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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치명적 크루즈선 참사에도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10년의 벽' 넘어야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MV 혼디우스호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3명이 사망하고 8건의 확진·의심 사례가 보고되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접종 가능한 백신이 나오기까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희귀 질병에 대한 제약업계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임상 진입도 못한 mRNA 백신들

 

CNN, reuters, lemonde, The New York Times에 따르면, 영국 바스대학교 스핀아웃 기업 엔실리테크(EnsiliTech)는 2024년 1월 영국 정부로부터 170만 파운드(약 2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한탄 바이러스 균주를 표적으로 하는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mRNA를 실리카 구조체로 감싸는 '엔실리케이션(ensilication)' 기술을 적용해 냉장 유통망 없이도 보관 가능한 백신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인체 임상시험 시작까지 3~4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고려대학교 백신혁신센터가 모더나와 공동으로 2023년 9월부터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진행해왔다. 연구팀은 2025년 2월 마우스 실험에서 백신 후보물질이 한타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했으나,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에 필요한 100억~200억원의 자금 부족으로 1년 이상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가 과제 선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선정되더라도 연간 최대 15억원 수준의 지원금으로는 임상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자금 확보가 최대 난제


한타바이러스 발병의 희귀성은 민간 및 공공 투자 유치를 지속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육군감염병연구소(USAMRIID)의 제이 후퍼(Jay Hooper) 박사 연구팀은 안데스 바이러스, 한탄 바이러스, 푸우말라 바이러스 등 세 가지 변종에 대한 DNA 백신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지만, 해당 백신은 단순한 프라임-부스트 방식이 아닌 최소 3회 접종이 필요하며 2·3상 임상 진행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과 같은 대규모 정부 지원 없이는 2·3상 임상시험 완료까지 최소 5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예측 시장에서는 2026년 말까지 한타바이러스 백신이 승인될 확률을 7.5~13%로 평가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치 역시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국제 공조에도 먹구름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8일 기준 MV 혼디우스호와 연관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총 8건(확진 3건, 의심 5건)으로 집계했으며, 이 중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번 집단 발병을 '레벨 3' 비상 대응으로 분류하고 접촉자 추적 및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상원 의원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대한 6억 달러(약 8,500억원) 지원금을 2년째 동결하고 있다며 즉각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자금은 2025·2026 회계연도에 의회가 승인한 것으로, 9월 30일까지 집행되지 않으면 소멸된다.

 

보스턴 아동병원의 오퍼 레비(Ofer Levy) 박사는 중국과 한국이 자체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지만 효능이 일관되지 않고 국제적으로 사용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MV 혼디우스호는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발한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WHO는 5건이 안데스 바이러스 변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향방은 이번 집단 발병이 수십 년간의 산발적 사례로는 이끌어내지 못했던 정치적 의지와 공공 투자를 촉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하는 바이러스임에도 반세기 가까이 상용 백신이 없는 현실은, 희귀 질병에 대한 글로벌 보건 시스템의 구조적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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