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일본 영화. 애써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얻어걸리거나 혹은 묘한 기대감에 눌려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직장 후배의 강력 추천, 그리고 이미 시청 중인 와이프.
월요병을 앞둔 오늘, 아이들 학원 라이딩에 교회 일정, 분리수거까지 마친 뒤 창밖엔 추적추적 비가 오는데…어디 갈 엄두도 안나고 도저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지옥에 떨어집니다>.
단 2화까지 본 시점에서 이러쿵저러쿵 단정 짓긴 이르지만, 오롯이 ‘느낌’만으로 몇 자 남겨두고 싶었다.
사실, 등장 여주인공은 외모만 놓고 볼때 전형적인 미인형이라 보긴 어렵다. 배고픔에 지렁이를 씹어 삼킬 정도로 밑바닥에서 시작한 삶. 그러나 명석함과 수완, 그리고 무엇보다 꺼지지 않는 의지의 소유자. 그녀는 그렇게 버텨낸다. (*외모는 거들뿐. 그냥 빠져들게 됐다)
그 여인의 시간을 1년, 2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성공 서사의 궤적 위에 올라타게 된다. 그 과정과 주변 인물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결이 꽤 진지하고, 또 흥미롭다.
문득 얼마전 애플TV에서 방영했던 <파칭코>가 자연스레 오버랩됐다.
1인칭 주인공의 내면 독백과, 3인칭의 관조적 나레이션이 교차하는 방식. 이 조합이 생각보다 강하게 귀에 꽂힌다.
여기에 그녀의 인생을 소설로 쓰려는 작가라는 장치가 붙으며, 이야기는 회상과 현재를 넘나든다.
한 편의 영화이자, 막과 장이 분명한 연극처럼 서사는 일사천리로 흐른다.
(이런 연휴에 몰아보면 딱인데… 아쉽게도 체력은 2화까지 버텨줬다)
◆ GINZA, ‘긴자’라 쓰고 ‘진짜’라 읽는다
지난해 늦여름, 지금의 회사로 옮긴 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바쁜 일정을 쪼개 밤늦게 호텔로 돌아와 함께 간 동료들과 “그래도 추억은 남겨야지” 하며 들렀던 철교 아래 이자카야 거리.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기도 한 그곳.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 바로 긴자다.
‘과연 이게 실화일까’ 싶은 서사의 기구함. 그래서 더더욱, 긴자라 쓰고 ‘진짜’일까라고 읽고 싶어진다.
2화 후반부. 재벌가 아들과 빗속에서 운명을 약속하는 장면. 도로 위를 가로막으며 울려 퍼지는 경적 소리는, 어느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오는 증기기관차의 칙칙폭폭 소리처럼 들린다.
앞으로 몰아칠 서사의 방향을 예고하는 일종의 음향적 장치. 나는 그렇게 느꼈다.
◆ 신문 기사 속 인사/부고 스크랩
나는 홍보맨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 남의 승진, 취임, 이직, 퇴직… 심지어 부모상까지 챙기며 관심이 많냐”고… (*아는 이들이 해당하면 주로 기자와 홍보맨들이지만 페이스북에 관련 뉴스 역시 포스팅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좋은 일은 축하하고, 슬픈 일은 나누는 것. 그게 사람 사는 이치다. 그리고 ‘관계(RELATIONS)’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 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조사를 챙기는 일은 예의이자 기본이다.
작품 속 주인공 역시 인사동향 기사를 오려 붙이고, 수십 권의 스크랩북을 만든다. 향수를 뿌린 손편지까지 더해진다. 지극히 전통적인 지극정성 영업방식.
그런데, 그 방식이 결국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그 장면에서 문득 아주 감히 나를 본다.
아직 2화까지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지루할 틈 없고, 전개는 꽤 다이내믹하다. 자주 찾는 국가의 장르는 아니지만, 일본 작품은 가끔 이렇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to be continued)
P.S: 사실에 기반한 허구. 실제 모델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인생도 실존한다는 게 새삼 놀랍다. 그리고 또 한 번 깨닫는다. ‘회사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뻔한 진실을. 내 장사라도 할 걸…
에이~늦.었.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