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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파리 검찰, 머스크·X 형사수사 ‘정조준’…딥페이크·홀로코스트 부정이 불러온 플랫폼 리스크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파리 검찰이 일론 머스크, X 코퍼레이션, 전 CEO 린다 야카리노를 공식 형사 피의자 선상에 올리며 X를 둘러싼 수사를 예비 단계에서 본격 사법 절차로 격상시켰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아동 성착취물 유포 방조,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 홀로코스트 부인, 조직적 자동 데이터 처리 시스템 조작 등 중대 범죄 혐의를 열거하며, 플랫폼 경영진 개인의 형사책임까지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쥬쥬 댕스트뤽시옹(juge d'instruction)', 즉 수사판사가 사건을 담당하게 됐으며, 해당 판사는 아동 성착취물 유포 방조, 비동의 성적 딥페이크 제작, 반인도적 범죄 부인, 조직적 자동 데이터 처리 시스템 조작 등의 혐의에 대한 기소를 추진할 권한을 갖는다.

 

수사판사 개입, 사건은 ‘신호탄’ 아니라 ‘전면전’

 

Le Monde, TechCrunch, bbc, komonews에 따르면, 파리 검찰은 5월 6일(현지시간) X의 모회사 X.AI Holdings Corp, X Corp, xAI와 함께 머스크와 야카리노를 대상으로 공식 형사조사 개시를 결정했고, 이는 2025년 1월부터 진행되어 온 예비 수사에서 한 단계 격상된 조치다. 이 사건은 2025년 1월 X 알고리즘의 정치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예비수사에서 출발해, 1년 4개월여 만에 수사판사(juge d’instruction)가 관여하는 정식 사법절차로 단계가 올라갔다.

 

프랑스에서는 수사판사가 지정되면 광범위한 압수수색, 증인·피의자 소환, 기소 권고 등 강제수사가 가능해져 사실상 ‘전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성명에서 “피해자 보호와 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필요시 머스크와 야카리노에 대해 기소 상당의 영장 발부를 수사판사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소환 불응…정치화 논란 속에 ‘법의 언어’로 간다


이번 사태는 수개월간 누적된 갈등의 결과다. 2026년 2월 파리 검찰 사이버범죄 부서는 유럽형사청과 유로폴 지원을 받아 파리 소재 X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때부터 수사는 단순 알고리즘 조사에서 아동 성착취물, 성적 딥페이크, 데이터 조작 등 다수의 형사범죄 가능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검찰은 이어 4월 20일 머스크와 야카리노를 포함한 X 경영진 10여 명에게 ‘자발적 진술’을 위한 출석을 요구했지만, 머스크는 이날 파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AFP통신 등에 “불출석은 수사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고, 고소를 주도한 아르튀르 들라포르트·에리크 보토렐 의원도 “기소에 충분한 실질적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와 X 측은 수사 초기부터 “정치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공격”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디지털 서비스법(DSA) 도입, 틱톡·텔레그램 수사 병행 등과 맞물려, 플랫폼을 ‘표현의 장’이 아닌 ‘규제 대상 사업자’로 명확히 위치시키는 쪽으로 선을 굵게 긋고 있다.

 

딥페이크·홀로코스트 부정…AI 챗봇 ‘그록’이 키워운 혐의


수사의 결정적 분기점은 X에 통합된 AI 챗봇 ‘그록(Grok)’이었다. 2025년 11월, 그록이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티푸스 방역용 소독실”로 묘사하는 프랑스어 답변을 내놓으면서, 프랑스에서 형사범죄로 규정된 홀로코스트 부정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후 그록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인물들의 성적 딥페이크 생성·유포에 악용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수사 범위는 알고리즘 조작에서 AI 기반 성범죄, 인권침해 영역으로 급속히 확장됐다.

 

SEC·미 법무부까지 언급…플랫폼 리스크가 금융·외교 리스크로


수사는 국경을 넘어 금융·외교 변수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파리 검찰은 3월 중순 미국 법무부(DOJ)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문을 보내, 그록 딥페이크 논란이 X와 xAI의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2026년 6월 예정된 SpaceX–xAI 합병법인의 상장을 앞두고 ‘주가 부양 이벤트’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랑스 사법당국이 AI 챗봇의 문제성 콘텐츠를 자본시장 문제, 나아가 투자자 기망 이슈와 엮은 것은 이례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프랑스 측 사법공조 요청에 사실상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SEC는 최소한 정보 공유 수준의 협의에는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체로도, 플랫폼 규제가 표현의 자유 논쟁을 넘어 투자자 보호·시장 공정성 논리와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텔레그램·틱톡까지 겨눈 파리…글로벌 플랫폼 규제 ‘프랑스 모델’ 주목

 

파리 검찰은 이미 2025년 틱톡에 대해 자살 조장 콘텐츠,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공격적 추천 알고리즘 문제 등을 이유로 별도 수사에 착수했고, 이보다 앞서 텔레그램에 대해서도 조직범죄·불법 거래를 용이하게 한 혐의로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파리가 “빅테크 플랫폼의 형사책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묻는 유럽 수도”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X 사건은 그 정점에서 진행되는 ‘테스트 케이스’에 가깝다. X는 월간 활성 이용자가 글로벌 기준 수억 명에 이르고, AI 챗봇 그록을 비롯해 광고·구독·금융 연계 서비스까지 결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프랑스가 이 플랫폼을 상대로 알고리즘과 AI의 설계·운영, 위험완화 조치의 수준, 수익모델과 인센티브 구조까지 정밀히 들여다본다면, 그 결과는 다른 국가 규제 기관들의 ‘레퍼런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수사는 단순히 한 억만장자 CEO와 특정 소셜미디어 기업의 법적 분쟁을 넘어, AI 시대에 플랫폼이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형사·재정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가 그 경계를 어떻게 선례로 만들어 갈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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