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구글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의 인공지능(AI) 사용을 공식 허용하며 글로벌 테크 업계의 채용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입수한 내부 문서와 Google Cloud, biztechmagazine, forrester, DEV Community, The Pragmatic Engineer에 따르면, 구글은 2026년 하반기부터 미국 일부 팀의 주니어·중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과정에서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승인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전통이었던 '코딩 문제는 오로지 개인 역량으로만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는 변화다. 또 AI 도구가 엔지니어의 실제 업무 방식과 이미 불가분의 관계가 됐음을 주요 테크 기업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가장 구체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면접 현장에 AI가 들어온다
핵심은 '코드 이해(code comprehension)' 면접 단계다. 지원자들은 이 라운드에서 제미나이를 활용해 기존 코드베이스를 읽고, 오류를 찾아 수정하며, 최적화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면접관은 단순 암기력이나 화이트보드 코딩 능력 대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출력 결과 검증, 디버깅 능력을 포함한 AI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 구글 채용 담당 부사장 브라이언 옹(Brian Ong)은 "AI 시대에 우리 팀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면접에 더 잘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문서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인간 주도, AI 보조(human-led, AI-assisted)" 방식으로 정의하며, "GenAI 시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워크플로우"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면접장을 실제 개발 환경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프래그매틱 엔지니어(Pragmatic Engineer)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약 80%가 이미 매일 대형 언어 모델(LLM)을 사용하고 있다.
면접 전 과정을 재설계하다
AI 보조 면접은 더 광범위한 채용 프로세스 개편의 일부다. 구글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구글다움 및 리더십(Googleyness and Leadership)' 행동 면접에는 이제 지원자의 과거 프로젝트에 관한 기술 설계 토론이 추가된다. 주니어 지원자의 경우, 기존 기술 면접 라운드 중 하나가 정형화된 알고리즘 테스트 대신 "개방형 엔지니어링 과제"로 대체되어 적응력과 실제 엔지니어링 판단력을 평가하게 된다.
구글은 이달부터 클라우드(Cloud) 부문과 플랫폼·디바이스(Platforms and Devices) 사업부를 대상으로 새로운 면접 형식을 시범 운영하며, 성공할 경우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2026 행사에서 토마스 쿠리안이 선언한 "AI 파일럿 시대의 종료"와 맥을 같이하며, 조직 전반의 AI 통합 전략과 일치한다.
업계를 뒤흔드는 선례
구글의 결정은 여타 빅테크 기업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 메타는 2025년 7월 자사 CodeLLaMA 2 모델을 활용한 'AI 보조 코딩 면접'을 처음 도입했으나, 구글처럼 대규모 파일럿으로 공식화한 사례는 드물다.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는 2025년 6월부터 백엔드, 머신러닝,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면접에서 Copilot, Cursor, Claude 같은 AI 도구 사용을 의무화했다. 반면 아마존과 앤트로픽(Anthropic) 등은 여전히 면접 중 AI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카랏(Karat)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리더의 71%가 "AI로 인해 기술 역량 평가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해커랭크(HackerRank)의 AI 스킬 리포트는 개발자의 83%가 GenAI 도구를 통해 프로젝트를 더 빠르게 완료한다고 밝혔으며, 테크 기업의 약 60~65%가 이미 AI 기반 면접을 도입했고 이 비율은 곧 8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글의 결정은 '면접에서 AI를 금지할 것인가, 통합할 것인가'라는 업계 전반의 논쟁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원자 경험의 양날의 검
흥미롭게도, AI가 면접관이 아닌 지원자 손에 주어진다는 점이 구글 방식의 핵심 차별점이다. 채용 플랫폼 그린하우스(Greenhouse)가 미국·영국·아일랜드·독일·호주 등 5개국 구직자 2,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구직자의 63%가 이미 AI 기반 면접을 경험했으며, 이는 6개월 전보다 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지원자의 38%는 AI 면접이 포함된 채용 과정에서 중도 포기했고, 추가로 12%는 AI 면접이 요구될 경우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응답자의 70%는 AI가 자신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했으며, 5명 중 1명은 면접이 시작된 후에야 이를 알게 됐다. 그린하우스는 "AI 면접이 주류가 됐지만, 초기 도입 사례들은 투명성·신뢰·지원자 경험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접근법은 AI를 지원자의 도구로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불신 구조를 역전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술 역량 평가의 재정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면접 방식 개선을 넘어, '기술적 우수성'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하는 시도다. 전통적인 코딩 테스트가 알고리즘 암기력과 화이트보드 문제 해결 속도를 중시했다면, 구글의 새 방식은 AI 시대에 필수적인 '도구 활용 능력'과 '결과물 검증 역량'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캔바의 엔지니어링 팀이 밝힌 바와 같이, "AI 어시스턴트는 전통적인 코딩 면접 문제를 몇 초 만에 풀 수 있으며, 이는 기존 평가 방식에 의미 있는 신호를 제공하지 못한다".
메타의 실험과 구글의 파일럿은 "개발자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에 면접을 맞추려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한다. 깃허브(GitHub)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래머의 77%가 이미 주간 단위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면접장과 실무 현장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구글의 브라이언 옹 부사장이 강조한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진화"는, 결국 AI 공존 시대에 진정한 엔지니어링 역량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