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저는요?"
요즘 AX 관련 다큐나 뉴스 인터뷰가 부쩍 늘었다. 얼마 전 본 프로그램에서 공장 자동화를 도입한 기업의 직원이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계가 내 일을 더 잘하는 건 알아요. 근데… 그럼 저는요?"
짧은 한 마디였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이런 변화를 체감하는 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 저 질문은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나온 말이다.
◆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최근 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내뱉는 주문이다. AX(AI Transformation)가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시스템 최적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ERP가 도입될 때도, 새로운 성과관리 체계가 세워질 때도 조직은 늘 비슷한 진통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 진통의 진원지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있었다.
◆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불편한 진실'
회사가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설계할 때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여 기업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은 경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다.
시스템이 도입되는 그 순간, 구성원들은 논리보다 감각으로 먼저 반응한다. '이 시스템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것으로 인해 나는 무엇을 잃는가.' 이 질문이 머릿속에 먼저 들어온다.
효율화가 반드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구성원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진짜 문제다.
두려움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도 충분히 현실이 된다.
◆ 대체가 아닌 '업무 재배치'를 위한 수단
그렇다면 우리가 효율을 강조하는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고 사람을 대체하기 위함일까?
경영의 관점에서 본 진짜 목적은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업무의 재배치'를 실행하고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데 있다.
시스템이 반복적인 과업을 가져간 만큼, 사람은 더 고차원적인 전략, 창의적 문제 해결,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 같은 '가치 있는 일'로 이동해야 한다. 단, 솔직히 말하면 모든 기업이 이 재배치에 성공하진 않는다. 재배치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세 가지 조건
아무리 완벽한 효율을 자랑하는 제도라도 그 안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며, 그것은 세 가지로 구체화된다.
첫째, 맥락을 공유하라.
-"제도가 바뀌었으니 따르라"는 공지가 아니다. 왜 지금 이 변화인지, 조직이 처한 현실과 변화의 필연성을 투명하게 나누어야 한다. 진실된 맥락 공유만이 구성원의 식어버린 자발적 역동을 다시 깨우는 열쇠가 된다.
둘째, 역할의 지도를 보여줘라.
-"더 가치 있는 일로 이동하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변화 이후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줄 때 사람은 비로소 움직인다. 사람은 지도가 있어야 걷는다.
셋째, 학습의 판을 깔아줘라.
-기존 업무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구성원이 새로운 역량을 장착하는 속도가 느리다면, 앞의 두 가지는 모두 공허해진다. 소통은 말이 아니라 기회를 여는 것으로 완성된다.
리더가 이 세 가지를 설계할 때, 시스템의 언어는 비로소 성장의 언어로 번역된다. 그때 구성원은 불안을 넘어 새로운 변화에 올라탈 용기를 얻고, 비로소 제도는 완성된다.
[래비가 제안하는 커리어 블렌딩 3단계 질문]
STEP 1. 우리 조직의 효율성은 '대체'를 말하는가, '확장'을 말하는가?
시스템 도입의 목적이 단순히 '빼기'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기술과 제도를 통해 확보된 자원을 어떤 새로운 '더하기'에 투입할 것인지 경영적 대안이 함께 가야 한다.
STEP 2. 구성원에게 '역할의 지도'를 보여주고 있는가?
"더 고차원적인 일로 이동하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일이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줄 때 사람은 비로소 움직인다.
STEP 3. 변화의 '불편한 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있는가?
막연한 낙관론보다 현실과 변화의 필연성을 투명하게 공유하라. 그리고 그 현실 안에서 조직이 먼저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약속하라. 신뢰는 말이 아니라 순서에서 만들어진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는 코치이자 교육·문화 담당자입니다. 20년의 치열한 실무 경험과 워킹맘의 일상을 재료 삼아, 지나온 모든 순간이 어떻게 현재의 나로 '블렌딩'되는지 그 성장의 기록을 담아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