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5월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4월 30일,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지하 2층 푸드코트에서 40대 남성이 20대 여성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후 5시 55분이라는 퇴근·쇼핑 피크타임에, 대전 최대 번화가 중심에 자리한 한화 계열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피해 여성은 팔·다리·가슴 등 다섯 곳에 자상을 입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시민들은 “백화점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불신을 쏟아내고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한 명의 비정상적 가해자’가 아니라, 한화 갤러리아가 운영하는 소비자 접객 공간에서 안전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방치돼 왔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훨씬 더 무겁다. 갤러리아는 사업보고서 및 그룹 계열사 자료에서 ‘프리미엄 유통·리조트·호텔 브랜드’를 내세우며 접객 서비스 강화를 강조해 왔지만, 이번 사건은 “브랜드 이미지에 비해 안전 투자는 뒤처져 있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안토 리조트’ 화재 사고…고객정보 유출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까지
2026년 3월 11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25년 8월 인수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안토 리조트’(구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고객 피해는 없었으나,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리조트라는 특성상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지리적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화재”로 지적됐다. 특히 이 사고는 한화가 리조트를 인수한 지 7~8개월 만에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인수 후 안전점검·설비 개선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물리적 안전사고는 아니지만, 호텔·리조트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은 ‘디지털 안전 사고’로 분류될 수 있는 중대한 사고다. 2023년 4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PC 버전 홈페이지 서버 오류로 인해 6월 30일까지의 숙박 예약 정보 중 일부 고객의 이름·전화번호·방문 리조트 시설·입실일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개인정보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업자로 판단하고 과징금 1억 8,531만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한화 계열 호텔·리조트 사업에서 “시스템 차원의 안전 설계와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례다.
한화그룹 ‘갤러리아’ 간판 달고 운영되는 접객 비즈니스의 구조적 리스크
한화그룹 공시와 IR 자료를 보면, 갤러리아는 백화점뿐 아니라 리조트·골프·호텔·F&B 등 다양한 접객·레저 사업을 묶는 브랜드 축으로 활용돼 왔다. 이들 계열사의 공통점은 “고객 접점에서의 고급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지만, 정작 안전·노동·보안 시스템에 대한 그룹 차원의 통합 기준과 숫자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노동 및 건강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 갤러리아 계열 사업장을 포함한 백화점·면세점·할인점 등 유통업 여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주말·휴일·야간근무, 인력 부족, 감정노동 과중 등으로 복합적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작업환경 개선과 재해 예방 체계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간판이 현장의 과로·인력 부족·안전 사각지대를 가릴 위험이 크다.
대전 갤러리아 칼부림 역시, 전 연인 관계로 알려진 남성이 매장 안까지 접근하고 흉기를 휘두를 때까지 사전 경보가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객 동선·직원 동선·보안 동선이 분리되지 않은 채 사람에 의존한 관리”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푸드코트처럼 좁은 구역에 다수 매장·직원·고객이 뒤섞이는 구조에서,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기 전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개입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전체로 번져 있는 ‘안전 후순위’ 정서
한화그룹이 최근 몇 년간 랜섬웨어 조직의 반복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내부 문서·계약서·인적자원 정보 등 중요 데이터가 다크웹에 공개될 수준의 보안 사고를 겪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2023년 세계 최대 랜섬웨어 조직 ‘록빗 3.0’이 한화큐셀 등 주요 계열사 자료를 탈취해 협박했고, 이듬해에는 한화솔루션 손자회사와 미국 자회사들이 연이어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는, 한화가 물리·사이버 영역을 막론하고 ‘선제적 안전 투자’에 취약한 그룹임을 보여준다.
업계 안전 및 보안분야 전문가는 "한화그룹의 사건사고는 단순한 IT 보안 문제, 단발적 흉기사건이 아니라, 위험 관리에 대한 그룹 문화와 우선순위의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면서 "방산·에너지 계열에서의 기술 탈취·해킹, 유통·레저 계열에서의 인적·물리적 안전 사고가 동시에 드러난다면, 이는 개별 계열사의 실수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리스크 거버넌스 부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화 계열사에 대한 기술 탈취 의혹으로 경찰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사례는, 내부 통제·윤리·준법 시스템의 허술함이 외부 갈등으로 폭발한 전례를 보여준다. 게다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신규근로자 재해 비율을 문제 삼아 안전보건 가이드까지 이례적으로 발간했다. 이는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안전 취약 인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리스크 관리 전문가는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의 칼부림은 '예기치 못한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위험이 쌓여 온 한화식 리스크 관리의 결과가 소비자 접객 최전선에서 터진 사건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갤러리아는 안전하다”는 보호막이 깨졌다…소비자 불안감도 '증폭'
이번 사건으로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백화점은 도시의 밤거리나 지하철역보다 안전하다”는 소비자 인식이다. 특히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지역 최대 번화가 중심부이자, 가족·연인·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대표적인 소비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 퇴근 시간대에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한화가 갤러리아 브랜드를 통해 쌓아온 고급·안전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사업보고서에는 갤러리아를 통해 ‘고객 경험 강화’와 ‘서비스 차별화’를 강조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안전에 대한 구체적 지표·투자·인력·훈련 계획은 외부에서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브랜드 스토리와 마케팅 문구는 화려하지만, 정작 고객의 생명·신체를 지키기 위한 ‘숫자’와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구조다. 이 괴리를 해소하지 못하면, 향후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갤러리아라는 이름은 곧바로 ‘안전 불감증의 상징’으로 호출될 것이다.
한화그룹·갤러리아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책임
한화그룹과 갤러리아가 이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사과’와 ‘유감 표명’ 수준을 넘어, 그룹 차원의 안전 거버넌스 전면 재편을 약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갤러리아 전체 사업장(백화점·리조트·호텔·골프·F&B)에 대한 안전 전수조사 ▲물리적 안전(출입 통제·CCTV 사각지대·비상동선), 인적 안전(보안요원·근무형태·위기 대응훈련), 노동 안전(장시간·감정노동·인력 부족)까지 포함하는 그룹 차원의 종합 진단 ▲대형 점포·리조트·호텔의 ‘위기 대응 매뉴얼’ 공개와 정기 훈련 의무화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서현역·분당 AK플라자·대만 백화점 흉기난동 사례를 참고해, 흉기·폭력·차량 돌진·화재·테러 등 복합위기 대응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연 1회 이상 고객·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다음 피해자는 바로 내가 될 수도”
한화는 방산·에너지·금융을 아우르는 한국 10대 그룹으로, 수많은 국민이 고객·직원·협력사·투자자라는 이름으로 이 그룹과 얽혀 있다. 그런 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 백화점 한복판에서, 그것도 황금연휴 직전 퇴근길 식당가에서, 젊은 여성 노동자가 흉기에 쓰러졌다.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순간, 다음 피해자는 어느 갤러리아 리조트의 객실 직원일지, 어느 호텔 로비의 안내 직원일지, 어느 골프장 캐디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전문가들도 "한화그룹과 갤러리아 경영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비용으로만 보는 관성을 버리고, 접객·레저 전 계열을 관통하는 안전·보안·노동 기준을 세우며, 그 결과를 숫자와 시스템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질문에 한화와 갤러리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답이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안전 대책과 숫자로 제시될지, 이제 시민들과 언론 및 노동시민단체들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