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BBC는 이번 주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뒤 동의 없이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지어 한 여성은 해당 영상을 삭제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애플, 구글, 삼성, 스냅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시점에 공개돼,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가 본격 보급되는 시대에 프라이버시 규범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 속 폭발적 성장세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했다. 제조 파트너인 에실로룩소티카는 2026년 2월 2025년 한 해 동안 AI 안경을 700만개 이상 판매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23년과 2024년 합산 판매량 200만개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 안경 시장에서 메타가 8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메타는 현재 에실로룩소티카와 연간 생산량을 2,000만개로 두 배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뒤에는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스캔들이 잇따르고 있다. 2026년 2월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뎃과 예테보리스-포스텐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케냐 소재 하청업체 사마(Sama)의 직원들이 메타의 AI 학습 과정에서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된 영상을 검토했으며, 해당 영상에는 나체, 성행위, 사용자 가정 내 사적인 장면이 포함됐다.
3월에 제기된 집단 소송은 메타와 룩소티카 오브 아메리카가 이 같은 영상을 해외 직원들에게 전송하면서도 제품을 "프라이버시를 위해 설계되었으며, 당신이 직접 제어한다"고 마케팅해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전자프런티어재단을 포함한 70개 이상의 시민단체는 메타에 스마트 안경에 안면 인식 기능 추가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이 기능이 스토킹, 괴롭힘, 공공장소 익명성 침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 총출동, 시장 각축전 본격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스마트 안경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구글은 2025년 12월 삼성,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력해 Android XR 운영체제와 제미나이(Gemini) AI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2026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오디오 전용 안경과 단안 디스플레이 안경을 2026년, 양안 XR 안경을 2027년 출시할 계획이다. 스냅은 퀄컴과의 다년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소비자용 AR 안경 'Specs'를 올해 말 출시할 것임을 확인했다.
애플은 올해 말 공개를 목표로 네 가지 프레임 디자인을 테스트 중이며, 2026년 12월 생산을 시작해 2027년 초 공식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널리스트 밍치궈는 애플이 2027년 2분기 대량 생산에 돌입해 300만~500만대를 출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은 2026년 7월 22일 런던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구글 Gemini AI와 젠틀몬스터 디자인을 적용한 '갤럭시 글래스'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공백, 단속 불가능 현실로
BBC가 인용한 연구자들은 이들 기업이 메타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달성할 경우 수년 내 최대 1억명이 스마트 안경을 소유하게 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법원, 병원, 박물관 등 민감한 공간에서 촬영 제한을 단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법원은 이미 법원 건물 내 스마트 안경 및 녹화 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시티그룹은 스마트 안경 출하량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5% 성장해 1억 1,200만대에 달하고, 시장 규모는 연평균 112% 성장해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BI 리서치 역시 2024년 590만대에서 2030년 1억 1,41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직 메타 AI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UC 버클리에서 강의 중인 데이비드 해리스는 BBC에 이 기술이 "근본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앞으로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브스 칼럼니스트 팀 바자린은 2월 칼럼에서 "수백만 명이 얼굴에 카메라를 달고 다니기 시작하면, 동의 문화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는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두고 '변태 안경(pervert glasses)'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등장했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촬영 영상에 화장실, 탈의실 등 극도로 사적인 장면이 포함된 사례도 보고됐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적·사회적 안전장치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 있어, 프라이버시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