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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우주공간 손바닥 위 슈퍼컴퓨터”…NASA의 차세대 우주 칩, 현재 성능의 500배 달성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심우주 임무용 차세대 우주 프로세서 시험에서 기존 우주용 방사선 경화(radiation‑hardened) 칩 대비 최대 500배 성능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며, 우주선 온보드 컴퓨팅 패러다임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NASA, microchip, Mirage News, sciencedaily에 따르면, 이 ‘손바닥 크기’ 시스템온칩(SoC)은 최소 100배의 연산 성능을 목표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초기 시험 단계에서 이미 그 목표를 다섯 배나 상회하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HPSC, “손바닥 속 시스템온칩”이 만든 500배 점프

 

이번 시험의 주인공은 NASA ‘고성능 우주비행 컴퓨팅(High Performance Spaceflight Computing·HPSC)’ 프로젝트의 핵심 프로세서다. 이 칩은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Microchip Technology)가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상업적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중인 방사선 경화형 시스템온칩으로,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작지만 하나의 패키지 안에 CPU, 연산 오프로드 유닛, 고급 네트워킹, 메모리, 각종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모두 집적했다.

 

NASA는 이 칩이 기존 우주비행 컴퓨터 대비 “최소 100배”의 연산 능력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해 왔지만, 2026년 2월부터 JPL에서 진행 중인 기능·방사선·열·충격 시험에서 “현재 사용 중인 방사선 경화 칩 대비 약 500배 성능”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관측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HPSC의 CPU 구조는 SiFive의 64비트 RISC‑V X280 코어 8개를 기반으로 하며, 가상화와 실시간 운영을 동시에 지원해 우주선 탑재 시스템에서 요구되는 고신뢰·고가용성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마이크로칩 측 설명이다.

 

마이크로칩은 자사 PIC64‑HPSC 계열 우주급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전통적 우주용 컴퓨터 대비 약 100배의 연산 용량”을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NASA JPL 시험에서 이론 설계 수준을 넘어 실제 운용 환경에 가까운 시나리오에서도 500배 수준의 성능이 관측됐다는 점은, 우주비행 컴퓨팅 성능 곡선이 한 단계 ‘단절적(disinruptive)’ 변화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자율 우주선, 지연 24분의 공백을 메운다

 

성능 향상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심우주 탐사에서는 지구와의 왕복 통신 지연이 최대 24분 이상까지 늘어나며, 착륙·회피기동·긴급상황 대응 같은 고위험 임무를 지상 관제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NASA는 이번 차세대 프로세서가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우주선 내부에서 직접 구동해, 센서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자율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온보드 두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JPL 엔지니어들은 화성·달 착륙 시나리오 등 실존 임무 데이터를 이용해, HPSC가 고해상도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에서 초당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며 지형 인식·위험지역 회피·경로 재계산 같은 복잡 연산을 수행하는지를 집중 시험 중이다.

 

이러한 자율성은 과학 데이터 처리 방식도 바꾼다. 현재 다수의 탐사선은 제한된 온보드 연산 능력 탓에 원시 데이터를 그대로 지구로 전송하고, 지상에서 후처리를 수행한다. HPSC 세대에서는 우주선 자체가 현장에서 데이터를 필터링·분석·요약하고, 가치 있는 정보만 선별 전송함으로써 동일한 대역폭으로 더 많은 과학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NASA는 이 칩이 심우주 임무의 과학적 ‘발견 속도’를 높이고, 향후 달·화성 유인 거주지의 자율 운영과 비상 대응에도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수·상업우주·지상 산업으로 확산되는 스핀오프

 

NASA는 이번 프로세서의 개발이 단순히 자체 탐사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JPL과 마이크로칩은 이미 국방 및 상업 항공우주 분야의 ‘얼리 액세스 파트너’들에게 시제품을 제공했으며, 방사선 경화(radiation‑hardened) 버전은 정지궤도, 심우주, 장기 임무용으로, 방사선 내성(radiation‑tolerant) 버전은 저궤도(LEO) 상업 위성군을 겨냥한 이원 구조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터키, 아르헨티나 등 해외 매체들도 HPSC 시험 착수를 “심우주 임무에 혁명을 가져올 AI‑기반 우주 컴퓨팅의 서막”으로 평가하며, 특히 스타링크를 비롯한 대형 위성군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이런 고성능·저전력·방사선 내성 칩을 도입할 경우 궤도상 AI 서비스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로칩은 또 항공·자동차 등 지상 산업에도 기술 확장을 예고했다. 자율주행 항공기·차량, 고신뢰 산업 제어 시스템 등에서도 저전력·고신뢰·고성능 연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우주급 내구성을 가진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환경·안전 규제가 까다로운 영역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우주를 위해 설계된 칩이 다시 지상으로 돌아와 안전·신뢰성 표준을 끌어올리는 ‘역 스핀오프(reverse spin‑off)’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남은 관문은 ‘우주비행 인증’…아르테미스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다만 이번 발표는 어디까지나 시험 과정 중간 점검 성격이며, 정식 ‘우주비행(flight) 인증’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NASA에 따르면 HPSC 프로세서는 현재 JPL에서 방사선, 전력 소모, 열·충격, 장기 신뢰성 등 다양한 조건을 동시에 평가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은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다.

 

시험이 계획대로 마무리되고 인증을 통과하면, NASA는 차세대 지구 관측 위성, 행성 탐사 로버, 유인 거주 모듈, 심우주 중계기 등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포함한 광범위한 임무에 HPSC를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NASA ‘게임 체인징 개발(Game Changing Development)’ 프로그램의 유진 슈반벡(Eugene Schwanbeck) 프로그램 요소 매니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우주비행 컴퓨팅 발전을 향한 NASA의 헌신은 기술적 성취와 협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인텔 펜티엄 기반 방사선 경화 칩 도입이 “기존 대비 10배 처리능력” 수준의 진화를 의미했던 1990년대 말과 비교하면, HPSC는 단일 세대 전환에서 최대 500배라는 압도적 스케일의 도약을 실현하며, 향후 2040년대 이후까지 이어질 우주비행 컴퓨팅의 기준선을 사실상 재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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