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앤트로픽이 비상장 상태에서 이미 1조 2,000억 달러(약 1,650조원)에 달하는 내재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같은 생성형 AI 라이벌인 오픈AI를 20%가량 앞서는 ‘프리 IPO(Pre-IPO) 공룡’으로 떠올랐다.
구글 클라우드에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를 쓰겠다는 초대형 인프라 계약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보유한 Colossus 1 슈퍼컴퓨터 전체 용량을 임대하는 딜이 겹치면서, AI 자본시장과 클라우드·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구조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 7일 만에 20% 급등한 ‘온체인 프리 IPO’ 가치
암호화폐·온체인 기반 프리 IPO 거래 플랫폼인 Jupiter에서 거래되는 앤트로픽 관련 상품 가격이 최근 7일 동안 20% 급등하면서, 이 회사의 내재 기업가치는 1.2조 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 매크로 분석 계정 The Kobeissi Letter가 해당 온체인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2025년 10월 대비 앤트로픽의 암시적 기업가치는 약 900%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오픈AI의 프리 IPO 내재 가치 대비 약 20% 높은 수준으로, 비상장 AI 유니콘 경쟁 구도에서 앤트로픽이 처음으로 오픈AI를 시가 기준으로 추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 밸류에이션이 실제 IPO로 이어진다면, 앤트로픽은 상장 직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1위 기업이 되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TSMC·브로드컴·테슬라·사우디 아람코 바로 뒤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 구글 클라우드에 2,000억 달러…매출 잔고 40% 책임지는 ‘단일 고객’
이번 밸류 급등의 1차 촉매는 구글 클라우드와의 2,0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장기 계약이다. 미국 테크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익명 소스를 인용해 앤트로픽이 향후 5년 동안 Google Cloud와 Broadcom이 공급하는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등에 총 2,0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했다고 보도했고, 이 내용을 로이터와 야후파이낸스 등 주요 글로벌 매체가 인용 보도했다.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이 약정은 구글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공개한 Google Cloud 매출 잔고(backlog)의 40%를 넘는 규모로 추정된다. 구글 입장에서 단일 AI 고객 한 곳이 클라우드 사업부 장기 매출의 거의 절반을 책임지는 구조인 셈이다. 로이터는 이 보도가 나온 직후 알파벳(Alphabet)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약 2% 상승했다고 전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계약이 단순 IaaS·PaaS가 아니라 ‘미리 전력·칩까지 묶어 선점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와 싱가포르 비즈니스 타임스 등은 이번 계약이 2027년부터 가동될 수 기가와트(GW)급 TPU 용량까지 포함하며, 알파벳이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 달러까지 투자하기로 약정한 패키지 딜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한편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체결한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합산할 경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오라클 등 주요 클라우드 4사가 보유한 총 2조 달러 수준의 매출 잔고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 두 AI 회사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상위 2개 플레이어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의 ‘예약 재고’를 사실상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3. 스페이스X Colossus 1, 22만대 엔비디아 GPU ‘풀 대관’
두 번째 촉매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의 초대형 컴퓨팅 파워 계약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스페이스X의 Colossus 1 데이터센터 전체 AI 컴퓨팅 용량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야후파이낸스, 톰스하드웨어, InsiderFinance 등에 따르면 이 계약으로 앤트로픽은 H100·H200·차세대 GB200 가속기 시스템을 포함해 22만 2,000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와 300메가와트 이상에 달하는 추가 AI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게 된다. 상당 물량이 2026년 5월 말까지 가동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양측은 지상 데이터센터를 넘어 향후 ‘우주 공간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에도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머스크가 테슬라·스페이스X·스타링크·xAI를 잇는 네트워크 상에서 우주 기반 AI 인프라를 구상해 온 만큼, 앤트로픽이 이 플랫폼의 초기 핵심 수요처로 포지셔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 연환산 매출 300억→400억 달러 구간…역대급 자본 효율성
앤트로픽의 펀더멘털도 밸류 급등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 인포메이션 등 복수의 테크 매체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026년 4월 초 기준 연간 환산 매출(ARR)이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식 확인했다. 이는 2025년 말 90억 달러 수준에서 약 15개월 만에 3배 이상, 2024년 말과 비교하면 30배에 가까운 성장이라는 설명이다.
링크드인 게시물과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비공식 추정에 따르면, 최근 들어 ARR가 이미 400억 달러를 상회했을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이 같은 수치는 온체인 프리 IPO 시장에서 1.2조 달러 밸류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재무 측면에서 앤트로픽은 2026년 4월 말 약 9,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500억 달러 규모의 프리 IPO 투자 라운드를 마쳤으며, 이는 상장 전 마지막 대형 자금 조달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회사 측이 검토 중인 2026년 10월 전후 IPO에서 1.2조 달러 수준에 상장한다면, 단일 라운드에서만 6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은행권 전망도 나왔다.
앤트로픽이 직원 수 약 5,000명 수준에서 수십억~수백억 달러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매출 기준으로는 기술 산업 역사상 손꼽히는 자본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구체적인 인건비·연구개발비·인프라 CAPEX 구조는 비공개라, 실제 영업이익률과 자유현금흐름(FCF) 기준 효율성은 상장 이후 공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5. ‘AI 2강’ 시대…클라우드·반도체·규제 지형까지 재편
앤트로픽의 온체인 프리 IPO 밸류 급등은 세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회사가 사실상 ‘생성형 AI 2강 체제’를 굳히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클라우드 계약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오라클이 보유한 2조 달러 규모 클라우드 매출 잔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져, AI 수요의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클라우드 및 반도체 밸류체인의 ‘수직 결합형 장기 계약’ 확산이다. 앤트로픽–Google–Broadcom–Nvidia–SpaceX로 이어지는 공급망은 칩·전력·데이터센터·파이버까지 한꺼번에 묶어 선점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향후 중소 AI 스타트업과 후발 빅테크에게는 GPU·전력·클라우드 용량을 구하는 것 자체가 ‘희소 자원 쟁탈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1.2조 달러급 AI 비상장사의 등장은 글로벌 규제와 거버넌스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상장사 기준으로만 빅테크 규제가 설계됐지만, 오픈AI·앤트로픽처럼 상장 전부터 국가 단위 GDP에 필적하는 밸류를 지닌 AI 회사들이 등장함에 따라, 프리 IPO 단계부터의 정보공개·리스크 관리·경쟁법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국제 논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