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공공성’ 질타 직후 국세청이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50억원 특별공로금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금융권 지배구조와 보수 체계 전반을 겨누는 ‘핀셋 압박’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세청, ‘재계 저승사자’ 조사4국 투입…은행권에 10년 만의 특별 세무조사
8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서울 중구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본사에 50명 안팎의 조사 인력을 투입해 회계·세무 자료를 전방위로 확보하며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조사4국은 통상 탈세·비리 등 구체적 혐의가 포착됐을 때 투입되는 조직으로, 일반적인 4~5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예고 없는 고강도 수시 조사라는 점에서 국세청의 문제의식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는 최근 10여 년 사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조치로, 이번 하나금융 사례가 향후 금융권 전반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금융권과 세무업계에서 동시에 제기됐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지만, 금융·세무 업계에서는 경영진 고액 보수, 퇴직자 고액 자문료, 계열사 간 자금 거래 구조 등 비용 처리의 적정성이 핵심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성 취약’ 직격탄 뒤 이뤄진 전격 조사…정책·세무의 ‘원투 펀치’ 설
이번 세무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 부족을 강하게 비판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정치·정책적 메시지를 동반한 ‘정책–세무 연동 카드’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다, 그게 금융기관의 존립 목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고, 금융기관을 “금융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국가 질서의 일부”라고 규정하며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 같은 발언 직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직접 하나금융을 찾으면서, 청와대·정부의 금융 구조개혁 주문과 국세청의 조사 착수가 맞물린 ‘원투 펀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세청은 “정책 발언과 조사 착수는 별개이며, 구체적 탈세 혐의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정치적 배경론과 법 집행 독립성 논란은 향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집중 타깃은 ‘보수·자문료·공로금’…김정태 50억 공로금 정면 겨냥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이 들여다볼 핵심은 하나금융그룹이 거둔 막대한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배분됐는지, 특히 경영진 보수와 퇴직 후 급여에 대한 세무 처리에 위법·편법 소지가 있었는지 여부다. 최근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임원에게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하고, 퇴직 임원에게 구체적 기준 없이 고액 자문료를 지급했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특히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지급된 약 50억원 규모의 ‘퇴직 특별공로금’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상징적 사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 김 전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재직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공로금”이라며 50억원 지급 계획을 공시했고,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추정한 김 전 회장의 통상 퇴직금은 약 10억9500만원 수준(월 기본급 7300만원×임기 15년)으로, 특별공로금 50억원을 합치면 총 퇴직급여는 약 60억9500만원, 정상퇴직금의 약 5.6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들의 퇴임 시 거액 퇴직금과 다를 바 없는 ‘금융 재벌式 보수 관행’”이라며 금융 공공성과의 괴리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고, 국세청이 이번에 이 부분까지 정밀 점검에 나설 경우 ‘과도한 특혜성 보수’가 세법상 손금 인정 범위와 충돌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나금융, 사상 최대 실적 속 고액 보수…‘성과 대비 과다’ 논란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고, 최근 몇 년간 고금리 환경을 등에 업고 이자이익을 크게 늘려 왔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고이자 구조 속에서 소비자·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 제고보다는 경영진 보수 확대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실적 상승과 함께 고위 임원 성과급·퇴직급여·고문료 등이 크게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보수 체계와 비용 처리 관행이 세법상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계열사 간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고액 보수나 자문료가 실질 없이 비용으로 처리돼 법인세를 과도하게 줄였는지, 특정 인사에게 편법적인 ‘사후 보상’ 수단으로 활용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전반으로 ‘불똥’ 튈까…공공성·보수 체계 재편 압박
국세청의 이번 조치로 인해 하나금융 내부는 물론 다른 시중은행, 금융지주사들도 비상 체제에 들어간 분위기다. 조사4국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하나금융에 대한 세무조사가 중대한 탈세·비리 혐의로 이어질 경우, 다른 대형 금융그룹의 고액 보수 및 자문료, 계열사 거래에 대한 유사한 형태의 특별 세무조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가 금융 공공성 강화와 금융 구조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이번 세무조사가 금융권 지배구조·보수 체계 전반의 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 경영진의 보수 상한제·성과 연동 기준 강화, ▲퇴직 후 고문계약의 투명성·공시 의무 확대, ▲사회적 책임투자(SRI)·이익공유제 도입 확대 등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재차 쟁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뒤 경영진이 수십억원대 보수를 챙기고, 대통령이 공공성 문제를 직격한 직후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는 상징성만으로도 금융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의 보수 관행과 세무 전략을 전면 손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