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 소비자가 사 먹은 바나나에서 나온 이익이 싱가포르 본사로 빨려 들어가는데도, 스미후루코리아는 고객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는 것이 이번 기사의 출발점이다.
‘역(逆)자금 구조’가 드러난 질문…왜 말을 아끼나
이번 20개 질의 가운데 스미후루코리아와 홍보대행사(함샤우트글로벌)가 가장 대답하기 껄끄러운 대목은 단연 “고금리 국내 차입 → 저금리(또는 불투명 금리) 본사 장기대여”로 요약되는 역(逆)자금 구조다.
핵심은 네 갈래다.
질의8: 산업은행에서 연 4.04%로 150억원을 빌리면서, 비슷한 규모 157~158억원을 싱가포르 본사에 장기대여한 구조를 이사회·감사·외부 전문가가 어떻게 ‘정당화’했는지 묻고 있다.
질의9: 본사 장기대여금 금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됐으며, 같은 시점 산은 차입조건과 비교해 주주 이익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익률인지 근거(내부 투자안·NPV·IRR)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질의10: 만약 대여금 금리가 시장금리나 국내 차입금리보다 현저히 낮다면 사실상 ‘이익 이전’ 또는 ‘변칙 배당’ 아니냐는 점과, 이에 대한 법률·재무 검토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질의3: 이 같은 구조를 산업은행이 여신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인지·평가했는지, 여신 승인 논리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 설명을 요구한다.
스미후루코리아의 2025년 재무제표를 보면, 단기차입금 150억원(산업은행, 이자율 4.04%)이 유지되는 동시에 싱가포르 본사에 대한 장기대여금 157억원이 설정돼 있다. 장기대여금에서 인식된 이자수익은 7억2600만원 수준인데, 외부 재무분석 전문가조차 “연이율 수준도 모호한 조건”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공시만으로는 금리 수준과 합리성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질의들에 회사가 ‘공시를 보라’는 말만 남기고 구체 응답을 거부했다는 것은, ▲내부 승인 프로세스 ▲이사회·감사인의 판단 근거 ▲국제조세·상법·채권자 보호 법리 검토 결과를 공개할 경우 ‘이익 파이프라인’ 논란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의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이는 “한국 법인이 사실상 저금리 공급자이자 고금리 차입자 역할을 하며, 본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금 파이프라인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에 정면으로 답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1억 지급수수료의 블랙박스…질의에 드러난 ‘로열티·용역비’ 민감성
두 번째로 민감한 페인포인트는 “매출의 6.6%에 달하는 111억원 지급수수료가 어디로, 어떤 명목으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이다. 스미후루코리아의 2025년 지급수수료는 111억원으로 판관비의 32.8%, 매출의 6.6%를 차지한다. 영업이익률이 3.1%에 불과한 회사가 매출의 6%가 넘는 지급수수료를 쓰고 있다는 것은, 숫자만 놓고 보면 “수수료를 벌기 위해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해석을 부를 수 있는 구조다.
이와 맞물려 나온 세 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질의11: 111억원 지급수수료를 용역 유형별·수취처별·국내/해외·계열/비계열로 구분해 비율이라도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 없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질의12: 이 지급수수료 중 싱가포르 본사나 해외 특수관계자에게 지급된 금액이 있는지, 있다면 비중과 계약 근거(브랜드 로열티, 경영지원·IT·물류 시스템 사용료 등)를 밝히라고 요구한다.
질의13: 지급수수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외부 회계·세무 자문이나 이전가격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내부통제·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상 없음”으로 판단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내용이다.
공시상으로는 지급수수료의 세부 수취처가 드러나지 않는다. 재무분석 전문가는 “일부가 사실상의 로열티 성격 비용일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가 본사·특수관계자로 흘러갔는지, 그 대가로 어떤 실질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지점이 스미후루코리아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이유는, 지급수수료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순간 ‘배당 0원’과 결합해 “명칭만 다른 준(準)배당, 혹은 이익 유출 채널”이라는 국내 여론의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과 2024년 모두 이익잉여금 처분액과 배당금은 0원이고, 당기 순이익 329억원이 고스란히 이익잉여금으로 이월됐다.
그럼에도 매입·수수료·대여금 형태로 현금이 꾸준히 모회사·관계사로 유출되는 구조라는 점이 드러나면, “공식 배당은 안 하지만 실질 배당은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스미후루와 함샤우트글로벌이 질의11~13을 사실상 ‘블랙박스’ 상태로 묶어 둔 것은, 지급수수료를 둘러싼 국세청 이전가격 조사·공정위 불공정 내부거래 조사 가능성을 스스로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방어적 침묵 전략으로 읽힌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수수료 내역을 공개하면, 그 순간부터는 세무·공정거래 당국이 ‘숫자’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는 점을 계산에 넣은 행보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배당 0원’인데 돈은 빠져나가는 구조…질의가 건드린 지배구조의 급소
세 번째 고통스러운 질문은, “배당금은 0원인데 모회사·관계사로의 현금 유출은 계속된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들이대는 질의14·15다.
