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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Future Hands up] 내 머리 속 낸드플래시를 활성화하라

쿠자의 Future Hands up ⑱

 

“나는 한 글자씩 읽느라 힘든데 아빠는 어떻게 한 번에 쭉 읽어?”

 

취침 전 책을 읽어주는데 갑작스레 딸아이가 물었다. 본인은 한 글자씩 눈으로 쫓느라 바쁜데 대충 한번 쳐다보고는 술술 읽어내는 아빠가 신기하고도 얄미운 모양이다.

 

“본하야. 앞을 한번 쳐다봐 봐. TV가 보이고 책장이 보이고 서랍이 보이지? 근데 본하는 이거 볼 때 하나하나 순서대로 봤어? 아니면 전체를 한 번에 봤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제법 대견스럽다. 7년의 삶을 통해 이제는 자연스럽게 한눈에 시야를 포착하듯, 책 읽는 연습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문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나니 갑자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꾸준히 읽어야만 한눈에 들어오지?’

 

◆ 일상 다반사

 

1. 얼마 전 일반유치원에서 영어유치원으로 옮긴 학부모의 걱정을 들었다. 영어 실력은 쑥쑥 성장하는 것 같은데 갑자기 한글을 까먹은 것 같다고. 분명 이전 유치원에서 한글을 다 떼었다고 생각했는데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한글이 흐릿해 지는 거 같아 걱정이라 하소연했다.

 

2. 숏폼을 즐겨본다던 회사 후배가 있었다. 즐겨 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에 관련된 의미 있는 숏폼을 즐겨보기 때문이라 했다. AI와 미래의 트랜드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을 쌓아왔다던 그에게 최근의 떠오르는 LLM의 이름과 기능을 물었더니 ‘그 C 로 시작하는 알아서 다해주는. 그 뭐더라. 그 AI있잖아요.’ 라는 무모한 답변이 돌아왔다.

 

3. 모 대학 교수가 과제를 검토하던 중 누가 봐도 AI가 작성한 것만 같은 흔적을 발견했다. 교수가 해당 학생을 불러 다그치자, 학생은 자신이 AI를 쓴 것은 맞지만 AI와 함께 치열한 토론을 하며 과제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니 자신의 결과물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교수가 되물었다. ‘그럼 자네가 제출한 과제를 지금 내게 한 번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 후로 한참 동안 불편한 침묵 만이 하염없이 흘렀다.

 

◆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Memory)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중 메모리 반도체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디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이다. 이 둘의 차이는 하기와 같이 극명하다.

- 디램: 지금 작업 중인 데이터를 잠시 저장하는 고속 메모리로, 연산 작업에 유리.
- 낸드플래시: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기억 작업에 유리.

최근의 AI는 이 두 메모리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우선 ‘DRAM’을 활용하여 즉각적으로 초고속 연산 과정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이러한 데이터 중 기억해야 할 부분들을 선별하여 1차적으로 디램 내부에 ‘KV캐시’ 형태로 저장한다. 하지만 디램은 저장 공간이 협소하고 휘발성이 강하다 보니 2차적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중요한 것들을 저장하는데, 이곳은 장기 기억에 능하며 충분한 공간확보가 가능하여 추후 연산에 필요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관하는데 용이하다.

즉 고차원적 연산 처리를 위해서는 낸드 플래시의 장기 기억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우리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앞의 예시에서 보았듯 단기적인 학습과 기억은 휘발성이 강한 DRAM에 KV캐시 형태로 저장될 뿐이다. 전원을 껐다 켜면 날아가버리는 DRAM 메모리처럼 단기적인 학습과 기억은 지식과 지혜로 흡수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학습을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글을 읽기 시작하고, 숏폼으로 학습하고, AI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DRAM을 활용한 치열한 연산 처리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를 내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공을 들여 반복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언컨데 이러한 작업은 절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 나가야 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DRAM보다 처절할 정도로 연산속도가 느린 것에는 이유가 있다. 만약 당신이 커피를 좋아한다면 빠르게 내린 머신의 커피와 바리스타가 시간을 들여 나긋하게 내린 커피의 차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지난 몇 년 간은 HBM (초고대역폭 DRAM)의 시대였다. AI의 폭발적 성장에는 이 HBM의 연산처리능력이 크게 한 몫을 했다. 덕분에 우리 주식계좌의 영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더욱 기가 막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가두지 못할 만큼 글로벌 거물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깜짝 성장이 있다. 연산과 더불어 데이터 기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는 시대가 보내는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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