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블랙스톤·골드만삭스·헬만&프리드먼(H&F) 등과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합작 법인을 사실상 확정하며,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을 둘러싼 ‘기업용 AI 주도권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3억+3억+3억+1억5000만달러, 합작 벤처에 쏟아붓는 월가 큰손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 블랙스톤, 헬만&프리드먼은 각각 약 3억달러를 출자하고, 골드만삭스는 창립 투자자로 약 1억5000만달러를 부담하는 구조다. 여기에 제너럴 애틀랜틱 등 추가 투자자까지 더해지면서 합작 벤처의 총 커밋먼트는 약 15억달러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불과 4월까지만 해도 “앤트로픽 2억달러 출자, 총 10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한다”는 초기 관측에서 한 단계 점프한 숫자다.
이 합작 법인은 단순 ‘AI API 판매 창구’가 아니라, 사모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에 앤트로픽의 Claude 챗봇과 각종 AI 에이전트를 실제로 심어주는 AI 컨설팅·도입 전담 조직으로 설계되고 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진·직원 대상 교육, 업무 프로세스 리디자인, 현장 배치형 AI 에이전트 구축, 기술·거버넌스 컨설팅까지 ‘핸즈온(Hands-on) 방식’으로 밀어 넣겠다는 구상이다.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 수천 곳에 걸쳐 동일한 모델을 반복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JV는 사실상 ‘AI 도입 전담 롤링펀드이자 배포 플랫폼’에 가깝다. WSJ는 관련 보도에서 “블랙스톤과 H&F 등이 앵커 역할을 맡고, 각사 3억달러 수준을 집행하는 합작 구조”라고 전했다.
오픈AI ‘연 17.5% 보장’ vs 앤트로픽 ‘무보장 실적 승부’
앤트로픽의 이번 JV는 경쟁사 오픈AI가 사모펀드와 함께 추진 중인 ‘DeployCo’ 구상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로이터·Investing.com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TPG,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베인 캐피털, 브룩필드 등과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합작 벤처를 논의하면서, 연 17.5% 최소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앤트로픽·블랙스톤 JV는 수익률 보장 없는 ‘정통’ 합작 투자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링크드인 등에서 공개적으로 공유된 분석에 따르면, 오픈AI 모델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PE(사모펀드)에게 사실상 “고객 확보 비용을 수익률 보장 형식으로 지불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앤트로픽은 월가의 자본을 끌어들이되, 투자 수익은 각 포트폴리오 기업에서 창출되는 AI 도입 성과에 연동시키는 보다 보수적인 구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전략적 목적은 공통점이 뚜렷하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수천 개의 비상장 기업 내부에 자사 모델을 조기·심층적으로 심어 놓아, 향후 IPO 시점이나 대형 M&A 시점에 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오픈AI/앤트로픽 레거시 고객’으로 남도록 고착화하려는 것이다.
앤트로픽 밸류에이션 3,800억달러… ‘IPO 프렙’에 나선 월가형 AI 플랫폼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시리즈 G 라운드에서 약 300억달러를 조달하며, 포스트머니 기준 기업가치를 3,800억달러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포브스 등이 전했다. 여기에 구글이 400억달러 규모의 장기 커밋먼트를 추가로 약속하면서, 앤트로픽은 클라우드·반도체·데이터센터 생태계와 동시에 월가 자본까지 끌어들인 ‘하이브리드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이 같은 자본 스토리는 곧 IPO(기업공개) 서사의 일부다. WSJ는 “IPO를 앞둔 앤트로픽이 블랙스톤·골드만 등과의 JV를 통해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군을 선점함으로써, 상장 이후 매출 가시성과 엔터프라이즈 락인 효과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블랙스톤은 부동산·인프라·서비스업에 걸친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H&F와 제너럴 애틀랜틱은 소비·소프트웨어·헬스케어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들 포트폴리오 기업에 Claude 기반 AI 에이전트가 일괄 도입되면, 거래·청구·고객문의 같은 반복 업무 자동화, 재고·가격·수요예측 고도화, 백오피스 인력 효율화를 통해 EBITDA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곧 사모펀드의 엑시트 밸류를 밀어 올리는 직접적인 레버리지로 작용한다.
골드만삭스 사례…“백오피스 시간을 ‘붕괴’시키는 Claude”
앤트로픽과 골드만삭스의 협업은 이미 파일럿을 넘어선 단계까지 진척된 상태다. 2026년 2월 로이터와 CNBC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은 최소 6개월간 앤트로픽 엔지니어들을 내부에 상주시켜 거래·트랜잭션 회계, 고객 실사(KYC), 온보딩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해 왔다.
마르코 아르젠티 골드만삭스 CIO는 CNBC 인터뷰에서 Claude 기반 에이전트들이 “규칙 기반·문서 중심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붕괴(collapsing the amount of time)’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연구자 커뮤니티 분석에 따르면, 골드만은 애초 개발자 코드 보조용으로 테스트하던 앤트로픽 모델을, 회계·컴플라이언스·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엔지니어링 보조에서 ‘백오피스 디지털 동료’(digital co-worker)로 역할을 전환시키고 있다. 이번 합작 벤처는 이 골드만 사례를 포트폴리오 기업 전반으로 수평 전개하는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짜 매출 vs 보조금’ 논쟁… 그럼에도 사모펀드는 AI에 베팅한다
WSJ 오피니언 칼럼은 최근 이러한 AI 합작 벤처 구조에 대해 “실질적인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라기보다는, 빅테크·AI 기업이 파트너에게 도입 보조금을 쳐주며 고객을 사들이는 구조에 가깝다”는 회의론을 제기했다. 오픈AI의 연 17.5% 보장형 JV는 특히 이 논쟁의 정중앙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앤트로픽–블랙스톤 딜의 15억달러 규모 커밋먼트는 사모펀드 업계가 “포트폴리오 가치 창출의 핵심 축이 AI 통합”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픈AI가 ‘수익률 보장’이라는 금융 공학을 동원해 고객을 잠그는 동안, 앤트로픽은 월가 자본과 손잡고 현장 도입·운영 성과로 승부하는 상반된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어느 모델이 더 지속 가능한 ‘엔터프라이즈 AI 비즈니스’로 인정받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JV가 어떤 속도로 실제 매출과 비용 절감, 그리고 엑시트 밸류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데이터가 쌓이는 대로, 한국형 모델의 가능성도 보다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