스미후루코리아는 2025년 당기순이익 329억원을 기록했지만, 이익잉여금 처분액은 0원, 배당금도 0원이다. 전년도에도 동일했다. 표면상으로는 “한국 내 재투자를 위해 이익을 유보하고 있다”는 명분이 가능하지만, 정작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상황은 다르게 읽힌다.
매출의 70% 이상을 싱가포르 본사에서 매입하고, 111억원 지급수수료라는 불투명한 비용이 발생하며, 157~158억원 장기대여금이 본사로 흘러들어간다. 이런 구조에서 질의14는 “배당 대신 내부거래를 통해 사실상 이익을 이전하고 있다는 ‘변형된 배당’ 구조 아니냐”는 점을, 질의15는 “그렇다면 한국 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공유 가치가 돌아가는지, 투자·고용·임금·세금 등 수치로 증명해보라”고 요구한다.
회사 입장에서 이 질문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명확하다. 만약 “한국 내 재투자”를 강조하면, CAPEX·일자리·R&D·스마트팜·지역상생 등 수치가 따라와야 하는데, 그 규모가 미미하다면 “실질 배당은 본사로, 위험과 비용은 한국에 남긴다”는 비판만 키우게 된다.
반대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하면, ‘한국 법인은 본사 이익 파이프라인’이라는 프레이밍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결국 회사가 선택한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배당 0원의 착시 뒤에 숨어 있는 이익 유출 구조를 들여다보라는 질의에 침묵한 것은, 이 논쟁이 지배구조·이전가격·정책금융·노동·소비자 이슈까지 번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침묵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공정위 레이더를 건드리는 이전가격 질문…질의의 정치성
특히 스미후루코리아와 홍보대행사(함샤우트글로벌)가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큰 부분은 국세청·공정위와 직결된 이전가격·내부거래 질문이다. 기사에서 이미 지적했듯, 스미후루코리아 매출의 약 70% 수준이 지배회사인 Sumifru Singapore Pte., Ltd.로부터의 매입으로 이뤄진다. 이는 “국내 영업이 사실상 본사 공급망에 종속된 구조”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질의1·2·6·7은 다음을 요구한다.
질의1: 최근 5년간 국세청에 제출한 국제거래정보·이전가격 자료(마스터파일·로컬파일), APA(사전승인) 신청·체결 이력과 국세청의 평가 결과 공개.
질의2: 지배회사·특수관계사와의 매입단가·수수료·대여금 금리가 독립기업 간 거래 수준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내부 비교분석 결과 제시.
질의6·7: 동일 품질·규격의 바나나를 비계열사로부터 매입할 경우 시가 대비, 지배회사 매입가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정량 분석 결과와 최근 3개년 이사회 보고 내용 공개.
이 질문들에 대한 ‘무응답’은, 국세청 이전가격 조사나 공정위 불공정 내부거래 조사의 잠재적 리스크를 감안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APA 체결 여부나 로컬파일 내용, 비교가능 거래·비교가능 회사 선정 로직이 드러나는 순간, 세무당국이 ‘사후 검증’에 나설 명분을 쥐게 된다.
반대로, 이런 검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하면 곧바로 “그 규모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하면서도 기본적인 이전가격·비교분석도 안 했다”는 지배구조·내부통제 비판에 직면한다.
어느 쪽이든 ‘진실의 문’을 여는 순간 리스크는 커진다. 그래서 택한 것이 “공시에 나온 것 외에는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세무·공정거래 이슈에 휘말렸을 때 보편적으로 택하는 침묵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공시를 보라”는 한 줄, 스스로 드러낸 ‘설명 책임 회피’의 민낯
이번 스미후루코리아의 대응은 두 가지 점에서 상징적이다.
첫째, “공시를 보라”는 한 줄짜리 답변은 “우리는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치만 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1,671억원 매출, 329억원 순이익, 매출의 70% 이상을 지배회사로부터 매입하고, 111억원 지급수수료와 157~158억원 장기대여금을 본사로 쏟아 붓는 구조에서, “한국 소비자·국민·정책금융기관·채권자에게 어떤 설명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둘째, 이 침묵은 역설적으로 회사의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분명히 드러냈다.
▲역(逆)자금 구조를 묻는 질의8·9·10·3, ▲지급수수료 블랙박스를 겨냥한 질의11·12·13, ▲배당 0원과 실질 자금 유출을 파고든 질의14·15, ▲국세청·공정위와 직결된 이전가격·내부거래 질문(질의1·2·6·7)은 스미후루코리아가 향후 당국 조사·채권자 협상·여론전에서 직면하게 될 ‘핵심 전선’임을 보여준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스미후루코리아가 향후 이 전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한국에서 번 돈을 싱가포르로 빼가는 바나나 제국이라는 프레임은 강화될 수도,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지금까지의 침묵 전략만 놓고 보면, 회사는 아직 어느 한쪽으로도 명확히 기울지 않은 채, '사실상 이익 파이프라인'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는 쪽에 더 가까운 선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