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아워홈 창업주 고(故) 구자학 회장의 4주기를 맞아, 막내딸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아버지 유품조차 돌려받지 못한다”며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유품 반환 요구가 맞부딪힌 이 사건은, 단순한 가족 감정싸움을 넘어 ‘창업주의 기억을 누가 소유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집보다 연구소를 더 좋아한 아버지”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서 “아직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아워홈 마곡연구소가 생각난다”고 적으며, 항암 치료 중에도 집보다 연구소를 더 찾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열정을 회상했다. 마곡연구소는 2000년대 이후 급식·식자재 산업을 키운 구자학 회장이 인생 후반부를 걸었던 상징적 공간으로, 구 전 부회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생 후반 마지막으로 열정을 쏟으신 장소”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곡에서 경건히 치른 공식 추모식도 단 한 번뿐”이었다며, 이후 창업주를 기리는 자리가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창업주의 마지막 현장이 회사 손에 넘어가고, 그 안에 보존된 유품과 기억에서조차 가족이 멀어지는 현실에 대한 상실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창업주의 유품, 회사 자산 아니다”
갈등의 직접적인 발화점은 유품 반환 요구였다. 구 전 부회장은 “어버이날과 기일을 앞두고, 기념관에 있는 유품 일부를 가족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아워홈 측에 요청했으나 한 달 만에 돌아온 답은 ‘불가’였다”고 공개했다. 그는 “선친의 유품은 회사 자산도 아니다. 창업주를 기리는 유품이며, 무엇보다 가족의 기억”이라며 “경영권을 가져갔다고 해서, 남겨진 주주 가족의 추억과 애도할 권리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워홈 마곡연구소 기념관에 전시된 구자학 회장의 유품은 창업자의 집무용 물품, 사진, 메모 등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 고인은 2000년 LG유통 식품서비스 부문을 떼어내 아워홈을 세운 뒤, 회사를 국내 대표 단체급식·식자재 기업으로 키운 인물로, 별세 당시 향년 92세, 회사 매출은 2조원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창업자의 생애와 경영 궤적이 응축된 물건들에 대해, 가족은 “추억과 애도할 권리”를, 현 경영진은 “기념관 전시물”을 주장하며 서로 다른 이해를 드러낸 셈이다.
한화그룹과 김동선 향한 직격… “남의 부모 존중도 모르는가”
구 전 부회장은 이번 유품 사안을 한화 오너 3세 김동선 부사장 문제로 정조준했다. 그는 “김동선 부사장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가족이 소중하다면, 남의 가족과 부모를 향한 최소한의 존중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아버지의 유품을 가족에게 돌려받지 못하는 일을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이 겪었다면, 김승연 회장께서는 뭐라고 하셨을까”라고 물으며, 한화 오너 일가 전체의 가치·도덕성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김 부사장은 채널A 기자출신 황수현씨와 2022년 결혼했다.
이는 단순한 항의 수준을 넘어, ‘가족과 선대의 기억을 대하는 태도’라는 정체성의 영역에서 김동선을 압박하는 메시지다. 한화그룹 역시 장기간에 걸쳐 창업의 역사와 선대의 가치를 강조해온 기업 이미지를 쌓아온 만큼, 구 전 부회장은 “그래서 더욱 창업주를 기억하려는 가족의 마음 또한 함께 존중 받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화가 스스로 내세워온 ‘선대 존중’의 프레임을 그대로 되돌려 김동선에게 겨누는 모양새다.
“회사 자산 vs 가족 기억” 엇갈린 해명
아워홈 홍보팀은 처음에는 “유품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가, 이후 “필요한 절차를 거쳐 가족 분들께 돌려드리겠다는 뜻을 이미 전달한 바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 달간 이어진 ‘반환 불가’ 답변과, SNS 폭로 이후 뒤늦게 나온 “절차를 거쳐 돌려주겠다”는 해명은, 여론전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유사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반복돼 왔다. 독립기념관에 기탁된 독립운동가 유품을 후손들이 회수하겠다고 나선 사례에서처럼, 기관·기업이 ‘공적 전시물’이라고 주장하는 유품을 유족이 ‘사적 기억’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충돌은 점점 빈번해지는 추세다. 특히 재벌 오너 일가가 얽힌 경우, 법적 소유권 이상의 윤리·정서적 책임이 여론의 잣대로 작동해 왔다.
7년째 이어진 ‘남매의 난’ 위에 쌓인 사부곡
아워홈 오너 2세들의 경영권 분쟁, 이른바 ‘남매의 난’은 2016년 이후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1년에는 세 자매(구미현·구명진·구지은)가 힘을 합쳐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몰아냈지만, 이후 연합 구도가 뒤집히면서 이번에는 장남·장녀 연합이 막내 구지은을 밀어내는 구도로 재편됐다. 구 전 부회장은 2024년 6월 이사회에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게 됐고, 2025년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의 지분 매각 절차상 문제를 주총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한화와의 갈등을 키웠다.
그 사이 아워홈 매출은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졌지만, 구 전 부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회사 측 자평에 대해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며 수익성 악화와 재무 리스크를 비판한 바 있다. 경영·재무 논쟁 위에, 이번에는 “아버지 유품도 돌려받지 못하는 막내딸”이라는 정서적 서사가 더해지면서, 한화·김동선을 향한 비판 여론은 숫자를 넘어 감정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화·김동선의 리스크 관리 시험대
한화는 아워홈 인수를 통해 B2B 급식·외식·레저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지만, 오너 3세 김동선의 전면에선 이미지 관리에는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과거 폭행·난동 사건 등으로 이미 구설을 겪었던 그에게, 이번엔 “창업주 유품도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매정한 경영자”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이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버지이자 경영자’로서의 도덕성과 공감을 동시에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현재까지 한화와 김동선 개인 차원에서 이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나 사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유품 반환 여부와 처리 방식은 한화 3세의 리더십과 그룹의 ‘선대 존중’ 이미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창업주의 유품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기업의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