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기업용 인사·재무 AI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가 5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연례 행사 ‘워크데이 엘리베이트 서울 2026’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워크포스(Hybrid Workforce)’ 비전을 공식화하며, 자체 초지능(Superintelligence)과 에이전트 거버넌스 플랫폼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섀도우 ERP의 시대를 끝내겠다”
올해 초 부임한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은 행사 기조발표에서 현재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독립형 LLM을 사내 툴과 연결하며, 엔터프라이즈 운영 로직을 처음부터 다시 짜는 ‘AI 덧붙이기식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네이티브를 외치지만 실제 구현 단계에서는 보안·컴플라이언스·감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섀도우 ERP(Shadow ERP)’가 양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워크데이는 해법으로 20년간 인사·재무 데이터를 통합해 온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오브 레코드(System of Record)와 ‘확장 가능한 객체 그래프(Extensible Object Graph)’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허 지사장은 거버넌스와 보안이 런타임 자체에 내장된 이 코어 시스템 위에 AI 에이전트를 올려야만 진정한 엔터프라이즈용 AI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확률기반 추론(아이디어 제안·의도 해석·미래 예측)과 결정론적 실행(내부 승인 프로세스·컴플라이언스 준수)을 결합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무법 에이전트’ 아닌 ‘합법 에이전트’ 전략
워크데이는 이번 행사에서 기존 클라우드 기반 기록 시스템을 넘어 ‘AI 에이전트를 위한 거버넌스 플랫폼(Governed Platform for Agents)’으로의 전략적 변신을 선언했다.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블랙박스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과 동일한 권한과 규칙을 적용받는 ‘합법적(Lawful) 에이전트’다.
이 비전의 중심에는 에이전트와 사람을 동일한 관리 단위로 보는 ‘에이전트 시스템 오브 레코드(Agent System of Record)’가 있다. 워크데이는 이미 2025년 서울 행사에서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온보딩하고, 권한을 부여하고, 생산성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사람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이 개념을 한 단계 더 밀어붙여, 한국 기업이 보안·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사람과 AI가 섞여 있는 전체 인력을 중앙에서 통합 관리·통제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합 AI 플랫폼 ‘사나(Sana)’…Find·Act·Build·Automate 4단 파고들기
이번 행사에서 국내외 매체의 시선을 끈 것은 통합 AI 플랫폼 ‘사나(Sana)’였다. 사나는 복잡한 시스템 검색이나 메뉴 이동 없이 자연어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워크데이의 단일 데이터 모델과 보안 체계를 그대로 물려받는다.
전문가들은 “사나 프롬 워크데이는 기업이 이미 신뢰하고 있는 동일한 보안 모델과 정책 위에서 인사·재무 업무를 직접 수행해, 모든 답변과 실행이 정확한 데이터와 규칙에 기반하도록 지원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 챗봇 수준을 넘어 ERP 레벨의 ‘실행권’을 부여받은 에이전트라는 점에서, 국내 여타 생성형 AI 도입 사례와 뚜렷한 차별점으로 읽힌다.
4개 도메인 에이전트로 본 ‘하이브리드 워크포스’의 실체
워크데이는 이번 행사에서 조직 구조·승인 체계·규정을 사전에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업무 처리가 가능한 네 가지 도메인별 AI 경험을 공개했다.
▲워크데이 러닝(Workday Learning): AI가 맞춤형 학습 콘텐츠 구조·설계를 처리하고, 사람이 검토·조율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 리드를 AI가 선점한다.
▲후보자 경험 에이전트(Candidate Experience Agent): 지원자에게 24시간 개인 맞춤형 ‘AI 채용 담당자’를 제공해 질의 응답과 면접 일정 조율 등 대규모 채용 업무를 자동화한다.
▲사나 셀프서비스 에이전트(Sana Self Service Agent): 복잡한 인사 규정과 정책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HR Q&A와 각종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해 상시 인사 지원 창구 역할을 한다.
▲프런트라인 에이전트(Frontline Agent): 현장 근무자의 결근 발생 시 대체 인력을 몇 분 안에 찾아 스케줄을 재구성해, 관리자의 교대 근무 편성 시간을 대폭 줄여준다.
워크데이는 이날 AI 기반 채용·학습·인사 지원·현장 인력 운영 솔루션과 함께 야놀자, 대웅제약,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고객 사례를 공유했다. 세 기업은 인사·재무·현장 운영 영역에서 워크데이 도입을 통해 생산성과 데이터 가시성을 높인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3,000개 앱 연동·노코드 빌드…“AI 에이전트도 온보딩되는 직원”
개방형 생태계 전략도 눈에 띈다. 워크데이는 최근 인수한 통합 플랫폼 업체 파이프드림(Pipedream)을 결합해 3,000개 이상의 외부 애플리케이션과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HR·재무 시스템을 넘어 CRM, 협업툴, 생산·물류 시스템까지 에이전트의 활동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워크데이 빌드(Workday Build)와 데이터 클라우드(Data Cloud)를 통해 데이터 이동·복제 없이 자체 환경에서 AI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입장에선 민감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를 만들고, 이들을 ‘직원’처럼 온보딩·권한관리·성과 모니터링까지 일괄 관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2025년 이후 워크데이가 한국 시장에 제시해 온 ‘AI 에이전트를 인력으로 보는 관점’이 올해는 하이브리드 워크포스라는 이름으로 제도권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셈이다.
이세돌·콘페리·국내 레퍼런스가 말해주는 신호
이번 행사에는 이세돌 UNIST 특임교수와 글로벌 컨설팅사 콘페리(Korn Ferry) 박혜련 대표가 초청 연사로 나섰다. 이세돌 교수는 그간 “AI와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고, 협력이 답”이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는데, 워크데이가 제시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 비전과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행사 프로그램에는 야놀자, 대웅제약, 롯데칠성음료의 고객 세션과 삼성SDS, 메타넷그룹의 파트너 세션이 포함됐다. 국내 대표 플랫폼·제약·식음료·IT서비스 기업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인사·재무·현장 운영을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도입이 ‘파일럿’ 단계에서 ‘전사 확산’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조쉬 즈웬 워크데이 글로벌 솔루션 마케팅 부사장은 “AI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 작업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이 신뢰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업할 때 실현된다”며 “워크데이는 보안과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워크데이 엘리베이트 서울 2026’은 워크데이가 지난 2년간 한국 시장에 던져온 메시지였던 ‘AI는 기술이 아니라 인력이며, 에이전트도 직원처럼 관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실제 아키텍처와 제품, 레퍼런스 고객을 통해 구체화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AI 전사 도입 전략이 ‘섀도우 ERP’를 키울지, 워크데이가 제안한 합법적인 에이전트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수렴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