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아틀라스 개발 모델의 체조 데모 영상을 공개하자, 이를 지배·출자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다시 한 번 ‘로봇 프리미엄’을 재점화하고 있다. 단순한 바이럴 묘기를 넘어 실제 공장 투입을 전제로 한 개발형 아틀라스의 첫 공개가, 현대차그룹 전체를 향한 로보틱스·피지컬 AI 재평가 기대를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체조하는 아틀라스, 이번엔 ‘연구용’이 아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5월 5일(현지시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물구나무서기와 L-싯(L-sit) 등 고난도 기계체조 동작을 선보이는 쇼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양팔로만 몸을 지탱하는 물구나무와 극히 좁은 면적에 체중을 싣는 L-싯을 연속 수행하며 강화학습 기반 전신 제어와 균형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2월 공개된 연속 공중제비, 빙판 질주 영상에서 확인된 ‘연속 전신 제어’ 성능이 실제 개발형 하드웨어에 이식됐음을 보여주는 후속 시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공개된 아틀라스는 수년간 파쿠르와 백텀블링으로 유명세를 탔던 연구용 프로토타입과 구분되는 ‘개발형’ 모델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양산 전 단계 버전이다. 전동식 구동계를 채택한 이 모델은 키 약 1.9m, 몸무게 약 90kg에 56개의 자유도, 대부분 완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을 갖추고 최대 50kg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한 번 배터리 교체 후 약 4시간 동안 자율 작업을 수행한 뒤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환하는 구조다.
“2028년 3만대 투입”이 만든 로봇 프리미엄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 공개하면서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HMGMA에 부품 서열 작업용으로 본격 투입하고, 2030년 이후에는 부품 조립 등 복잡 공정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룹은 2028년까지 약 3만대 규모의 아틀라스 양산 체제를 구축해 미국을 글로벌 로봇 생산 허브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아틀라스 공개와 피지컬 AI 전략 발표는 이미 올초 CES 2026 직후 현대차그룹 주가를 일제히 끌어올린 바 있다. 현대차는 CES 기간 중 아틀라스 공개 효과로 장중 8% 이상 급등했고, 이후 로봇·AI 기대가 겹치며 새해 들어 1월 21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약 85%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기아·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현대글로비스·현대위아 등 주요 계열사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그룹 전반 재평가’ 국면이 형성됐다.
증권가도 로봇 사업 가치에 상향 베팅을 쏟아냈다. KB증권은 CES 이후 리포트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생산량·매출 시나리오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128조원으로 제시했고, 한화투자증권은 테슬라 휴머노이드 사업 가치 대비 할인율을 적용해 최대 993억달러(약 146조원)까지 평가했다. 또 다른 리포트에서는 아틀라스 매출이 2026년 2,000만달러에서 2032년 36억달러로 급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아틀라스 테마주’로 떠오른 현대차 계열사들
이번 개발형 아틀라스 체조 영상 공개 역시 로봇 모멘텀을 재점화하며 현대차그룹 관련주를 자극하고 있다. 2월 전신 제어 시연 영상 공개 당시에도 현대차 주가는 장중 4% 이상 상승했고, 현대오토에버는 10% 넘게 급등,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역시 각각 3.09%, 1.27% 올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아틀라스의 ‘퍼포먼스 영상’이 더 이상 단순 화제성을 넘어, 실제 사업성과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비상장사지만,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사실상 ‘간접 상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HMG Global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직접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을 들고 있어 로봇 기업 가치 상승분이 지분법 이익과 자산가치 재평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 블로그 분석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11.25% 지분 가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가정할 때 약 3.3조원, 100조원 시나리오에서는 11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 엑추에이터 전량 수주사로 거론되며 그룹 내 ‘로봇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의 2026년 매출액을 전년 대비 6.8% 증가한 65조2,250억원, 영업이익은 9.7% 늘어난 3조6,82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로보틱스향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퍼포먼스’에서 ‘물류·조립 노동’으로, 밸류에이션이 바뀐다
시장에 더 큰 의미를 갖는 지점은 아틀라스가 이제 ‘쇼 로봇’이 아니라는 점이다. CES 2026에서 현대차는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을 연계해, 아틀라스가 공장 투입 전 RMAC에서 작업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후 실제 생산 라인 데이터를 다시 흡수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로봇 구독·서비스(RaaS) 모델을 포함한 지속 매출 구조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노무라 등 글로벌 증권사는 아틀라스가 현대차 그룹사의 노동집약적 생산 구조를 자본·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현대차 기업가치 성장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화투자증권은 아틀라스 매출이 6년 사이 약 180배 성장할 수 있다고 추산했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3만대 규모 로봇 배치가 2028년 이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연간 약 40억달러 수준의 추가 매출을 안겨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반발 역시 잠재 리스크다. 현대차 노조는 “공장에 로봇 1대도 못 들어간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하며, 아틀라스 도입이 노동자 일자리와 노동조건에 미칠 영향을 문제 삼고 있다. 로봇 도입이 실제 양산 라인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비용 요인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상향 기대와는 별개로 ‘조정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아틀라스 개발형 체조 데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더 이상 유튜브용 묘기 로봇 회사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생산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기대와 불안, 계산된 탐욕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 ‘보스턴 다이내믹스 주주’들의 주가 차트 위에서 가장 민감하게 요동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