(서울미라마)의 지배기업인 JS코퍼레이션이 주장한 “운영 리스크는 외주화하고 자산 가치는 보유한다”는 설명은, 반대로 말하면 “브랜드 리스크는 하얏트가 쥐고,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패턴은 하얏트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시아 호텔을 직접 소유하면 환율·부동산 가격·정치 리스크를 모두 미국 본사가 떠안아야 하지만, HPSL 같은 법인을 통해 위탁운영만 맡으면, 수수료는 달러·싱가포르 달러 등으로 안정적으로 회수하고, 환율·부동산·노동 리스크는 각국 소유주에게 남겨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하얏트 입장에서 HPSL 구조는 “로컬 리스크를 로컬에게, 브랜드 수익은 본사 체인으로"라는 사업 철학을 구현하는 장치다.
싱가포르를 고집하는 이유…세율·조세조약·규제, ‘3박자’ 맞는 로케이션
게다가 하얏트가 아시아 거점을 싱가포르에 둔 이유를 추적하면, 국제 조세(세율과 조세 규약)·규제 환경이라는 단어가 빠지기 어렵다. 싱가포르는 ▲비교적 낮은 법인세율 ▲다수 국가와 체결한 이중과세 방지 조약 ▲외환 규제가 느슨한 글로벌 금융·서비스 허브라는 세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 ‘멀티내셔널 허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싱가포르 같은 곳에 지역 법인을 세워,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로열티·관리 수수료를 한데 모은 뒤, 그룹 내부 자금·세무 전략에 맞게 재배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ASPAC 관리·프랜차이즈 부문을 따로 두고, HPSL 같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한국·일본·동남아 호텔의 수수료를 정산하면, 각국마다 다른 세법·규제를 직접 상대할 필요가 줄어들고, 싱가포르 법인 단에서 세무·회계·송금 전략을 일괄 설계할 수 있다.
세무전문가는 "이 구조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세금과 규제를 최소화하는 ‘제도 설계’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특정 국가 단일 호텔에서 바로 미국 본사로 로열티를 보내는 것보다, 싱가포르 허브를 거치게 하면 조세조약·원천징수 등에서 보다 유리한 옵션을 선택할 여지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남은 쟁점…계약 조건 공개·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이슈
현재까지 서울미라마와 HPSL 사이 위탁운영 계약서의 구체적인 요율(매출 대비, 영업총이익 대비 비율 등), 최소 보장액, 성과 연동 구조, 계약 기간·갱신 조건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HPSL가 하얏트 그룹 내부 법인이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경영관리비·로열티 수준이 국제적 통상 가격(arm’s length)에 맞는지, 그룹 내부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이슈는 없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 필요성은 커진다.
특히 서울미라마유한회사가 3,000억원이 넘는 장기차입금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매년 수십억원을 해외 계열사에 지급하는 구조는, 채권은행·투자자·고객 입장에서 “브랜드 사용료와 내부 수수료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남산 그랜드 하얏트에서 발생한 현금은 한국에서 조달한 부채의 이자와, 미국 상장사 하얏트 그룹의 내부 법인이 가져가는 로열티로 분할된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HPSL가 반복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 싱가포르 법인이 하얏트의 글로벌 수수료·로열티 허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국제법무 및 세무 전문가는 "향후 한국 감독당국의 공시 요구나 서울미라마 측의 자발적 정보 공개가 이뤄진다면 HPSL와의 계약 요율과 구조, 동일 브랜드 해외 호텔들과의 조건 비교, 국내 세무 당국과의 이전가격 검토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채권은행·고객 입장에서 보면, 위험과 고정비 부담은 한국에 남고, 브랜드와 지배력을 쥔 글로벌 본사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수익을 우선적으로 회수하는 구조"라면서 "‘브랜드 사용료’라는 말로 포장된 내부 거래가 어느 수준까지 정당한 대가인지, 어느 지점부터 ‘수익 회수 통로’로 기능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환리스크·정치리스크를 로컬로 밀어내고, 수수료만 안정적으로
결국 이런 모델의 설계로 하얏트가 얻는 베네핏은 ▲소유호텔 vs 관리·프랜차이즈 호텔을 구분해, 자산 리스크 없이 수수료 수익 극대화 ▲싱가포르 법인을 허브로 활용해 다양한 세율·조세조약·규제 환경을 한 번에 관리 ▲부동산·인건비·이자 비용 등의 로컬 리스크를 각국 소유주에게 넘기고, 브랜드 리스크와 수수료만 관리 ▲로열티·관리수수료·기술사용료를 세분화해 이전가격 전략설계로 내부거래 최적화 ▲소유권이 사모펀드·현지 기업으로 넘어가도, 위탁운영계약·브랜드 라이선스를 틀어쥐고 호텔 운영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를 꼽을 수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남산의 야경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한국 호텔 산업의 얼굴로 불려왔다. 그러나 재무제표와 해외 공시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얼굴은, JS코퍼레이션을 앞세운 한국 자산·한국 차입 위에 세워진 호텔이 글로벌 본사의 수익 구조에 깊숙이 편입된 하나의 ‘수익 채널’이기도 하다.
이제 공은 서울미라마와 하얏트 측으로 넘어갔다. 싱가포르 법인 뒤에 숨은 구조를 계속 ‘브랜드 사용료’라는 한 줄로만 설명할 것인지, 아니면 어떤 계약 논리와 어떤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 구조를 운용해 왔는지, 구체적인 숫자와 근거를 내놓을 것인지가 고객들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